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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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2월 28일 00시 27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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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게 된 내가 무너지는 것은 너무나 빨랐다. 자랑스러웠던 위스타리아 후작가는 불과 1년 만에 쇠락했고, 그 영지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리고........



     도적단의 마차 습격.

     후작가의 마차를 도적이 습격하는 것은 보통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설령 습격을 당했다 해도 정규 훈련을 받은 호위 기사들을 도적떼가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도적의 칼날에 찔렸다.



     그것이 아군의 배신인지, 아니면 도적을 속인 자객이었기 때문인지는 더 이상 알 수 없다. 내가 생각한 것은 '이제 더 이상 겁먹고 살지 않아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었다.



    " 알노르트 오라버니, 나, 잘했지......?"



     살아서 수치를 당하면서도 끝내 도망치지 않았다.

     그것만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나는 스물한 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ㅡㅡ그랬어야 했다.


     




    "...... 어라? 나, 죽은 줄 알았는데 ......"



     눈을 떠보니, 그곳은 푹신푹신한 침대 위였다.

     설마 그 상태에서 죽지 않았어?

     살아난 것을 실감하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또 혼자 힘으로 버텨내야 하냐는 두려움이었다. 더 이상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버티기엔 너무 힘들다.



     무심코 침대 위에 앉아 무릎을 감싸던 나는, 그 팔다리가 이상하게 작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찔렸어야 할 상처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설마.........



    "세상에, 이게 어떻게 된 거야 ......?"



     거울로 달려간 나는 숨을 멈췄다.

     거울에 비친 것은 매일 보던 익숙한 내 모습이었지만, 몸도 마음도 망가진 21살의 내가 아니라 귀여운 잠옷을 입은 10대 중반쯤의 나였다.

     설마, 어린 시절로 돌아갔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 몸은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고만 생각된다. 뭔가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물건이 있을까 싶어 실내를 둘러보던 나는, 테이블 위에 커프스 단추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 아버지의 커프스 단추야."



     유품으로 받은 순금 커프스 단추.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나는 한 달도 안 돼서 학교 기숙사에 던져졌기 때문에 여기에 커프스 단추를 놓은 것은 그때뿐이다.



     즉, 지금은 내가 열네 살이 된 직후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한 달 이내라는 뜻이다.



     ...... 잠깐만.

     지금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라면, 오라버니는?



     아직 살아계실 거라 생각하자, 잠옷을 갈아입을 틈도 없이 방을 뛰쳐나갔다. 나는 잠옷자락을 펄럭이며 위스타리아 성의 긴 복도를 전력 질주했다.

     그렇게 오빠가 있어야 할 집무실로 뛰어들었다.

     생각난 것은 빛으로 가득한 따뜻한 일상.

     하지만........



    "그, 런 ......"



     눈앞에 펼쳐진 것은 커튼이 쳐진 어두운 빈 방이었다.

     오빠가 집무를 보던 흔적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또다시 혼자가 되어 버렸다.



    "이제, 무리야....... ......"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눈물을 흘린다.

     ...... 하나님, 이런 건 너무합니다.

     외톨이인 나에게 또다시 위스타리아 후작 가문을 지키라는 건가요?



    "...... 셰릴, 빈 방에서 무슨...... 울고 있어?"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몸을 떨었다.

     1년 가까이 듣지 못한 목소리. 그리고 기억 속에 있는 것보다 더 어린 목소리였다.



     그리고 동시에 떠올랐다. 오라버니의 집무실이 만들어진 것은 오빠가 당주가 된 후였다. 이 시기에는 아직 오라버니의 집무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살짝 떼고, 얼굴 앞에서 맞잡은 손의 손가락으로 눈꼬리를 누른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뒤에 있는 청년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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