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아벨."
"그건 괜찮지만 ......이제 어떻게 할 건데? 사정을 이야기해서 나를 다시 파티에 복귀시키려고?"
"그것 말인데 ...... 카일이 문제잖아?"
"아...... 그 녀석."
에리카의 말은 진심이 아니었지만, 카일의 말은 전부 진심이었을 것이다.
"아벨이 동료로 받아준 은혜도 잊고 그런 말을 하다니, 카일이라는 녀석, 정말 못됐어."
"대체로 동의하지만 ...... 너한테만은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을 것 같아."
"나, 나는 스킬의 효과니까 어쩔 수 없었는걸?"
"글쎄 ...... 그렇긴 해."
사실, 샬롯은 나를 감싸 주었다.
카일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지, 예전부터 나를 싫어했던 것 같다.
"뭐 ...... 나도 카일과 더 이상 파티를 함께 하고 싶지 않아."
"그렇지? 그래서 아벨은 예정대로 파티를 빠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흠. 그럼 그다음은?"
"때를 봐서 나도 파티를 떠날 거야. 그리고 나랑 너랑 둘이서 어딘가 시골에 가서 한가하게 살자."
"...... 그렇구나."
그렇다면 내 일정과도 맞는다. 혼자가 아닌 에리카와 함께 시골에서 슬로우 라이프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뭐 ...... 나는 시골에서 느긋하게 살려고 생각 중이었던 참이었어. 에리카가 따라온다고 하면 굳이 말릴 이유는 없지."
"그 말은 내 생각에 응해준다는 의미야?"
"그건 보류."
에리카를 미워하지는 않지만, 갑자기 그런 말을 들어도 곤란하다.
"...... 알았어. 그럼 아벨은 예정대로 내일 파티에서 빠져줘."
"알았어. 내가 가려는 시골은 ......
"아, 그건 괜찮아. 아까의 서약의 키스 계약 덕분에, 네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
"......조금 무서운데......."
어디에도 도망칠 곳이 없어 보인다. 아니, 딱히 도망칠 생각은 없지만.
"아무튼, 나는 돌아갈게. 다시 말하지만, 아까는 미안했어."
에리카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 내 방에서 나가버렸다.
ㅡㅡ다음 날 아침, 나는 출발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뭐, 아직 있었어? 빨리 떠나지 그래!"
아침부터 활기찬 성녀님이 나를 비난하며 떠나갔다.
저것도 츤데레? 라는 배드 스테이터스의 효과일까? 솔직하지 못하게 된다는 건 알겠는데 ......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 법칙을 아직 잘 모르겠다.
"큭큭, 아벨, 정말 미움받는 존재인가 보네~"
엄청나게 즐거워 보이는 카일이 다가왔다.
"카일, 배웅하러 왔어?"
"그래, 맞아. 불쌍한 너를 비웃으러 왔다고."
"흥, 그러셔. 너야말로 그렇게나 싫어할 줄은 몰랐는데."
"그렇다면 여태까지 속마음을 숨겨온 보람이 있었던 거지. 마지막 순간까지 비밀로 해두었다가, 이때다 할때 폭로하는 거지. 그렇게 해서 네가 절망하는 모습을 보는 건 최고의 기분이야!"
"그래 그래, 그거 잘 됐네."
"큭큭, 허세만은 잘하는구만."
허세라. 에리카의 저 모습은 진심이 아닌데 ...... 뭐랄까, 이렇게까지 광대짓을 해 주니 오히려 웃음이 난다.
오히려 조금 불쌍하게도 느껴진다.
"너도 힘내라."
"흥, 너한테 들은 필요도 없지. 네가 없어지면 파티는 내 것이니까. 에리카도 반드시 내 것으로 만들어 준다!"
"그, 그래......."
"성녀님의 순결한 몸에,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지. 큭큭큭."
"...... 뭐, 잘해봐."
에리카는 의식 마법에 의해 나 외의 사람과는 같이 잘 수 없다. 게다가 만약 누군가가 강제로 손을 대려고 하면 그 사람이 저주를 받는다는 덤도 있다.
더군다나 에리카는 곧 파티를 떠날 것이다.
알려줘도 괜찮지만 ...... 마지막까지 비밀로 하고 있다가 여기다 할 때 폭로하는 것이 가장 기분이 좋다고 하니, 꼭 직접 체험해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