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살인자. 사후에 지옥에 떨어질 인간 이하의 집단이다. ...... 지옥의 귀신이나 염라대왕 같은 건 쓰러뜨릴 수 있을까? 아니면 악마나 타락천사 같은 서양식 지옥이 있는 걸까. 언젠가 어떤 문제로 인해 산 채로 지옥을 돌아다니는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그래서? 결국 범인은 어떻게 됐어? 역시 사형?"
"아마도. 당주는 모르는 척을 한 것 같습니다. 미쳐버린 아들에 대해서는 [몇 주 전부터 집에도 돌아오지도 않고 사라졌기 때문에 당사자의 행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우리 가문은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분명 알고도 모른 체 했겠지요."
"손익계산만으로 생각한다면 지극히 당연한 대응일 거예요. 진정으로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라면 그렇게 되기 전에 막았어야 했겠지만."
"그럼 최강 아빠 배틀은 우리 집의 불전승인가 보네"
"최강 아빠 배틀?"
"아무것도 아냐. 그럼, 이제 몸도 좀 따뜻해졌으니 이제 자야겠어. 잘 자~"
"안녕히 주무세요"
"좋은 밤 되시길."
"좋은 꿈을."
야식과 보드게임을 정리하고서 로리에는 자기 방으로, 셰리는 내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속으로 각각 돌아갔다. 나는 카가치히코 선생님의 방으로 갔다. 선생님의 방은 일본과 서양이 절충된 스타일이다. 카펫 위에 다다미가 몇 장 깔려 있고, 그 위에 이불이 깔려 있다. 서양식 방 안에 문방구와 행등이 있는 순 일본식, 아니 순 쟈파존식 인테리어가 놓여 있어 마치 어느 숲 속을 연상케 한다.
"그러고 보니, 왕립대학원 연구실에 재생치료의 연구 의뢰가 들어왔다고 해. 피해 여성들의 다리 결손을 의족으로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생장시키는 방향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흠. 그게 실현된다면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 같스므니다. 악화한 환부를 잘라내어 새로 자라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건강한 육체를 되찾을 수 있는 환자도 나올지도 모르겠스므니다."
"오크우드 박사는 해외 출장 중이라서 연구 자체는 박사님 없이 대학원생들이 시작할 것 같지만. 세상에 도움이 되는 연구라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
오크우드 박사만을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대명사처럼 취급하지만, 대학원이나 학자 길드는 박사가 없더라도 매드 예비군의 소굴이니까. 확실히 인체에 필요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연구로 파생될 것 같은 미래가 보이는 것 같다. 팔이 4개가 되거나 저게 저렇게 되고 이게 이렇게 되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그런 엉뚱한 소동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어찌 됐든 평화로운 것이 최고다. 아무 일 없이 모두가 웃으며 살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울지 않고, 고통받지 않고, 슬퍼하지 않고, 세상이 평화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되지 않고, 마음대로 안 되어서 가끔은 조금 싫을 때도 있지만.
아무 잘못도 없는데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그 아줌마나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하루빨리 잃어버린 다리와 웃음을 되찾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대학원에 연구비라도 기부할까. 돈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가끔은 세금 대책도 겸해서 자선사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학원에도 기부금을 넉넉히 보내주면 원장님도 웃으실 것 같다. 아니, 이제 돈으로 돼지고기만큼의 출석 일수를 사는 것이 당연시되는 시대가 되었으니, 이제 학원장에게도 애교를 부리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르겠다.
"그럼, 잘 자요 선생님."
"자장가는 필요하시므니까?"
"선생님의 좋은 목소리라면 확실히 숙면 효과가 있을지도."
겨울의 푹신한 털은 최고다. 그래서 체온이 높은 아이의 몸을 보온병 대용으로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나도 그들의 최고급 담요마저 능가하는 최고의 푹신한 겨울 털을 빌리고 있다. 이른바 기브 앤 테이크, 윈윈의 관계라는 녀석이다. 이제 겨울이 오면 추위도 더욱 매서워질 것이다. 안 좋은 일이 생겨서 마음이 추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집에는 무적의 푹신푹신이 있다. 믿을 수 있는 소중한 동료, 가족이 있다. 그래서 아무리 추운 겨울이 와도 골드 집안은 언제나 행복하고 포근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