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의 원인이 된다는 말을 들은 이후 카산드라는 로렌스 왕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었다. 대화할 일이 있을 것 같지 않은데 ......라며 당황스러워한다.
"외람되지만, 저에게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거죠?"
"그래, 나는 에둘러 말하는 걸 싫어해.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는데, 나와 약혼해 줘."
"후에!?"
[카산드라 아가씨의 '후에!?' 잘 먹었습니다!]
[아아아, 정말 내 카산드라를 빼앗겨 버리는 거냐고!?]
[과몰입 ㄴㄴ 어차피 이세계라서 손도 안 닿으니 포기해]
"시, 시끄러워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다가, 정면에 있는 로렌스 왕자의 시선을 느껴 급히 정면을 바라본다.
"그, 그 ...... 저한테 청혼하는 것처럼 들렸는데요?"
"그래, 그렇게 말하고 있어. 우선은 약혼부터 하려고."
"그, 저기,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그래.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
로렌스 왕자는 잠시 생각하는 척을 했다. 그리고 그가 말한 것은, 이 나라가 서서히 부패하기 시작했다는 놀라운 이야기였다.
"...... 왕국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서 그렇다는 말씀인가요?"
"역시 눈치채고 있었나."
"아니요, 그 ...... 뭐."
말을 흐린 것은, 그것이 청취자로부터 전해 들은 이 나라의 사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나라에는 부정부패를 없애는 새로운 바람이 필요해. 나는 왕세자인 형의 보좌관으로서 함께 이 나라의 부패에 맞서 싸울 동반자를 찾고 있었어."
카산드라가 맞장구를 쳤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성녀인 여주인공에게 마음을 빼앗긴다는 것이 원작의 스토리다. 그래서 카산드라는 청취자로부터 그 사실을 미리 듣고 있었다.
"성녀가 이 나라에 나타났다는 소문은 들었답니다."
"과연 대단해. 사실, 그녀도 후보에 포함되어 있었어. 그래서 나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각자가 다스리는 영지로 확인하러 간 거지."
"시찰, 이요? 그런 보고는 받지 못했습니다만........"
"당연히 변장하고 잠입한 것이니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장난스럽게 웃는다.
그 모습에, 카산드라는 뭔가를 깨달았다.
[이건 설마 ......w]
[플래그 회수 아니야?]
[무슨 소리인데?]
[얼마 전, 도시를 시찰하던 중 그런 청년이 있었어. 머리색과 눈동자만 바꾸면 비주얼이 둘째 왕자를 닮았다고 해서 은근히 화제가 됐었어.]
"그런 말 못 들었어요!"
무심코 카메라를 붙잡으며, 로렌스 왕자에게 들키지 않게 하며 물었다.
[확신이 없었으니까. 인상적인 만남이었지만 실제로는 매일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으니, 얼굴이 비슷한 사람 정도 ...... 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크으으......"
확실히 그 말 그대로다.
그 시찰 간 날만 해도 카산드라는 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만났다. 그중 한 사람의 얼굴이 로렌스 왕자와 닮았다고 해서 본인의 변장을 의심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여기 와서는 그 가능성이 높아졌다.
"저기, 로렌스 왕자님, 혹시 그 뒷골목에서 만났었나요?"
"그래. 그때는 정말 고마웠어."
역시 그때였구나! 라며 카산드라는 아가씨답지 않은 비명을 질렀다.
"그때는 심한 말을 해서 미안했어. 카산드라 양가 내 말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하고 싶었거든."
"그, 그런가요. 물론 신경 쓰지 않는답니다."
거짓말이다.
카산드라는 지금 진심으로 안도하고 있다.
(아, 아슬아슬했어. 그때 그 무례하다고 따지던 호위병을 막아서 정말 다행이었어! 그렇지 않았으면 지금쯤 ......!)
무례한 사람으로서 처벌을 받은 것은 카산드라 쪽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상대는 몰래 시찰 나온 것이니 보통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파멸할 운명을 알고 있는 카산드라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