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손님 보고 있을 테니 괜찮아요."
퇴로를 차단당한 나탈리는 어깨를 늘어뜨리고는 가게 가장 끝에 있는 2인용 테이블에 그와 마주 앉았다.
"저번에 소매치기를 물리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뇨. 이 가게에서 소매치기를 당하는 것도 싫었고, 제가 한 일도 별로 없었고요."
"이야~ 정말 훌륭했습니다."
그는 즐겁게 웃으며, 나탈리의 앞에서 다시 한번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정말 멋진 가게군요."
뜻밖의 칭찬에 나탈리의 뺨이 붉게 달아오른다.
"그래요?"
"예. 느긋하게 쉴 수 있어 아늑하고, 차도 음식도 정말 맛있군요. 오픈한 이래로 항상 붐비는 것 같고요. ...... 여기서 일하는 게 즐거우세요?"
"네, 아주요."
그녀가 무심코 웃자, 베네딕트는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이것은 지난번 당신에 대한 보답입니다. 더 이상 일을 방해하면 안 되니 다음에 또 뵙죠."
떠나는 베네딕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휴식공간으로 돌아간 나탈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받은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
상자 안에는 아름다운 에메랄드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금사슬을 들어 올리자,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예전에 베네딕트가 선물한 에메랄드 귀걸이와 함께 착용하면 잘 어울릴 것 같은 물건이었다.
(약혼녀도 아닌 여자에게 이런 고가의 물건을 선물하다니 ......)
아마 귀족으로 보이지 않는 변장 중인 자신을 그가 진지하게 받아들일 리가 없다. 일시적인 착각일 거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의 행동은 나탈리에게 지축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었다.
그녀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
"나탈리, 너와 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어."
왕립학교의 귀갓길, 베네딕트의 말에 나탈리의 눈빛이 흔들렸다. 카페에서 변장한 그녀가 목걸이를 받은 지 며칠 후의 일이다.
그를 향한 마음을 포기할 수 없어 고민하던 나탈리는, 마침내 마음을 정하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저도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요.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먼저 말씀드려도 될까요?"
"그래, 괜찮아."
웃는 그의 앞에서 손을 꼭 쥐고 있던 그녀는, 힘들어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저와의 약혼을 취소해 주실 수 있나요?"
"뭐!?"
베네딕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나탈리는 마치 봇물 터진 듯이 말을 이어갔다.
"베네딕트 님께는 다른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는 것 같잖아요? 우리의 약혼도 제가 일방적으로 당신께 부탁드린 것이니 억지로 저와 결혼해 주실 필요는 없어요."
"아니야, 나탈리."
당황한 베네딕트가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사랑하는 건 너뿐이야. 그러니 그런 말은 하지 말아 줘."
처음으로 그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흔들리는 나탈리였지만, 그래도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럴 리가 없어요. 저, 당신께서 말씀하셨던 카페에 다시 갔다는 것도, 그곳에서 비싼 목걸이를 여자에게 선물한 것도 알고 있어요."
"...... 마음에 들지 않았어?"
"하지만 ...... 저는 베네딕트 님을 믿었는데......."
울먹이는 나탈리의 어깨를 끌어안고서, 그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네 안경 낀 모습도, 카페에서의 제복 차림도 잘 어울렸어."
"네!?"
나탈리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알고 계셨어요? 그게 저였다는 걸?"
"흑발흑안의 너도 꽤 신선했어."
베네딕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