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7 오크리지 백작가의 혼란
    2024년 01월 04일 02시 42분 4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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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오넬과 에디스가 피서지에 있는 별장을 방문했을 때, 오크리지 백작가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 수많은 약품의 재고가 바닥난 데다 약 만드는 사람도 부족하다니. 게다가 약효가 떨어졌다고 품질에 대한 불평이 쏟아지고 있다고?"



     얼굴이 붉어진 오크리지 백작은, 안색이 창백해진 하인에게 다가가면서 문득 에디스가 그랑벨 후작가로 향할 때 그녀가 건네준 서류가 떠올랐다.



     에디스가 신뢰할 수 있는 하인에게 건네주고, 가능한 한 양아버지도 보시도록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맡긴 서류였는데, 그는 그것을 한 번도 보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두었던 것이다.



     하인은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사라질 것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약품의 재고 관리도, 부족한 약의 조제, 그리고 장부 작성도 모두 에디스 님이 해 주셨으니까요. 에디스 님이 오크리지 백작가를 떠나신 지금, 그 부분이 ...... 구멍이 뚫려버린 상태입니다."

    "왜 더 빨리 말하지 않은 거냐!"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지르는 백작을 보고 하인은 몸을 떨었다.



    "에디스 님이 떠나고 나서 몇 번이나 상담하러 나으리를 찾아왔지만, 에디스 님이 하던 일을 이야기할 때마다 수양딸이 하던 일 따위는 별거 아닌 일이라며 귀를 기울여 주지 않으셨습니다."

    "......"



     확실히 그걸 기억하고 있던 백작은, 화가 난 듯 입을 삐죽이며 하인에게 말했다.



    "당장, 장부를 여기로 가져와."

    "알겠습니다."



     서둘러 돌아온 하인이 건네준 장부를, 그는 말없이 넘기더니 이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에디스가 이 가문을 떠난 날부터 백지 상태다 ......"



     머리를 긁적거리며 백작은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한시라도 빨리 그랑벨 후작가에 있는 에디스에게 연락을 취해. 당장 한번 이 집으로 돌아오라고 전해라."



     그러나 그랑벨 후작가의 연락을 통해 에디스가 라이오넬과 함께 별장으로 나갔다는 소식을 들은 백작은 더욱 머리를 감싸 웅크렸다.



    "설마, 에디스가 이렇게까지 오크리지 백작가의 약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을 줄이야 ......"

    "무슨 일이세요, 아버지?"



     핏기가 가신 얼굴로 작게 움츠러든 아버지의 곁으로, 의아하다는 듯이 눈썹을 치켜세운 달리아가 팔짱을 끼며 다가왔다.



    "그게 말이지 ......"

    "그보다 아버지, 들어보세요."



     아버지의 말을 가로막고 달리아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번에 초대받은 파티에 대비해 드레스와 액세서리를 새로 사려고 했는데, 돈을 지불하려고 하자 거절당했어요. 대금이 밀렸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어요. ......아버지. 이상하지 않아요? 그랑벨 후작가에서 이미 빚을 탕감해 주셨을 테니, 돈도 넉넉하게 가지고 있을 텐데요?"

    "...... 달리아. 넌 매번 야회 때마다 그렇게 해온 거냐?"

    "당연하잖아요, 아버지. 드디어 돈도 생겼고, 무엇보다도 저를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려고 하는 거니까요. 언제나 최고급으로 꾸미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요?"

    "......!"



     백작은 딸의 말에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한 마디를 내뱉었다.



    "왜 이런 중요한 시기에, 에디스는 그랑벨 후작가의 별장 따위에 가 있는 건지 ......!"

    "...... 별장?"



     달리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별장이라니, 에디스가 그 라이오넬 님과 함께요?"

    "그래, 그 외에 생각은 할 수 없겠지. 지금은 그 얘기를 할 때가 아니지만 ......!"

    "...... 그 아이에게 라이오넬 님을 떠넘겼을 때, 그는 별장 따위에 갈 수 있는 몸 상태였을까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서, 그런 여행을 갈 만한 체력이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는데 ......"



     고개를 갸웃거리며, 달리아는 입안에서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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