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노르트 오라버니께 부탁이 있어요."
"셰릴이 부탁을 하다니 드문 일인데. 대체 무슨 부탁이길래?"
오라버니는 오늘도 당당한 모습으로 찻잔을 한 손에 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저도 이제 열여섯 살이 되어 데뷔할 나이가 되었어요. 그래서 저를 에스코트할 사람을 오라버니께서ㅡㅡ찾아주셨으면 해서요."
ㅡㅡ순간, 앞쪽에서 '쨍그랑'하는 소리가 들렸나 싶더니, 탁자 위에 떨어진 찻잔이 부서져 버렸다. 왜 그러는가 하고 시선을 돌리자, 오라버니의 손가락에 부서진 손잡이만 남아 있었다. 찻잔의 손잡이가 깨져서 컵이 테이블 위로 떨어진 모양이다.
"오라버니, 괜찮으세요!?"
내 목소리에 시녀가 재빨리 테이블을 닦는다. 테이블이 커서 그런지 다행히 나나 오라버니에게 피해는 없었던 것 같다.
다행이다...... 하지만 깜짝 놀랐어. 손잡이는 부서질 수도 있구나. 혹시 원래부터 균열이 있었던 걸까?
"ㅡㅡ셰릴, 다시 확인하자."
갑자기 최근 들어 들어본 적 없는,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깜짝 놀라 오라버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약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무, 무슨 일이세요, 오라버니?"
"에스코트를 해줄 사람을 찾아 달라고... 그렇게 말했나?"
"네. 그렇게 말했는데요?"
"왜지?"
"음, 그건 ...... 곧 데뷔라서?"
되감기 전의 나는 제대로 된 데뷔를 할 수 없었다.
오라버니가 꺼려해서 그랬는데, 이유는 아마도 내가 사교계 데뷔를 하면 위스타리아 후작가를 노리는 자들의 표적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의 나는 원래부터 오라버니의 편이라서 위험하다. 그렇다면 대대적으로 데뷔를 한다 해도 지금보다 더 위험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무난한 시집처를 찾기 위해서라도 데뷔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내가 묻는 것은, 왜 나에게 부탁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건 ...... 오라버니에게 폐가 되잖아요?"
파티의 에스코트 역할은 원래 약혼자나 연인, 혹은 가족이 맡는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오라버니는 가족이지만,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혈육이 아닌 오라버니이기도 하다.
내가 에스코트를 맡으면 오라버니의 결혼 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다. 되감기 전에도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 나 때문에 결혼 시기가 늦어지면 불쌍한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어느새 오라버니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선 오라버니는 내가 앉은 소파 등받이에 손을 대며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다.
"오라버니?"
"셰릴은 다시 말해, 내 걱정을 하고 있다는 거지?"
"네, 그런데요 ......?
"그럼 걱정할 필요 없어. 네 에스코트는 내가 맡을 테니."
"하지만..."
"셰릴, 내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잖아."
반박을 봉쇄당한다.
하지만 뭐, 오라버니만 괜찮다면 내가 거절할 이유도 없다.
"알겠습니다. 저도 오라버니께서 에스코트를 해주신다면 안심할 수 있으니까요."
내가 미소 짓자, 오라버니는 내 귓가에 입술을 대고 "착한 아이다"라고 속삭였다. 귀에 닿는 입술의 감촉과 달콤한 속삭임에 몸이 떨렸다.
놀란 나를 뒤로 하고, 오라버니는 금방 몸을 떼어냈다.
"셰릴의 드레스를 준비하지. 최고의 디자이너를 불러야겠군."
그렇게 정신없이 준비는 진행되었고, 파티날이 다가왔다. 내 데뷔는 왕족들까지 참석하는 큰 파티였다.
되감기 전에는 제대로 된 데뷔도 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나는 드레스로 갈아입는 중이다.
오라버니가 준비해 준 짙은 파란색을 바탕으로 한 드레스. 에스코트인 오라버니의 눈동자와 같은 색인 그 드레스는 일류 재봉사가 자수를 놓았다.
머리카락은 트윈테일로 묶고, 머리 장식에도 오라버니 의 눈동자와 같은 색의 보석이 장식되어 있다.
흠잡을 데 없는 멋진 디자인이지만, 오라버니 랑 내가 연인 사이로 오해받을까 봐 걱정이다. 아무리 남매라지만 실제로는 피가 섞이지 않았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 오라버니가 마중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