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3 선의의 거짓말(1)
    2024년 01월 03일 18시 39분 0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유제니는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다시 한번 닦은 후 에디스를 바라보았다.



    "에디스 님께는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원래 라이오넬 님과 크레이그 님 형제와 저는, 어릴 적부터 여름휴가 때 별장이 가까웠던 덕에 매년 여름이 되면 자주 놀던 소꿉친구 사이였어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 후작 가문끼리 미래의 약혼 이야기가 나오게 된 거였어요."



     유제니의 이야기는 라이오넬에게 들었던 이야기와 확실히 겹친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에디스.

     홍차와 케이크가 각각 두 사람 앞에 놓이자, 유제니는 홍차로 한 모금 목을 축인 후 입을 열었다.



    "부디 옛날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들어주세요. ...... 저는 어렸을 적 라이오넬 님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를 동경했어요. 부모님의 이야기를 통해 라이오넬 님과 장차 약혼할 예정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어린 마음에 가슴이 뛰었답니다."



     유제니의 말을 듣고 에디스는 가슴 속이 살짝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으로, 유제니는 계속 말했다.



    "라이오넬 님은 어린 시절부터 차분하고 신사답게 침착하게 행동하셨어요. 그런 라이오넬 님에 비해 크레이그 님은 활기차고 장난꾸러기 같은 면이 있어서 두 분은 대조적인 성격이었지만, 아주 친한 형제였답니다. 두 분과 함께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어요. 해가 지고 나서 별장으로 돌아와 부모님께 혼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죠."



     에디스는 친한 세 사람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유제니를 쳐다보았다.



    "즐거운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셨군요."

    "...... 생각해보면, 순수했던 그 시절이 가장 즐거웠을지도 몰라요."



     유제니는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



    "하지만 저희 가문의 사업은 점점 기울어져 갔어요. 지금도 부모님은 겉으로 보기에는 부유해 보이지만, 이름만 후작일 뿐 속사정은 그리 넉넉하지 않아요. 반면 그랑벨 후작가는 탄탄한 사업 기반을 가진 명문가. 부모님의 기대는 외동딸인 저에게 쏟아졌답니다. 장차 제가 그랑벨 후작부인이 되면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거라고 부모님께서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부모님은 집안의 구두 약속만으로는 불안했는지, 라이오넬 님의 마음을 휘어잡아서 빨리 약혼까지 이끌어내라고 입이 닳도록 말씀하셨죠. 저 역시도 그의 마음을 얻고 싶었어요. 하지만 ......"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유제니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제가 아무리 라이오넬 님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도 그는 저를 한 여자로 봐주지 않았어요. 라이오넬 님은 문무를 겸비하고 인망이 높으며, 아름답고 흠잡을 데 없는 분이셨어요. 옆에서 지탱할 여자 따위는 필요 없을 정도로 혼자서도 완벽했던 거였어요. ...... 그는 온화한 오빠처럼 저를 대해주셨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을 감각적으로 알 수 있었어요."

    "유제니 님처럼 아름다운 분한테도요? 게다가 제가 보기에는 유제니 님도 완벽해 보이는데 ......"



     놀라는 에디스를 보며, 유제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가까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법이랍니다. 친절한 라이오넬 님이니 언젠가 때가 되어 결혼을 하게 되면 가족으로서의 사랑을 주었겠지만, 계속 쓸데없는 노력을 했던 저는 지쳐가고 있었어요. 그때 저를 지탱해 준 사람이 바로 크레이그 님이었어요."

    "...... 크레이그 님이요?"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