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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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2월 23일 21시 00분 2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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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산드라 이클립스.

     자작가의 영애인 그녀는 연인이었던 제2왕자와 약혼을 하였다.

     하지만 제2왕자는 다른 영애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이를 알게 된 카산드라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그 영애를 해치려다 파멸에 이른다.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 그녀는, 여성향 게임의 악역영애다.



     그러나 여성향 게임의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그녀는 그 설정을 결코 알 수 없다.

     ㅡㅡ본래라면.



    (...... 이건 뭐람?)



     열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한 다음날 아침. 캐노피가 달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카산드라는 눈을 비비고 있었다. 허공에 빛을 띤 반투명 판자가 떠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 일어났다.]

    [좋은 아침, 첫 생방송이 잠방이라니 너무 참신하잖아w]

    [아니, 이거 현실 맞지? 가상 말고.]

    [어딘가의 성인가? 세트장에 돈을 너무 많이 들였잖아.]

    [소속을 안 적었던데 개인 방송인? 분명 어디선가에서 준비해 준 거지?]



    (허공에 글자가 하나둘씩 떠다니고 있네요. ...... 그리고 이 내용. 저에 대해 말하는 거 맞죠? 대체 뭐가 뭔지)



    "당신, 누구세요?"

    [목소리, 귀여워!]



     그런 글자가 몇 개 나오더니, 이어서 '시청 확정', '채널 등록했습니다' 등등 카산드라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이 계속 흘러나왔다.



    "목소리에 대한 칭찬은 기분 나쁘지 않지만, 제 질문에 답변해 주실래요?"

    [누구냐고 물어봐도 ...... 아, 팬네임을 말하는 건가?]

    [아니, 팬네임이라고 해도. 설정을 모르면 대답할 수 없잖아?]

     

    [그렇지? 지금까지는 잠든 모습을 중계하고 있을 뿐이었고.]

    "...... 먼저 이름을 밝히라는 뜻인가요?"



     카산드라는 그렇게 대답하며, 최선을 다해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자신의 사생활이 이세계에서 중계되고 있으며, 이를 본 청취자들이 댓글을 달고 있다는 사실을 카산드라가 알 리가 없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네요. 이번만큼은 특별히 제가 직접 이름을 밝혀드리지요."



     카산드라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했다.



    [츤데레www]

    [츤데레 아가씨였냐w]

    "츤데레? 그게 뭔가요, 그보다 잘 모르는 말을 입에 담지 말아 주시면 안 될까요? 확 날려버립니다?"

    [날려버립니다w]

    [저 좀 날려주세요!]

    [나는 차라리 밟히고 싶어!]



     이런 댓글로 넘쳐나자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이게 평범한 방송인이었다면 댓글이 달리는 와중에도 자기소개를 진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카산드라에게 그런 대응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였다.

     놀라운 동체시력으로 댓글을 읽던 카산드라는, 마음에 걸리는 한 문장을 발견했다.



    [댓글만 보지 말고, 이제 카메라 좀 봐. 왜 댓글창의 대각선 뒤에 카메라를 설치해 둔 건데?]

    "...... 카메라?"



     물론 중세 유럽을 모델로 한 듯한 세계의 주민인 카산드라가 카메라라는 명칭을 알 리가 없다. 하지만 댓글의 내용에서 대충 짐작하고서 돌아본다.

     거기에는 렌즈가 달린 구체가 떠 있었다.



    "...... 이게 카메라인가요?"



     허공에 떠 있는 그것을 슬쩍 들여다본다.

     그대로 고개를 돌리자, 댓글창이 엄청난 속도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소녀 왔다아아아아아!]

    [쩐다, 얼굴의 파괴력이 개쩐다!]

    [아니, 이 얼굴 어디선가 본 적 있지 않아?]

    [어, 거짓말, 이거 편집된 영상이지?]

    [무슨 소리냐. 이렇게 실시간으로 편집이 가능하겠어?]

    [아가씨, 가슴골이 보일 것 같아요!]



     댓글을 바라보던 카산드라는 그 한 문장을 보는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지금까지의 대화로 미루어 볼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자, 잠깐만. 지금의 나는, 분명 ......)



     두려움에 떨며 시선을 내리자, 자신의 상체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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