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1부 384화 흑과 금의 마리아주(1)
    2023년 12월 13일 00시 15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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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사건을 순서대로 되짚어보자. 먼저 범인은 회장의 잔에 홍자색 은방울꽃에서 추출한 독극물을 발라서, 죽지는 않더라도 고통을 겪게 만들었다.



    회장이 미리 비장의 술을 대접한다는 이야기는 사전에 주방, 그리고 오늘 밤의 모든 요리를 준비한 헬만 바인 박사에게 전해졌기 때문에 술병은 쿨러에, 잔은 만찬이 시작되기 전에 카트에 깔끔하게 정리되었고 그 위에 깨끗한 천을 씌운 상태로 주방 구석에 준비되어 놓여 있었다. 있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다만 주방에는 요리사들이 있었고, 서빙하는 사람들도 수시로 드나들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일부러 흰 천을 걷어서 무언가 작업을 했다면 다른 누군가가 알아챘을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증언이다.



    점심 무렵이 되자 미식 마스터즈 회원들과 그 일행들이 하나 둘씩 오찬을 위해 호텔 레스토랑으로 모여들었고, 예정된 시간이 되어 한 달에 한 번 있는 정기 모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늦게 도착하는 습관이 있는 음악가 미스터 마카로니가 도착하고 나서야, 술을 대접하자는 박스터 씨의 말을 들은 늙은 종업원 라이벤투스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쯤에서 그는 카트에 다가가서 혹시라도 미비한 점이 없는지 마지막 점검을 하기 위해 흰 천을 걷어서 확인 작업을 했다고 한다. 독을 바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윽고 평소처럼 늦게 온 미스터 마카로니가 설마 현직 황제 폐하인 이그니스 마마이트 같은 걸어 다니는 초극물을 데려온 탓에 비장의 술보다 더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지만, 다행히 폐하의 무서운 소통 능력으로 금방 해결되었다.



    지금 가장 HOT한 패권국가의 COOL한 황제 폐하를 상대로 미식 길드의 길드 마스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는 박스터 씨의 지시를 받은 노장 라이벤투스는, 호텔 지하에 있는 쿨러에 보관 중이던 술병을 꺼내, 카트에 덮어씌웠던 흰 천을 걷어내고서 홀에 가져왔다.



    그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병뚜껑을 따서 잔에 부은 후 나눠주었다. 따르는 순서도, 나눠주는 순서도 일반적인 귀족 사회의 예의범절에 따른 것으로, 만약 범인이 그 관습을 알고 있었다면 이를 이용해 회장의 잔에만 독을 주입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그니스 폐하의 신속한 대응과 나의 회복 마법 덕분에 ...... 아니, 엄밀히 말하면 독이 약하고 치사량의 절반도 안 되는 소량이었기 때문에 다행히 죽지 않았다. 다만 피를 토하고 쓰러져 기절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목숨이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나도 즉사해 버리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가 아니라 '누가' '왜' 사건을 일으켰는가 하는 점이다."



    하우더닛 추리에서 중요한 것은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기묘기천기발괴상한 트릭이라면 몰라도, 이 정도의 사건은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다. 적어도 로리에나 올리브라면 쉽게 성공시킬 수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왜 범인은 독약을 먹여놓고도 그를 죽이지 않았을까. 그냥 괴롭힐 목적이었을까? 처음부터 피해자를 노린 것일까? 피해자가 누구든 상관없으니 사건만 일으키면 됐을까? 그를 괴롭힘으로써 부인을 괴롭히고 싶다. 라이벤투스에게 누명을 씌우고 싶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피해자 본인의 광기일 가능성도 있다. 이유는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리 추론해도 끝이 없다."



    "미식 마스터즈에 원한을 품은 자. 그런 자에게 돈을 받고 고용된 사람이거나, 혹은 공감, 동정하여 협력한 자. 그냥 유희범. 미식 마스터즈에 들어가지 못해 억울한 사람. 그 존재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자. 증거물과 대조해 하나하나 가능성을 배제하고 마지막 남은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탐정의 일이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명탐정인 나는 이미 범인이 짐작 간다."



    "세상에! 이런 짧은 시간에?



    "흠~. 역시 명탐정."



    "푸하하하하하! 대단하지 않느냐!"



    이그니스 폐하께서 직접 길드마스터로부터 사건 해결을 의뢰받은 탐정 권한으로 용의자들을 상대로 탐문과 함께 소지품 검사 및 가벼운 신체검사를 실시했지만, 독극물이 담긴 용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우리도 셰리의 협조를 받아 식당과 주방이 있는 호텔 1층과 지하를 샅샅이 뒤졌지만 수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화장실에 흘려보냈거나 외부 협력자에게 맡겨서 가져갔을 정도다. 범인이 가벼운 신체검사로는 발견할 수 없는 신체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있을 가능성은 셰리가 전원의 신체를 스캔해 준 덕분에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점이 있었다.



    참고로 돼지 수인인 음악가 마카로니 씨가 그 얌전해 보이는 얼굴과 엉뚱한 말투와는 달리 온몸에 화려한 피어싱과 타투를 꽤나 많이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이번 사건과는 상관없을 것 같으니 넘어가기로 하자.



    ――



    "자, 모여준 제군.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다."



    "정말요!?"



    "그래. 차례대로 이야기해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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