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베네딕트에게서는 뭔가 반응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헛수고하는 것 같아서, 점점 더 그가 무표정해지는 것 같았다. 조바심과 슬픔을 느끼던 나탈리는, 그가 어제 만났던 소녀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 그 분을 다시 만나러 가실 건가요?"
나탈리가 물었더니,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러 갈 생각이야."
"그런가요."
나탈리는 가지 말아달라는 말을 꾹꾹 눌러 참았다.
***
"하아."
그로부터 조금 지난 어느 날, 작은 숨을 내쉬는 베네딕트 앞에서 나탈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세요?"
"아니, 조금. ...... 저번에 나를 도와준 소녀를 만나기 위해 그 카페에 몇 번이나 갔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았는지 좀처럼 만나주지 않아. 매장에서 만나도 금방 자취를 감춰버려서."
"...... 그건 만나고 싶지 않은 거 아닐까요?"
어딘가 냉랭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나탈리에게, 베네딕트는 슬픈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가 귀찮게 하는 걸까?"
"뭐, 일이 바쁘다거나 그럴 가능성도 있을 것 같네요."
베네딕트의 눈빛에서 왠지 모르게 열기가 느껴진다. 나탈리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애초에 약혼녀에게 다른 여자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 자체가 무례하게 느껴졌다.
나탈리의 말수가 줄어든 것을 눈치챘는지, 베네딕트는 화제를 바꿨다.
그에게 맞장구를 치면서도, 성실하다고 생각했던 베네딕트의 들뜬 모습에 나탈리의 기분은 가라앉았다.
교실 앞에서 그와 헤어진 후, 그녀는 자신의 자리에 앉자마자 창백한 얼굴로 책상 위에 엎어졌다.
(제발 좀 봐줘......)
한숨을 크게 내쉬며 나탈리는 눈을 감았다.
사실 그녀는 베네딕트가 어떻게 소매치기를 당할 뻔했는지, 그리고 그 소녀가 어떻게 소매치기를 물리쳤는지도 잘 알고 있다. 베네딕트의 곁으로 다가온 능숙한 소매치기를 알아차린 카페 점원 소녀가 손에 있던 사과를 소매치기를 향해 힘껏 던진 것이다. 흑발흑안, 두꺼운 안경을 쓴 수수한 소녀가 던진 사과는 소매치기의 머리에 정확히 명중했고, 베네딕트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빼내려던 소매치기는 그 자리에서 구속당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나탈리가 베네딕트를 미행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휴가 행적이 궁금하긴 했지만, 역시 그녀도 분수를 알고 있다.
베네딕트가 우연히 방문한 그 가게는 나탈리가 아버지의 투자를 받아 오픈한 카페로, 그녀도 그날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거, 저라고요 ......!)
평민으로 가득한 그 마을에 귀족은 별로 오지 않는다. 하지만 귀족들만 다니는 왕립학교의 학생이 그런 곳에서 일하면 체면이 서지 않으니, 설령 학우를 만나더라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녀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나탈리는 아버지의 상회 루트를 통해 얻은 눈 색깔과 머리 색깔을 일시적으로 바꾸는 약을 사용해 금발과 녹색 눈을 모두 검은색으로 바꾼 후 매장에 서 지낸다. 여기에 두꺼운 안경을 쓰고 가게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쓰면 거울을 봐도 같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카페를 찾은 여동생에게 응대할 때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그녀에게 작은 목소리로 정체를 밝히자 깜짝 놀라는 동시에 큰 웃음을 터뜨렸었다.
"어머, 언니였어!? 어떻게 봐도 다른 사람이잖아!"
배꼽을 잡고 깔깔 웃는 여동생을 보며, 나탈리는 자신의 변장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베네딕트의 말투를 보아도 역시 그녀가 그녀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