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였을 줄이야)
아무리 소매치기를 당했다고는 하지만, 순간적으로 사과를 던지는 것은 숙녀가 할 짓이 아니다. 게다가 나탈리는 운동신경이 매우 뛰어나서, 사과는 목표한 대로 소매치기의 머리에 정확히 맞았다. 작은 승리의 포즈를 취하는 순간까지 그녀는 베네딕트에게 들켜버렸다.
모자를 깊게 눌러쓴 베네딕트가 카페에 왔을 때, 나탈리는 그를 금방 알아봤다. 급히 다른 종업원에게 그의 접객을 맡긴 후 가게 안쪽에서 그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그가 신경 쓰였던 나탈리는 그에게 다가온 소매치기를 자연스럽게 눈치챈 것이다.
나탈리는 베네딕트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자신을 찾는 것도 알아차렸지만, 곧장 가게 안쪽으로 물러나 있었다.
그녀는 당시를 떠올리며 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베네딕트 님은 또 카페에 오실 생각이려나)
그가 올 때마다 나탈리는 그를 피하기 위해 휴식공간으로 숨어들었다. 만약 그에게 정체를 들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나탈리의 등골이 오싹했다. 후작가의 후손으로 태어난 남자에게 어울리는 아가씨가 시내의 카페에서 일할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아직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 가게에 자신을 전력으로서 투입하기 위해, 그녀는 특별한 용무가 없는 한 최근의 휴일은 거의 그 가게에 나가고 있다.
그곳에서는 귀족처럼 꾸밀 필요도 없고,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어 나탈리는 그 시간이 생각보다 즐거웠다. 가게가 번창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것도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아버지처럼 나탈리도 타고난 상인이었다. 매장에 서서, 그녀는 잘 팔리는 상품, 현재 유행하는 상품, 앞으로 유행할 것 같은 상품까지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 학교 수업보다 실학이 훨씬 더 재미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게다가 ......)
처음 볼 정도로 들뜬 베네딕트의 표정이 나탈리에게는 몹시 신경 쓰였다. 변장한 자신처럼 귀족답지 않은 여자를 좋아하는 타입이었을까 하는 혼란과 함께, 약혼녀가 있는데도 다른 여자를 만나러 가는 시점에서 애초에 약혼 상대로서 저래도 되나 싶어 그녀의 마음은 흔들리고 있다.
(그런 분일 줄은 몰랐어. 내가 억지로 그와 약혼을 맺은 것이 잘못이었을까?)
귀족들 사이에서는 정략결혼이 당연했고, 베네딕트와 나탈리의 약혼도 양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맺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베네딕트에게 못마땅한 것이 아니었나 싶어, 나탈리는 뒤늦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성실함은 나탈리에게 가장 중요한 사항이었다. 긴 인생을 서로 신뢰하며 살아가려면 아무리 좋아해도 바람둥이 남자는 무리라고 나탈리는 생각했다. 베네딕트가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한 것은 아니지만, 약혼녀가 있는데도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설령 그 바람둥이 상대가 자신이라 해도.
그런 짓을 하는 남자는 분명 또다시 같은 짓을 반복할 것이 틀림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나탈리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며, 다음 수업의 교과서를 가방에서 슬그머니 꺼냈다.
***
"안녕하세요."
익숙한 목소리에 카페에 있던 나탈리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베네딕트의 모습이 있었다.
(와 계셨구나, 몰랐어 ......)
그를 목격하자, 변장 중인 나탈리의 어깨가 움찔한다.
"...... 안녕하세요."
"잠시만, 저한테 시간 좀 주실래요?"
"저기 그게......."
나탈리가 도움을 청하듯 같은 또래의 점원 아이를 돌아보자,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