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식이 달려든다. 카산드라는 그의 팔을 붙잡고는 일부러 뒤로 넘어졌다. 팔을 빼앗긴 영식은 어쩔 수 없이 함께 쓰러져 카산드라 위에 엎드렸다.
"ㅡㅡ오세요!"
카산드라가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순간, 문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열리며 호위 기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이 본 것은 카산드라를 덮치고 있는 영식의 모습이었다.
"네놈, 아가씨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아, 아니야. 난 그냥........"
"잡아라!"
호위 기사 대장이 지시를 내리자, 다른 기사들이 영식을 데리고 간다. 그 옆에서 카산드라는 다른 시녀들에게 둘러싸여 고개를 숙이고 있는 리즈의 모습을 목격했다.
"......그럼,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죄송합니다!"
리즈는 그 자리에서 엎드렸다. 무거운 분위기가 이곳을 지배하는 가운데, 댓글창은 '진짜 단죄극 왔따~'라며 신나 하고 있다.
"리즈,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그것은 본래 카산드라가 취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청취자들에 따르면, 비록 미수에 그쳤지만 남자에게 봉변을 당할 뻔한 카산드라는 충격을 받고 방에 틀어박혔고, 그 사이에 부모님이 리즈를 단죄해 버렸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나는 이유를 묻고 있는 거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저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니 한숨만 나온다. 어떻게 할지 생각에 잠겨 있는데, 시녀 중 한 명이 발언을 허락해 달라며 손을 들었다.
"왜 그러니?"
"사실 리즈네 집안은 영지의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동생이 병에 걸렸다고 하네요......"
"...... 그렇구나."
[이건 동생의 약값을 대가로 배신하는 패턴이네]
[카산드라가 불쌍해]
[리즈도 불쌍하지 않아?]
[그렇다고 해도 주인을 배신하면 안 되지]
댓글에도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며 카산드라가 생각한 것은, 지금까지 리즈와 함께 보낸 시간이었다.
이래저래 몇 년이 지났다. 리즈는 카산드라를 잘 섬겨주었다. 나이가 비슷한 그녀는 카산드라에게 언니 같은 존재였다. 그런 상대에게 배신당한 것에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카산드라는 이렇게 생각한다. 자신이 조금만 더 시녀들의 안부를 살폈더라면 배신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리즈, 당신은 오늘부로 해고야."
"...... 해고, 라고요?"
무거운 벌을 받을 줄 알았던 모양이다. 사실상 무혐의 처분에, 리즈는 당황했다.
"당신에게 벌을 내리면 내가 남자에게 욕보였다는 흉흉한 소문을 밝혀야만 하잖아? 그것은 귀족영애인 나에게 치명적이야. 그러니 해고로 그치는 것이고. 대신 오늘 있었던 일을 입 밖에 내면 안 돼."
[일부러 쓰러질 때까지 기다렸으면서]
[카산드라 아가씨, 설마 거기까지 읽고 넘어진 거야?]
[악역영애인데도 불구하고 상냥해w]
(확 날려버릴까봐요)
마음속으로 청취자를 욕하며, 리즈에게 당장 저택에서 나가라고 명령했다. 그렇게 리즈가 나가기를 기다리던 카산드라는 시녀 중 한 명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리즈의 남동생의 병에 대해 알아보고 익명으로 도와줘."
[악역영애(웃음)]
[오히려 성녀잖아]
[아니, 너무 솜방망이잖아. 죄를 지었으니 제대로 단죄해야지]
[리즈한테는 벌을 주고 그 가족에게는 자비를 베푼 느낌인데도?]
[그래도 너무 약해]
다양한 댓글이 달린다.
상냥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너무 약하다는 의견도 눈에 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은 시녀들도 마찬가지인지, 카산드라의 명령을 받은 시녀가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물었다.
"괜찮아. 그 남동생은 죄가 없는걸?"
"알겠습니다."
그런 대화를 나눈 후 시녀들을 방 밖으로 물러나게 했다. 그렇게 혼자 남게 된 카산드라는, 눈에서 한줄기 눈물을 흘렸다.
카산드라에게, 리즈는 언니처럼 기댈만한 존재였다.
"...... 리즈, 왜 나를 배신했어."
[카산드라가 불쌍해]
[울고 있는 카산드라 ㄱㅇㅇ]
"시끄러워요, 확 날려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