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제가 라이오넬 님과 약혼할 예정이었잖아요? ...... 라이오넬 님은 아시겠지만, 에디스는 반쯤 비천한 평민의 피가 흐르고 있답니다. 그랑벨 후작가 정도의 가문에 시집을 간다면 역시 제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
달리아는 에디스를 무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렇게 수수하고 귀족으로서의 매너도 교양도 갖추지 못한 의붓동생이 장차 부인이 되어 라이오넬 님 곁에 서게 된다면, 라이오넬 님도 부끄러울 거예요. 제가 라이오넬 님과 다시 약혼을 하고, 에디스는 이 집으로 돌아와서 원래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요? 앞으로 라이오넬 님은 제가 도와드릴 테니까요."
"......!"
달리아의 말에 굳어 있던 에디스 옆에서, 주먹을 꽉 쥐고 있던 라이오넬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제멋대로 주절대기는......"
에디스가 옆을 보니,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분노를 품은 라이오넬이 얼어붙은 듯한 눈빛으로 달리아와 달리아의 부모를 향하고 있었다.
"저는 에디스가 아닌 다른 여자를 아내로 삼을 생각이 없습니다. ...... 그리고 오크리지 백작가의 약 사업과 관련된 일에 대해선, 에디스가 이 집을 떠날 때 누구나 그녀의 일을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 분은 오크리지 백작부인, 당신이었잖습니까?"
"그, 그런 말씀을 했었나요 ......"
이어 라이오넬은, 동요한 부인의 옆에 있는 백작에게 시선을 돌렸다.
"에디스는 자신이 이 오크리지 백작가에서 어떻게 지내왔는지에 대해 단 한 번도 제게 불평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에디스는 이 백작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 그렇지 않아? 에디스."
에디스가 입을 다물고 당황한 표정으로 라이오넬을 쳐다보자, 그는 부드럽게 에디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입을 열었다.
"넌 너무 착하니까. ...... 네가 그란벨 후작가에 가져온 너무 작은 짐과 검소한 옷차림, 그리고 돌이켜보면 처음 만났을 때 몸에 맞지 않는 드레스를 입었던 것 등을 생각하고서, 나는 최근 이 가문에서 네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몰래 최근 조사하게 했어."
"......! 라이오넬 님, 어느 틈에 ......"
자신의 몸 회복에 전념했었을 라이오넬을, 에디스는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라이오넬은 부드럽게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다.
"네 덕분에 나도 점점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 ...... 보고에 따르면, 에디스는 할아버지인 전 오크리지 백작의 뜻에 따라 귀족 백작가에 입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 백작이 죽은 뒤에는 별채의 작은 방에 갇혀서 하인과 같은 음식과 의복을 제공받는 등 백작가의 영애에 걸맞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 특히 양부모와 의붓언니가 에디스를 대하는 태도는 정말 차가웠다고 하던데."
분노를 말로 표현하는 라이오넬의 냉랭한 시선에, 오크리지 백작 부부와 달리아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게다가 오크리지 백작가의 가업을 위해 이토록 헌신한 에디스의 공로도 모르고 있었다니. 당신들이 에디스를 얼마나 경멸했는지 잘 알 수 있군요. ...... 그리고 그쪽 아가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에디스는 모든 면에서 매력적입니다."
"......!"
달리아는 분하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라이오넬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 다만, 저는 여러분에게 한 가지 감사한 것이 있습니다. 내가 이 오크리지 백작가를 방문했을 때, 에디스를 제 약혼녀로 추천해 준 것입니다. ...... 그 점을 감안하여,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아버지께 귀 백작가에 대한 지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대신 앞으로는 절대로 에디스를 귀 백작가의 분쟁에 끌어들여 그녀를 곤경에 빠뜨리지 말아 주십시오. 어떠십니까?"
오크리지 백작은 당황한 듯이 에디스를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