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4장・학교최종학년 캐롤 15세> 49 아름다운 당신
    2021년 02월 02일 03시 53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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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2651eh/49/

     

     

     

     

     "그하하하하핫, 어리석은 산 자들이여, 우리들 망자의 제국의 초석이 되도록 하라."

     

     깊은 숲 속에서 나타난, 주위의 밤을 휘감은 듯한 검은 옷을 입은 해골이 지팡이를 휘두르자, 고블린과 코볼트, 리저드맨의 사체에 섞여서, 더러운 갑옷을 입은 모험가같은 좀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수는 수 천 마리. 그 망자의 모임을 이끌고 있는 해골은, 리치라고 불리는 불사의 마물이었다.

     

      "가라 나의 군단이여. 산 자들을 쓸어버려라!"

     

     이 리치는 어디에서 나타난 것일까? 무슨 목적이 있는 걸까? 다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사실은, 이 진행방향에는 마족의 촌락이 있고, 이대로 가면 마족들은 전멸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ㅡㅡ

     

     

     

     "ㅡㅡ[Dragon Breath]ㅡㅡ"

     

     그 순간, 진홍의 광선이 좀비의 무리를 횡으로 갈라버렸고, 대지가 용암이 되어 폭발하자 주변의 좀비들이 휘말려서 불타버렸다.

     

     "뭐라고!?"

     리치가 경악과 분노에 휩싸여 주변을 둘러보자, 언덕 위에 불에 비추어진 진홍색 인영을 발견하였다.

     "네놈인가! 누구냐!?"

     

     긴 흑발을 바람에 나부끼고, 단이 짧은 진홍색 드레스를 입은 그 엘프같은 소녀는 차갑게 리치를 내려다 보고는, 몸 길이 정도의 대검을 들고 질풍과도 같은 속도로 망자의 무리에게 돌진하였다.

     " [Holy Enchant] "

     외날의 대검이 흰 빛이 감싸인 후, 춤추는 듯이 회전하면서 좀비의 무리를 돌파하자, 지나친 좀비들이 빛 속에서 소멸하였다.

     

     "이노옴! [벼락] 이여, 적을 쳐라!"

     리치의 지팡이에서 직선 상으로 전격이 내달렸지만, 소녀는 그걸 옆으로 스탭을 밟으며 피하고, 반격을 할 셈으로 한 손을 리치에게로 향했다.

     

     " [Acid Cloud] "

     

     "그억."

     "ㅡㅡㅡㅡㅡㅡㅡ!!"

     주변으로 확대된 [산성구름] 이, 리치를 지키고 있던 좀비들을 휘감았고, 내구력이 낮은 개체는 흐물흐물하게 녹아버렸다.

     "이노오오오오오옴! 잘도 나의 군단을! 여봐라, 저 무뢰한 자를 쳐라!"

     실체가 있는 좀비면 몰라도, 반은 영체인 리치에게 물리계 공격마법은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그럼에도 고통은 있었는지, 화를 내며 남은 좀비들에게 명하자, 천 마리 가까운 좀비가 소녀를 깔아뭉개기 위해 파도처럼 밀고 들어왔다.

     "크하하하하하! 봤느냐, 무뢰한 자여! 네놈은 내가 직접 이 손으로 끝장을, "

     

     좀비에게 짓눌린 소녀를 보며, 리치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다가가자, 언덕처럼 쌓여있었던 좀비의 산더미 안에서, 미세하게 목소리가 들렸다.

     

     "ㅡㅡ[Typhoon]ㅡㅡ"

     

     "우오!?"

     좀비들의 중심에서 폭발하듯이 폭풍이 휘몰아쳤고, 날려가버린 그 중심에서 흰 빛에 휩싸인 진홍의 소녀가 대검을 들고 뛰쳐나왔다.

     

     " [Lightning Slash] !"

     "그오오오오옷!?"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뛰어든 소녀의 [전투기술] 이 리치의 몸을 갈랐고, 반유체였기 때문에 위력이 반감되었어도 통렬한 일격을 받은 리치가 무심코 몸을 빼자, 소녀는 그걸 추격하지 않고 외날의 대검을 대기에 꽂았다.

     

     "Setup [Saint Cloche] all"

     

      소녀의 모습이 순백의 차이나드레스와 은갑옷으로 바뀌자, 대검도 어느 사이에 거대한 지팡이로 바뀌었고, 순백의 소녀는 쫓아온 좀비를 지팡이로 휘둘러버리면서 그 지팡이를 크게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ㅡㅡ[Holy Bless]ㅡㅡ"

     

     목소리와 함께 지팡이로 대지를 치자, 소녀를 중심으로 눈부신 빛이 전방위로 방사되었다.

     "바, 바보같은, [성스러운 축복] 이라고!?"

