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 소설? 제가 소설의 등장인물이라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그것도 질투에 휩쓸려 파멸하는 아가씨야. 분명 몰래 짝사랑하는 둘째 왕자와 약혼했지만, 둘째 왕자는 여주인공인 헬레나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설정이었던 것 같은데]
그 말에 카산드라는 숨을 멈췄다.
가문을 생각하면 카산드라가 왕족과 약혼할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다. 하지만 아무도 알 수 없는 비밀, 둘째 왕자가 그녀의 짝사랑 상대라는 것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내가 둘째 왕자를 좋아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그렇게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알아챌만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설령 이클립스 자작가에 첩자가 잠입해 있다고 해도 지적될 리가 없는 사실이다.
(설마 ...... 정말로? 아니, 판단하기엔 아직 일러)
"그 헬레나라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예요?"
[에메랄드로즈 자작가의 영애였지 않나?]
"...... 에메랄드 로즈 자작가? 어머, 이제야 들통났네요. 에메랄드 로즈 가문에는 헬레나라는 제 또래의 딸이 없답니다!"
[이 아가씨, 귀족의 가족 구성을 다 기억하고 있는 거냐고w]
[아니, 그런 설정이니까. 우리말을 믿지 않는 것도 그렇고.......]
[그렇다는 말은, '그럴 리가 없어요~!'라고 말하면서 파멸하는 아가씨를 지금부터 보여준다는 뜻?"
[악역영애의 파멸 방송이네]
[파멸 방송 뿜었다w]
제멋대로 댓글이 쏟아져 나온다.
"잘 모르겠지만, 바보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것만은 알겠어요! 에메랄드 로즈 가문에 헬레나라는 영애가 없는 이상, 틀린 것은 당신들이에욧!"
[확실히, 정말로 에메랄드 로즈 자작가에 여주인공이 없다면 이상한 일인데]
[사실은 여성향 게임과 비슷한 다른 세계라는 설정이라거나?]
[아니, 헬레나는 분명 서민의 딸이었지만 성녀의 힘에 눈을 떠서 열다섯 살 생일에 에메랄드 로즈 가문의 양녀가 되었다는 설정이었을 텐데]
"추한 변명이네요. 성녀는 전설 속의 존재잖아요. 그리고 설령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 해도, 양녀가 된 지 얼마 안 된 교양도 없는 여자가 로렌스 님을 첫눈에 반하게 할 리가 없잖아욧!"
웃음을 터뜨리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러자 댓글에도 가속도가 붙었지만, 카산드라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이후 카산드라는 카메라를 버리려 했지만, 몇 번을 시도해도 벽을 뚫고서 다시 돌아왔다. 결국 포기한 카산드라는 카메라를 벽으로 향하게 만들고서 시녀를 불렀다.
"부르셨나요, 아가씨?"
"왔구나, 리즈. 아침을 먹을 테니 옷 갈아입는 거 좀 도와줘."
"알겠습니다."
전속 시녀인 리즈를 필두로, 시녀들이 카산드라의 옷을 갈아입는 것을 돕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침 준비를 마치고 식당으로 향하기 위해 방을 나선다.
그 직후, 리즈가 불쑥 입을 열었다.
"그런데, 카산드라 아가씨, 혹시 들으셨나요?"
"뭐를?"
"최근 이 나라에 성녀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있어요."
카산드라의 목구멍에서 숨이 흘러나왔다.
"...... 서, 성녀? 정말로 성녀야?"
"정말 믿기지 않아요. 하지만 어떤 귀족이 양녀로 받아들이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하니, 꽤나 신빙성 있는 이야기라고 하네요."
"...... 그래? 참고로 그 귀족은......"
"거기까지는 ...... 죄송합니다."
카산드라는 묵묵히 생각에 잠긴다.
(리즈도 자세한 내용은 모르는 소문. 그러니까 비교적 최근에 퍼지기 시작한 소문임에 틀림없어. 그럼 그 댓글의 말은 사실 ...... 이라는 뜻?)
물론, 사전에 그 정보를 미리 입수해 준비해 둔 것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역시 아침 식사는 좀 더 나중에 먹을게."
"카, 카산드라 아가씨?"
"나중에 다시 부를게."
리즈 일행을 복도에 남겨두고, 카산드라는 서둘러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침대 위로 올라가 카메라를 들고 들여다보았다.
"방금 전의 대화, 들고 있었죠? 어떻게 된 일인가요?"
[고속 플래그 회수 수고w]
[마치 타이밍을 맞춘 듯한 정보 공개였어.]
"장난치지 마세요. 당신들은 ...... 신이라도 되는 건가요?"
[아니야, 그냥 청취자라고]
"청취자라는 신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