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
    2023년 12월 09일 00시 14분 0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미래에서 온 후작영애한테 [하찮은 남자]라고 들었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만난 그녀에게 [하찮은 여자]라고 받아쳤다>

     


     


     "하찮은 남자."






     미래에서 왔다는 이상한 여자가, 엉망진창인 나에게 그런 말을 해버렸다.





     나는 보잘것없는 공작가의 장남이다.

     친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어릴 적에는 아버지와 계모와 이복동생과 함께 살았다.



     계모는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서, 내가 뭘 하든 불평을 하거나 때리기도 했다.

     아버지는 내가 계모에게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면 나를 때렸다.



     이복동생은 내 물건을 집요하게 빼앗아갔다.

     내가 받은 옷, 장신구, 만년필 등의 값비싼 물건은 다 빼앗아갔다.



    "너 같은 비천한 놈한테는 필요 없잖아."



     누가 할 소리냐고 생각하지만, 반론을 제기하면 부모까지 합세해 한 목소리로 나를 비난한다. 하루 두 끼의 얼마 없는 식사를 굶게 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나는 무슨 짓을 당해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게다가 내 키는 세 살 아래인 이복동생만큼 밖에 되지 않았고, 몸도 비쩍 말랐다. 이를 이용해 병약한 장남인 나는 밖으로 잘 내보내지 않았다. 요컨대 이복동생에게 집안을 물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복동생이 학습용의 책만은 훼손하거나 빼앗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책이라는 것은 비싸다. 수학이나 국어사전 등 자주 쓰는 것들은 각자 사주지만, 기본적으로 나와 이복형제의 공용이다.

     그리고 학습용 책을 찢거나 더럽히면, 설령 상대가 이복동생이라도 아버지는 화를 내신다. 설령 그것이 나만을 위한 것이라 해도 맹렬히 꾸짖으신다.

     그렇다고 내가 못 쓰게 이복동생 방에 모든 책을 놓아두면, 공부에 열심인 가정교사가 아주 기꺼이 그 책을 사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공부 시간이 늘어난다. 이복동생은 공부를 싫어해서 그게 싫은 모양이다.

     그래서 이복동생은 책만큼은 내 방에 빼곡히 놓아두고 있다. 더럽힐 수도 빼앗길 수도 없는 그 책을 읽는 것만이 나의 일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방 안이 환하게 빛나며 20살 전후의 여자가 나타났다.

     귀족들이 입는 하늘색 드레스를 입은 비교적 예쁜 여자였다.

     이 나라에서 보기 드문 빨간 머리에, 회색 눈동자가 씩씩하게 빛나고 있다.



    "어머, 여기가 어디람?"

    "......"

    "넌 누구니?"



     그것은 내가 할 말이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수상한 여자에게 찔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서, 나는 그저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진지하게 쳐다보았다.



    "응? 으으으으응? 혹시 실피드 시그네우스?"

    "아닌데."

    "아니, 맞잖아! 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야!?"



     확실히 실피드 시그네우스는 내 이름이지만, 이 여자에게 알려지는 것은 왠지 기분 나쁘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름을 알려주지 않아."

    "묘하게 착한 아이잖아!?"



     놀라는 별난 여자를 무시하고서, 나는 책을 읽는 작업으로 돌아간다.



    "잠깐, 너 나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 거야!?"



     오늘은 물리학 책에 손을 대려고 했었다. 관성의 법칙까지 읽었던가.......



     조용히 책을 읽고 있자, 팔을 잡혔다.

     날카롭게 느껴지는 통증에 눈을 감았으나, 소리는 내지 않았다. 아플 때 소리를 내면 맞기 때문에 나는 이럴 때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특기였다.



    "아, 미안, 다쳤어? 좀 보여줘."

    "건드리지 마 치녀야."

    "기껏해야 10살 정도인 주제에 왜 그런 이상한 말을 알고 있어!?"



     그 시끄러운 여자는, 마음대로 남의 옷을 벗기더니 내 몸을 보고 얼어붙어있었다.

     새롭고 오래된 흉터투성이인 내 몸은 보기에 좋지 않은 것 같다.

    728x90

    '연애(판타지) > 미래에서 온 후작영애한테 [하찮은 남자]라고 들었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0) 2023.12.09
    5  (0) 2023.12.09
    4  (0) 2023.12.09
    3  (0) 2023.12.09
    2  (0) 2023.12.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