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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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2월 31일 02시 21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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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쁜 듯이 웃으며 필립 님에게 손을 흔드는 뮬리를 보고 나는 활짝 웃었다. 현생의 최애와 전생의 최애가 나란히 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정말 좋다. 분명 두 사람의 약혼이 성사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선남선녀인 그들은 누가 봐도 잘 어울릴 것임에 틀림없다.



    "필립 님은 당신을 데리러 왔나 봐. 빨리 가는 게 좋겠어."

    "네. ...... 저기, 괜찮으시다면 디아 님도 함께 가실래요? 중간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나는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당신들을 방해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 안심하고 가렴!"



     나도 모르게 말에 힘이 들어간다. 그동안 만나기를 꺼려했던 필립 님과 이제 와서 함께 할 생각은 없었다. 뭐, 뮬리를 지지하는 내가 그녀를 해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지만.

     그녀는 아쉬운 듯 눈썹을 살짝 내리더니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디아 님."

    "응, 내일 또 보자."



     그녀와 손을 흔들며 헤어진 후, 나는 문득 시선을 느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선의 주인을 알아차리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학교 식당의 먼 자리에서, 필립 님에게로 향하는 뮬리를 플로라 님이 가증스럽게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플로라 님의 분노에 물든 얼굴을 보며 나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지만, 필립 님이 함께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예감이 단순한 예감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것은 다음날이 되어서였다.



     수업 사이에 이동하는 시간에 계단 아래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다가간 나는 숨이 멎을 듯이 놀랐다. 계단 아래에 플로라 님이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발목을 접질린 듯 아픈 듯이 발목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계단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너무해! 내가 필립 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고 해서 나를 계단에서 떨어뜨려 버리다니 ......!"



     플로라 님의 시선 끝에는 창백해진 뮬리의 모습이 보였다. 뮬리가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서둘러 인파를 헤쳐나갔다.



    "잠깐! 그녀는 그런 짓을 할 사람이 ......"



     내 목소리는 그 자리에 나타난 한 사람에 의해 가로막혔다.



    "플로라, 무슨 일이야?"



     필립 님이 플로라 님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게, 뮤리엘 님이 저를 계단에서 밀쳐서 ......"



     눈물을 그렁거리는 플로라 님의 실감 나는 연기는 마치 여배우 같았다.



    "게다가 증인도 있어요."



     플로라 님 곁에 있던 그녀의 측근들이 계단 위를 올려다보며 뮬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저, 봤어요. 계단을 내려오는 뮤리엘 님이 플로라 님을 밀쳐내는 것을."

    "그건 사고가 아니라 고의적인 행동임에 틀림없어요."

    "플로라 님을 질투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필립 님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들에게 물었다.



    "...... 정말이야?"



     플로라 님을 옹호하는 측근들의 말을 듣고 화가 난 나는 무심코 큰 소리로 끼어들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 필립 님. 그녀는 절대로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거라 제가 단언해요."



     그와 직접 대화를 나눈 것은 거의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제 플로라 님의 표정을 떠올린 나는, 그녀의 연극에 속아 넘어갈 것 같은 필립 님을 바라보며 그동안 그를 피했던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분통이 터져 나왔었다.

     분노하는 나를 향해 필립 님은 어째선지 눈짓을 하더니, 다시금 계단 위에 있는 뮬리를 올려다보았다.



    "저기 있는 내 여동생이 플로라를 밀쳐냈다고 그렇게 말하는 거지?"

    "여, 여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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