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당신, 다친 곳은... 없는 것 같네요."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청년은 해를 입기 전이었던 것 같다.
"예, 덕분에요. 그런데 ...... 당신은?"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카산드라라고 합니다."
감히 가문명은 밝히지 않는다.
상대를 위협할 생각도 없고, 가문의 이름으로 위세를 부릴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는 카산드라는 이름에서 힌트를 얻은 듯 "당신이 소문난 영애인가."라고 중얼거렸다.
옷차림은 비교적 부유한 평민 같은 느낌이다. 정보에 정통한 사람, 예를 들어 상인 같은 사람이라면 카산드라의 이름을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카산드라가 입을 열었다.
"저에 대해 알고 계세요?"
"예. 최근 성녀에 대항이라도 하듯 도시를 개혁하기 시작한 자작 영애지요? 좋은 소문도 많이 들리지만 ...... 보이지 않는 곳은 꽤나 허술한 것 같군요."
"ㅡㅡ무례한 놈!"
"물러나!"
경호원 중 한 명이 청년에게 다가가려 하자, 카산드라가 날카롭게 명령했다.
"호위병이 실례했습니다."
"어? 당신은 내 말을 용서하는 거야?"
"용서고 뭐고 사실이니까요. 당신 말대로 눈에 보이는 곳에만 손을 대고 있는 것이 현실이랍니다. ...... 지금은요."
"언젠가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도 손을 뻗을 거라는?"
"당연하죠. 영민을 위한 재개발이니까요."
카산드라가 미소 짓자, 청년은 멍한 표정을 짓는다.
[함락됐구나, 확신]
[쉽네]
[카산드라는 요즘 험악함이 사라진 덕에 더 귀여워졌으니까~]
최근 들어 다소나마 청취자의 이상한 말투를 이해할 수 있게 된 카산드라는 ,무슨 바보 같은 소리냐며 ......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청년을 바라보았다.
"안전한 곳까지 모셔다 드릴 테니 따라오세요."
그렇게 영지 시찰을 계속하는 나날들. 그 공로를 아버지에게 인정받은 카산드라는 조금씩 큰 일을 맡게 된다.
때로는 청취자들의 지혜를 빌려 영지의 난제를 해결해 나갔다.
이대로라면 영지가 파산하여 파멸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왕자와 엮이지 않기만 하면 된다며 안도하던 어느 날, 카산드라에게 왕궁의 초청장이 도착했다.
"왜, 왕궁에서 초대장이 ......?"
[카산드라 아가씨가 이제 괜찮다며 플래그를 꽂았으니까 ......]
[이것이 여성향 게임의 강제력인가 ......]
"불길한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
하지만 카산드라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왕궁의 부름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정장 드레스를 입고 성으로 갔다.
마중 나온 시녀의 안내로 도착한 곳은 성의 안뜰이었다.
"저쪽입니다."
시녀가 가리킨 곳은 장미 정원으로 둘러싸인 휴식 공간. 다과회 자리가 마련된 그 자리에는, 이 나라의 둘째 왕자인 로렌스 왕자가 앉아 있었다.
"안녕, 카산드라 양, 잘 와줬어."
"로, 로렌스 왕자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카산드라가 파멸의 원인이 되는 상대. 최선을 다해 피하던 상대가 초대한 상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카산드라는, 크게 동요하면서도 카테시를 하였다.
그렇게 초대받은 대로 자리에 앉고, 권하는 대로 홍차를 마신다.
(왜, 로렌스 왕자가 나를? 솔직히, 살아있는 기분이 들지 않아)
카산드라가 동경하는 왕자님. 장차 약혼녀인 자신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될 것이라는 미래를 알게 된 후, 그 어렴풋한 연심도 어느 정도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 상대와의 뜻밖의 재회라는 상황에, 카산드라는 완전히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카산드라 아가씨, 너무 동요했어w]
[역시 파멸할 운명인가 보네]
[내 카산드라를 빼앗길 거야 우우우우우우]
댓글의 파멸이라는 단어를 보고, 카산드라는 제정신을 차린다.
"그, 그래서 오늘은 무슨 용무인가요?"
"그게, 사실은 네게 할 말이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