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구원의 빛을 본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에게,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웃으며 대답했다.
"하찮은 여자."
"......뭐?"
"자신을 무시하는 상대한테 굽신거리는, 손쉽고 따분한 여자야, 너는."
"뭐? 뭐어어어어!?"
"보나 마나 부모님께 약혼 파기를 호소했지만, 왕족과 결혼할 수 있는 기회라며 들어주지 않았겠지? 그것만으로 포기해 버리는, 하찮고 손쉬운 녀석."
"당신이 뭘 알아!!!!"
어깨를 들썩이며 분노하는 그녀에게, 나는 계속 말했다.
"나는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나랑 너는 이제 막 만난 사이잖아. 하지만 나는 너의 미래를 알고 있어. 하지만 만약 네가 정말 내가 아는 그 여자로 성장한다면, 이런 곳에서 이렇게 혼자서 우는 일은 없을 텐데......"
거기까지 말하고서 나는 손을 탁 쳤다.
"...... 아, 어쩌면 넌 내가 아는 그 여자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그럼 그냥 불쌍한 아이한테 너무 심한 말을 해버린 거잖아. 미안미안."
나는 그때의 짜증을 가득 담아 비꼬는 말을 그녀에게 던졌다.
분노에 떨고 있는 그녀를 보며, 나는 부드럽게 웃었다.
"정말로 파혼하고 싶으면 지금 이대로는 안 돼. 왕자에게 여자를 들이대고, 누가 봐도 네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방식으로 파혼을 강요해.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왕궁에서 고위 귀족으로 살아갈 생각이라면 그 정도야 할 수 있겠지. 가능하면 말이지만, 다른 친한 남자라도 있다면 그 녀석에게 힘을 빌리는 것도 좋겠지. 더 성실하고 좋은 남자와 사귀는 게 여자의 지위잖아? 그럼 잘 있어."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려는데, 샬롯이 나를 붙잡았다.
"잠깐 기다려! 제멋대로 말하기는, 당신이 대체 뭔데!"
"실피드 시그네우스."
"어?"
"예전엔 공작가의 장남이었어. 뭐, 적당히 조사해 보면 금방 알 수 있겠지. 그리고 이 명함도 줄게. 이웃 나라 스팽크스사의 연락처야."
"자, 잠깐!"
"아, 맞다."
갑자기 뒤돌아보자, 샬롯은 깜짝 놀라며 얼어붙는다.
"누군가가 도와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자기 일은 자기 힘으로 어떻게든 해."
멍하니 서 있는 그녀를 두고서, 나는 학교를 떠났다.
.......
(이런, 너무 많이 말했네)
거리를 두고, 시간을 두고서 나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나는 나한테 무례한 말을 한 그 이상한 여자가 자기만 불행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에, 무턱대고 화를 내며 마음껏 지껄이고 말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 나는 백작이고, 그녀는 후작영애이다. 저쪽이 더 높은 신분이다. 아니 뭐, 어쩌면 작위를 물려받을 계획이 없는 귀족 자제인 그녀보다 백작인 내가 더 지위가 높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보다 지위가 높은 후작님의 소중한 딸을 향해 나는 꽤나 심한 욕설을 내뱉어 버렸다. 더군다나 나는 현재 27세이고, 상대는 27세다. 아니, 20대 가까운 여자가 10살의 나에게 그리 심한 말을 한 것도 좀 그렇긴 하지만, 나도 나대로 저질렀다는 느낌은 있다.
(...... 일단 도망쳐볼까)
이 나라 1급 마술사 자격은 다른 나라에서도 통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친구에게 '내일부터 여행을 떠난다'라고 연락을 하고서 이웃 나라로 거점을 옮겼다. 그로부터 일주일 동안 친구는 전화통화로 "너무해", "너무 독단적이다", "너무 급하지 않았냐", "한 달에 한 번은 나를 만나러 와라"라며 매일 울어댔다. 너무 호들갑이다. 다른 친구는 없냐고 물었더니, 실프 군이 유일한 친구...... 라고 중얼거렸다. 뭔가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