     이 리치는 애초에 마술사가 아닌 사교의 사제였는데, 천년 전 당시의 교황이 단 한번만 사용할 수 있었던 고대의 두루마리를 쓴 것을 본 일이 있었지만, 그건 지금은 사용자도 없었고 그 주문 자체도 실전되었을 전설의 제 8계급 마법이었다.

     "바보같은, 바보같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은!!"

     자신을 중심으로 방사되었기 때문에 사용하려면 적의 안에 들어갈 수 밖에 없지만, 그 빛에 닿은 좀비들이 전부 허물어지는 광경에, 정신과 몸 양쪽에 막대한 대미지를 입은 리치는 현실회피를 하려는 듯 등을 돌리며 도망쳤다.

     

     "ㅡㅡ후우."

     빛이 사그라들자 숨을 고른 소녀는, 도망쳐가는 작아진 리치의 등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서, 흰 지팡이를 다시 대지에 꽂아넣었다.

     

    "Setup [Arjuna Cloche] all"

     

     그 모습이 흰 가죽갑옷과 녹색 외투로 변하자, 이번에는 지팡이 대신 거대한 궁을 들고, 은화살을 천천히 잡아당겼다.

     

     "ㅡㅡ [Enperial] ㅡㅡ"

     

     활에서 직경 1미터는 되는 빛이 쏘아졌고, 도망치는 리치의 허리 부근을 날려버리며 하반신을 증발시켰다.

     

     "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남은 리치의 상반신이 비명을 지르면서 넘어졌고, 활의 [전투기술] 과 [성스러운 축복] 을 받아서 엉망진창이 되어 굴러다니면서, 즉시 쫓아온 소녀를 증오에 차서 노려보았다.

     

     "이걸로.....이겼다고 생각 마라. 내가 사라져도 5년 전에 부활한 마왕님이ㅡㅡ"

     "......."

     슈욱!

     소녀가 거대한 활을 채찍처럼 휘둘러서 리치를 완전히 소멸시켰다.

     

       ***

     

     ".....마왕?"

     그런 게 있었나? 아니 있었네요.

     VRMMORPG의 추가 DLC. '최악마왕의 습격' 입니다

     다른 대륙에서 마왕과 그 군세가 쳐들어온다는 내용이었는데, 저는 안타깝게도 그게 발매되기 전에 이쪽에 와버렸습니다.

     어슴푸레한 고지내용을 떠올려보니, 마왕은 애초에 VRMMO의 무대인 이스벨 대륙 출신이었는데, 뭔가를 되찾으러 왔다던가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마도 폐인 플레이어 한 파티는 되어야 쓰러트릴 만한 상대이기 때문에, 정말로 있다고 쳐도 상관하지 않는 편이 좋아보이네요.

     어차피 내버려두면 멋대로 이스벨 대륙으로 갈 것이니, 저쪽의 모험가가 힘내서 쓰러트려 주겠죠. 레벨이 해방되지 않았다면 큰일이겠지만요.

     

     그건 그렇고 5년 전? 그럴 듯한 사건은 아무 것도 없었는데, 5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5년 전에 있었던 제일 큰 사건은, 제가 포차에 타고서 대형선을 부순 걸 목격당한 정도겠네요. 이상해.

     맞아맞아, 마술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5년이 지나서, 순조롭게도, 이벤트가 산더미처럼 밀려오는 최종학년이 되었습니다.

     ......불안함 밖에 없네요.

     여성향 게임에서는 악역영애와 얽히는 이벤트가 첫 년도와 최종 학년도에 집중되어 있었고, 중반엔 공략자의 우호도와 명성 올리기, 돈벌이가 메인입니다.

     어째서 돈벌이가 필요하냐면, 이벤트용의 드레스의 가격으로 호감도가 바뀌기기도 하고, 고아원에 기부를 해도 호감도가 오르기 때문입니다.

     역할렘 엔딩을 만들려면 꽤 아득바득 벌어야 하지만, 그 아리스라면 문제는 없어보이네요.

     

     리치를 쓰러트리고 마족의 촌락ㅡㅡ이제 '마을' 이나 '시가지' 인 느낌이네요. 그곳에 돌아오니, 주민들이 환성으로 저를 맞이하였고, 그 안에서 장로가 나와서 노고를 위로해주었습니다.

     "캐롤님, 감사드리옵니다! 자자, 연회의 준비가 해놓았습니다."

     "응."

     확실히 말해 빨리 돌아가서 자고 싶었지만, 오락이 적은 주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반짝반짝한 눈망울을 보내고 있어서 알았다고 해둡니다.

     

     이 마족의 촌락도 외적이 적어진 덕에 사람도 꽤 늘어났습니다.

