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8 조용한 밤(1)
    2024년 01월 04일 08시 42분 2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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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오넬 님. 점점 발걸음이 안정되었네요."



     별장에 잠시 머물면서 매일같이 걷기 연습을 하는 라이오넬의 옆에서, 그의 손을 잡고 있던 에디스가 볼을 붉히며 웃었다. 아체도 라이오넬이 몇 걸음 걸을 때마다 작은 손으로 열심히 박수를 치고 있다.



    "오라버니, 그 상태로! 정말 잘하고 있어요."

    "고마워. 에디스, 아체."



     라이오넬은 이마의 땀을 팔로 닦으며 두 사람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미래로 향하는 희망의 길이 점점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아. 예전처럼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예전처럼 생활하는 것도 꿈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에디스와 아체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라이오넬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나 라이오넬 님이 노력하시는걸요. 반드시 원래의 건강한 몸을 되찾으실 거라 믿어요."

    "열심히 노력하는 오라버니라면 괜찮아요!"



     해가 기울어 주변이 온통 붉게 물들 때까지 걷기 연습을 계속하고 있는 라이오넬의 등을, 에디스는 격려차 쓰다듬어 주며 입을 열었다.



    "라이오넬 님, 오늘도 많이 걷는 연습을 해서 피곤하시겠어요. 해도 넘어갔으니 이제 별장으로 돌아갈까요?"

    "그래, 에디스. 오늘도 연습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 아체도 함께 돌아가자."



     라이오넬은 에디스가 밀고 온 휠체어에 앉아서, 아체의 작은 손을 잡았다.



    "네, 오라버니!"



     고개를 크게 끄덕인 아치는 에디스를 돌아보며 살짝 미소를 짓고 오빠의 손을 꼭 쥐었다.



    "......오라버니의 손도 예전보다 훨씬 더 통통하고 힘이 세졌어요. 예전에는 너무 세게 잡으면 부러질 것 같아서 살짝만 만졌는데, 이제는 괜찮네요."



     아체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고 라이오넬은 깜짝 놀란 듯 입을 살짝 벌린 후, 손바닥 안에 있는 작고 부드러운 그녀의 손을 다시 한번 소중하게 잡았다.



    "그래, 이제 괜찮아. ...... 아체한테도 걱정을 끼쳤구나."



     에디스도 두 사람의 대화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아체의 발걸음에 맞춰 천천히 휠체어를 밀며 별장으로 향했다.



    ***



    "...... 아체 님은 금방 잠드셨네요."



     작은 침대에 누워 잠든 아체의 편안한 모습을 보며, 방금 전까지 그녀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던 에디스는 무릎 위에 펼쳐진 그림책 페이지를 펼쳐놓고 옆에 있는 휠체어에 앉은 라이오넬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아. 오늘도 많이 뛰어다녔으니 피곤했겠지.

    ...... 너도 피곤할 텐데, 아체가 네게 그림책 읽어달라고 떼를 써서 미안했어."



     에디스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외동딸이라 여동생이나 남동생을 부러워했기에 오히려 기뻐요. 아체 님은 정말 귀엽잖아요."

    "아체도 너를 따르고 있는 것 같아. 너의 따뜻한 성격을 잘 알아본 모양이야......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은 데다 내 병도 있었으니, 아마 응석을 부리고 싶은 마음도 가슴속에 묻어두고 지금까지 참아왔겠지. 너를 바라보는 아체의 눈빛이 완전히 가족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변했어."

    "후후, 그런가요. 저도 아체 님과 함께 매일을 같이 지낼 수 있어서 정말 즐겁답니다."



     라이오넬은 에디스를 향해 감사의 미소를 지으며, 바로 옆에 있는 큰 창문을 통해 머리 위로 펼쳐진 아름다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은 초승달이라서 그런지 평소보다 별이 더 잘 보여."

    "네. 금방이라도 별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아름다운 밤하늘이네요. ...... 아, 별똥별이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빛줄기를 발견한 에디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보셨나요? 라이오넬 님."

    "그래. 네 덕분에 알아차렸어."



     에디스와 라이오넬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라이오넬은 다시 별을 올려다보며 먼 과거를 회상하듯 눈을 가늘게 했다.



    "...... 이 별장에 매년 오던 시절의, 몸이 망가지기 전의 나는 별똥별에 소원을 비는 것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지. 이건 옛날이야기가 되겠지만 ......"



     라이오넬은 별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병에 걸리기 전까지 나는 딱히 고생한 적이 없었어. 후작가라는 축복받은 집안에서 태어났고, 스스로 말하기는 뭣하지만, 무엇을 하든 남들보다 뒤떨어진 적이 없었지. 공부를 하든 운동을 하든 별다른 노력 없이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당연했고, 거기에 의문을 가져본 적도 없었어. 어머니를 잃었을 때 비로소 세상에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그 정도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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