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
    2023년 12월 28일 00시 22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나는 내 의붓오빠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위스타리아 후작가의 유일한 정통 후계자인 나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 내 착각이었다. 알노르트 오라버니가 당주의 자리에 오른 것은, 권모술수에 능한 귀족들로부터 무식하고도 무력한 나를 떼어놓기 위해서였다.

     오라버니는 늘 나를 보호해 주셨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적을 잘못 보고 있어서, 오빠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여러 번 음모를 꾸몄다. 오히려 오빠가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했던 사람들과도 교류했다.

     그 결과...





    "셰릴 위스타리아. 그대를 단죄한다."



     왕성에 있는 알현실.

     스무 살 생일을 앞두고, 나는 윈스 제2왕자의 독살 미수죄로 붙잡혔다. 나는 새빨간 융단 위에 죄인으로서 무릎을 꿇고 있다.



    "율리우스 왕세자 전하, 저는 윈스 제2왕자의 잔에 독을 넣은 적이 없어요!"

    "그렇지 않다면 증거를 제시해. 증거가 없으면 아무리 결백을 주장해도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제가 독을 넣었다는 증거는 있나요?"



     율리우스 왕세자 전하께서는 대답 대신 부하 중 한 명에게 지시를 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겁에 질린 모습의 시녀 두 명을 데리고 왔다. 둘 다 나를 섬기는 시녀임을 확인한 나는, 내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거기서부터는 내가 상상했던 대로 전개되었다.



     시녀 중 한 명은 내 명령에 따라 독이 든 와인을 입수했다고 증언했고, 다른 시녀는 내게 건네받은 와인을 윈스 제2왕자의 잔에 부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모두들 명령에 따라 행동했을 뿐, 자신들의 주인이 윈스 왕자를 독살하려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 망상을 잘도 말하다니! 도대체 누구의 사주를 받은 건가요!"

    "거, 거짓말이 아닙니다! 셰릴 아가씨야말로 저에게 명령한 것을 없었던 일로 할 생각이신가요!?"



     없었던 일이고 뭐고, 처음부터 그런 명령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시녀는 레디스 메이드라고도 불리는 메이드의 상급 직책이다. 위스타리아 후작가의 영애인 나를 섬기는 시녀들은 모두 이름 있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딸들이다.

     그녀들의 증언은 나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만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이 자리에도 내가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손발이 되어야 할 시녀들이 나에게 독살을 지시받았다고 증언하고 있는 이상, 내가 아무리 결백을 주장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나는 누군가에게 모함을 당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결백을 증명할 수 없다.

     나는 둘째 왕자를 독살하려 한 죄로 처형당해야ㅡㅡ했다.

     하지만 그 알현실에 새로운 방문객이 나타났다.

     내 의붓오빠인 알노르트였다.



    "......땅에 떨어진 저를 비웃으러 왔나요?"



     내가 물려받아야 할 후작의 지위를 빼앗고, 나를 위스타리아 후작가의 내정에서 멀어지게 한 증오스러운 남자. 그 남자에게 내 단죄의 자리를 보여준다는 사실에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알노르트는 내가 뱉은 독설에도 반응하지 않고 율리우스 왕세자 전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붉은 융단의 바다에 얼굴을 파묻는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셰릴의 오빠인 저에게 있습니다. 그러니 모든 형벌은 이 저에게 내리시고, 셰릴에게는 관대한 처분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내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간 미운 사람이다. 그런 그가 나를 위해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나 대신 벌을 받겠다는 말을 할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728x90

    '연애(판타지) > 두 번 다시 의붓오빠를 의심하지 않겠어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0) 2023.12.28
    5  (0) 2023.12.28
    4  (0) 2023.12.28
    3  (0) 2023.12.28
    2  (0) 2023.12.2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