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내 짝은 너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저, 저는 ......"
원래, 카산드라는 로렌스 왕자에게 끌렸다.
그가 자신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앞으로는 다른 여자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덮어두었던 마음이 그의 구혼으로 인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와 결혼하면 파멸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카산드라는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대답에 곤란해하는 카산드라를 보다 못했는지, 로렌스 왕자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갑작스러운 말에 놀랐겠지. 대답은 나중에 해도 상관없어. 그 대신, 네가 맡은 영지 개발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려줘."
"죄, 죄송합니다."
구혼을 당한 상태라서 당황하면서도, 카산드라는 필사적으로 질문에 답했다. 왕자와의 다과회를 무사히 마친 카산드라는 방으로 돌아가자마자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청취자 여러분, 이게 어떻게 일이에요!?"
[너무 조급해하지 마w]
[뭐 그거다, 그렇게나 천사처럼 굴면 어쩔 수 없지w]
"웃을 일이 아니에요!"
카산드라가 목소리를 높이다가, 심호흡을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보다, 로렌스 왕자님과 약혼하면 파멸한다고 했잖아요?"
[정확히는, 질투에 미쳐버리면 말이지만]
"로렌스 왕자님이 그 성녀에게 마음을 품는다면 그게 그거잖아요!"
[질투 선언 귀여워]
[귀엽다]
[ㄱㅇㅇ]
"닥치세요!"
소리를 지르며, 어깨를 들썩인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ㅡㅡ하며, 카산드라는 다소 진지하게 우울해하였다.
[그래도, 지금의 카산드라라면 괜찮지 않겠어?]
[그렇겠지. 왕자도 성녀를 이미 만나고 나서 카산드라 아가씨를 좋아하게 된 것 같고. 딴 눈 팔지 않지 않을까?]
[아니, 이게 원작 스토리의 강제력이라면 위험하지 않겠어?]
[뭐, 그렇긴 해. 하지만 아직 모르니까 일단 약혼이라도 해보는 건 어때?]
"제 목숨이 걸려있는데 마음대로 말하지 마! 랍니다!"
댓글에 'www'로 웃음을 뜻하는 댓글이 대량으로 달렸지만, 카산드라는 지극히 진지하다. 이를 눈치챘는지 청취자들의 의견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뭐, 사실 피할 수 있다면 약혼은 피하는 게 낫지 않겠어?]
[하지만 거절할 수 있겠어? 상대가 왕자님인데?]
"어렵네요. 왕자가 직접 청혼했는데 자작 영애에 불과한 제가 거절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아버지께서도 반대하지 말라고 하실 테니까요 ......"
[그래서, 본심은?]
"동경하는 왕자님의 구혼을 받자 조금 설레고 있답니다."
[뿜었다w]
"카산드라 아가씨, 약혼하는 거야?"
[영원히 파멸해라!]
"파멸은 원하지 않아요!"
댓글창은 아비규환이다.
하지만, 가장 흥분한 사람은 다름 아닌 카산드라다.
"그보다, 왜 구혼을......"
[그야, 그렇게나 성녀처럼 굴면 눈치채는 게 당연하잖아. 본인도 말했지만, 성녀에게 끌릴 것 같은 캐릭터였고]
"그럼, 역시 도시의 개혁이 원인이라는 건가요?"
[그렇겠지]
[카산드라 아가씨가 최근에 예뻐진 것도 원인이겠지만, 역시 가장 큰 원인은 마을에서의 성녀스러움 때문이겠지. 서민들에게 인기가 많으니까]
대체로 그런 의견들이었다.
카산드라는 침묵을 지키다가, 비난하는 듯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여러분, 파멸을 피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었잖아요?"
[말했지]
[말했어]
[말했던 것 같아]
"그런데 그 때문에 구혼을 받는다니, 본말전도도 유분수잖아요! 그럼 청취자 여러분, 저를 속인 거네요~!?"
카산드라의 비통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이후 카산드라는 왕자의 청혼을 받아들여 그와 함께 나라의 개혁을 위해 노력했다. 백성을 사랑하고 때로는 혁명적인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그녀는 또 하나의 성녀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가끔 허공을 향해 청취자라고 부르는 모습에서 그녀는 청취자라는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성녀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그 진위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