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카페를 차렸다고 네 아버지한테서 들었어. 너는 자기 입으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몰래 구경하러 갔지. 일하고 있는 너는 활기차 보였어."
"그게 저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계셨나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는 그녀에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너를 잘못 볼 리가 없잖아. 변장을 잘했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럼 왜 ......?"
"네가 너무 아닌 체하니까 나도 말을 맞춰봤어. 네가 화내는 모습도 처음 봐서 그런지 왠지 귀엽기도 했고......."
"~~~~"
빙긋이 웃는 베네딕트 앞에서, 나탈리는 허둥지둥했다. 그가 이렇게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을 줄은 몰랐다.
베네딕트는 아련한 눈길을 했다.
"네가 내게 말을 걸기 전부터, 나는 왕립학교에서도 눈부시게 빛나는 너를 눈여겨보고 있었어. 너처럼 밝게 웃는 아이는 처음 봤으니까."
"......!"
얼굴이 새빨개진 나탈리에게,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너는 몰랐겠지만, 너와 약혼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어. 하지만 넌 나한테 맞추려다 보니 점점 표정이 딱딱해지고, 학교에서도 미소 짓는 일이 줄어들었어. 나는 그게 미안하기도 하고, 쓸쓸해기도 했지."
"제가 너무 무리해서 베네딕트 님께 약혼을 강요했나 싶어서요. 적어도 당신께 조금이라도 합당한 사람이 되고 싶었답니다."
"네가 노력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좀처럼 말을 꺼내지 못했어. 하지만 카페에서 네 표정을 보고 기뻤어. 그리고 소매치기를 물리쳐 준 그때의 너에게 다시 반했고."
나탈리의 손을 잡은 그에게, 그녀는 물었다.
"그럼, 그 목걸이는 ......?"
"예전에 네게/ 준 귀걸이에 맞춰서 골랐어. 네 이니셜도 새겨 넣었는데, 눈치채지 못했어?"
"아뇨, 전혀요. 그럼 아까 베네딕트 님이 말씀하셨던 상담이란 ......
"졸업하면 가능한 한 빨리 너와 결혼하고 싶으니 결혼식 날짜를 상담하고 싶어. ...... 어때?"
조금 긴장한 듯 베네딕트가 쳐다보자, 그녀는 기쁜 듯이 웃었다.
"이런 저로 괜찮으시다면, 잘 부탁드려요."
"나는 네가 좋아."
나탈리의 몸이, 그의 품에 부드럽게 안긴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너를 좋아하니까. 무리하지 말고 너답게 지내줬으면 좋겠어."
"...... 정말 그렇게 괜찮아요? 전 장삿속도 있고, 귀족영애답지 않은걸요?"
"그런 부분도 매력적이야. 나한테 없는 것을 많이 가지고 있는 너에게 끌린 거니까."
그의 품 안에서, 나탈리는 가슴속에 행복이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
왕립학교 졸업 후 바로 맞이한 결혼식에서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나탈리를 진한 파란색의 프록코트를 입은 베네딕트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름다워, 나탈리."
"후후, 베네딕트 님도 멋지세요."
나탈리의 목과 귀에는 에메랄드 목걸이와 귀걸이가 빛나고 있다. 베네딕트가 그녀의 귀에 부드럽게 입을 가까이했다.
"흑발흑안의 너도 좋았지만, 역시 이 모습 그대로의 네가 좋아."
"...... 그런 일도 있었네요."
나탈리가 빙그레 웃는다. 베네딕트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좋다는 말을 듣고 나서부터, 그녀는 한결 밝아지고 미소가 늘어났다.
"그때는 의심해서 죄송했어요."
"아니, 네가 나와의 결혼을 받아들였으니 그것으로 충분해."
당시 나탈리의 오해 이후, 베네딕트는 더 이상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이전보다 더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 성실한 그를 그녀 역시 좋아했다.
자유롭게 재능을 펼친 그녀가 베네딕트와 함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상회를 아버지를 능가할 정도로 발전시킬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때의 두 사람은 아직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