     사람이 늘면 그에 비례하여 문제도 늘어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반적인 책에 쓰여져 있는 공격마법과 회복마법의 시범을 보여주거나, 싸움법을 가르쳐주거나 했더니, 반대로 바빠지게 되었습니다. 귀찮아.

     제게 마련해주었던 집도 전에는 신전같았지만, 지금은 어째선지 작은 성같이 되어버렸습니다. 묘하게 환영해주고 있는 건 알겠지만, 그만큼 장로가 성가신 일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그다지 오래 있을 순 없습니다.

     그 리치도 며칠 전에 갑자기 나타난 모양이어서, 제가 때에 맞춰서 다행이라고 말하고 싶은 부분이지만, 사실 그게 엘더리치였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내심 전전긍긍했었습니다.

     왜냐면 리치는 레벨 50이지만, 엘더리치는 레벨 80이기 때문에, 1대1이라면 몰라도 VRMMO에선 전투 중에 무한으로 부하를 불러내니 혼자서는 힘들다구요.

     그래서 꽤 기합을 넣고 싸웠지만, 결국은 단순한 리치였기 때문에 잡졸은 많았지만, 전투시간이 5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틈이 생길 때마다 포차와 스킬렙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초레벨이 올라갔을지도 모릅니다.

     포차도 강해졌다구요? 이젠 니드호그와 싸워도 좋은 승부가 되지 않을까요. 이번엔 상대가 엘더리치였다면, 뒤에서 기습하도록 대기시키고 있었지만, 쉽사리 쓰러트려 버리는 바람에 지금은 토라져서 잠든 모양입니다. 나중에 뼈다귀를 가져다 줄게요.

     

     그럼, 플레이어 쪽의 캐롤은 그렇다 치고, 귀족인 저 자신의 일인데요, 5년이나 지나자 나름대로 성장했습니다.

     리치를 쓰러트린 연회 때문에 아침까지 어울리고 말았지만, 체력이 있는 플레이어의 몸에서 꼬마캐롤로 돌아와도 수업 중에 졸지 않은 채 끝날 것 같습니다.

     이젠 꼬마라고 할 정도로 작지도 않지만요.

     

        ***

     

     "어서오십시오, 캐롤님."

     

     카미유의 친구이며 필두집사를 하고 있는 니콜라스는, 저택의 문에서 카미유의 약혼자인 소녀를 맞이하였다.

     10년 전에 약혼자로 정해졌을 때는, '아인이 약혼자라니 너무해' 라고 소문이 났으며, 5년 전에 처음으로 만났을 때도 '이런 어린 아이라니 카미유님이 불쌍해' 라고 듣는 등, 그 소녀는 전혀 나쁘지 않았는데도 매도의 시선을 받고 있었지만, 그 약혼자인 카미유가 그녀를 받아들인 것과, 그녀가 마법으로 기사들을 치료해준 일에 의해 점점 그 시선은 풀어졌다.

     그 뒷편에서는, 말수 적은 영애와 모두의 사이를 필사적으로 유지하려는 니콜라스의 수고도 있었지만, 니콜라스에게도 보답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수고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카미유에게서 받은 연두색 드레스를 입고 조용히 걸어가는 소녀를 다른 하인들이 고개를 숙이면서도 곁눈질로 보았고, 그 후 미세한 한숨소리도 들려왔다.

     같은 연대의 15세 영애들에 비하면 아직 작은 인상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머리 반절 정도가 작은 정도여서, 겉모습은 13세 정도까지 성장하였다.

     그 정도까지 성장했다면 카미유와 같이 서도 그렇게 위화감은 없다.

     그보다도 하인들의 태도가 순화되고 많은 하인들이 그녀를 미소지으며 맞이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그 용모일 것이다.

     

     이전에는 하프엘프라고 하는 것만으로도 꺼리고 있었지만, 용모가 예쁜 자가 많은 엘프 종에서도 드물 정도의 정돈된 미모가 요 수년 사이에 꽃을 피워서, 귀족 사이에서도 상당히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만큼, 카미유가 마음 편하지 않은 나날을 보내는 모양이지만, 유학에서 돌아왔을 무렵의 음울한 기색을 알고 있는 만큼, 니콜라스는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기다렸어, 캐롤."

     "......응."

     

     현관까지 마중하러 온 카미유가 보는 쪽이 부끄러워질 정도의 미소를 띄웠고, 소녀가 평소처럼 적은 말수로 대답했지만, 최근에는 그리 싫어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것은 기분탓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소녀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지만, 지금은 아직 있는 나이 차와 키 차이도,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소녀를 데리고 저택 안으로 들어선 카미유의 뒤를 따라서 니콜라스가 문을 건너자, 니콜라스의 귀에 미세하게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울릴 때까지 앞으로 10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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