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 뮤리엘 님. 내가 응원할 테니까!"
필립 님의 옆에 서려면 성격이 나쁜 플로라 님보다는 뮤리엘 님이 훨씬 더 어울릴 것 같다. 이 정도의 미소녀라면 필립 님과 나란히 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분명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거라고, 나는 플로라 님의 속내를 상상해 보았다.
"저기,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뮤리엘 님에게 손을 흔들며 헤어지고서, 나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
귀가한 내가 흠뻑 젖은 모습을 보고 어머니는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계셨다. 하지만 내가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자 어머니는 체념한 듯이 방으로 돌아갔다.
필립 님을 만나고 쓰러진 사건 이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귀족 소녀에서 마치 사람이 변한 듯 고집불통이 된 나에게는 부모님도 두 손 들은 것 같다.
하인이 건네준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내 방으로 향하는 복도를 걷고 있는데, 역시 게임 내에서 공략 대상인 라이언 오빠가 방에서 슬쩍 얼굴을 내밀었다.
"어서 와, 디아"
"방금 돌아왔어요, 오라버니."
오빠와는 지금까지 좋은 남매 관계를 맺어왔다는 자신이 있다. 전생의 기억이 막 돌아왔을 때는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지만, 지금의 오빠는 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애지중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흠뻑 젖은 나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그래, 그 몰골은?"
"작은 말다툼에 끼어들어서요. 하지만 별일 아니랍니다. 그보다......."
나는 가방에 넣어두었던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젖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오빠에게 그 책을 내밀었다.
"보세요, 이 책! 아까 학교의 도서관에서 빌려왔어요."
"호오. 『회복약 만드는 법・상급편』이라......"
디아도 호기심이 많다고 오빠가 중얼거린다.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이후, 나는 파멸의 경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아무리 필립 님과 약혼을 하지 않아도 내가 디아드리 콘라트인 것은 변함이 없다. 파멸로 가는 입구가 어디에 입을 벌리고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급한 대로, 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돈을 벌기로 했다. 집에서 쫓겨나도 살 수 있는 돈과 기술이 있으면 어느 정도 평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디애드리는 게임 속 메인 악역영애답게 마력이 높으면 전방위적인 마법도 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회복 마법을 활용해 회복약을 만들기로 했다. 어렸을 때부터 연습한 덕에 내 회복 마법은 꽤나 수준급이 된 것 같다. 그것을 오빠가 사다 준 성수에 담는다. 만드는 데는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고, 그것을 터득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지만, 오빠를 통해 판매하고 있는 회복약은 꽤나 호평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마력도 소모되기 때문에 몸을 깎아서 만드는 것 같은 느낌도 있지만, 막상 해보니 꽤 즐거운 작업이었다. 전생부터 꼼꼼했던 나는 오늘 방과 후에도 도서관에 틀어박혀 회복약 만들기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찾고 있었다.
"...... 디아가 만드는 회복약은 이제 상급은커녕 특상급인 것 같아."
재주 좋은 오빠 덕분에 내 약은 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 같다. 내 손에도 이미 상당한 금액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내 힘이라기보다는 장사에 능한 오빠의 재치 있는 솜씨 덕분이라고 믿고 있다.
"후후. 아부하셔도 아무것도 안 나와요, 오라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