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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구나."
이야기를 들은 가이아스는 안심한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그런 그에게 어깨를 으쓱했다.
"어머. 나 그렇게나 못 믿겠어?"
"아니. 다만 가족이라는 게 참 어려운 존재니까."
"...... 그래. 그 사람들이 지난 9년 동안 나를 가족으로 반쯤 받아들였다면 더 많이 망설였을 것 같아."
그녀들이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줬다면 나는 어땠을까. 나를 노예처럼 부려먹으면서도 위로의 말만 건네고, 선물도 해주고, 가족 모임에 초대했다면 .......
그렇게 생각한 나는 생각해도 소용없다고 느끼고는 생각을 멈췄다.
"설령 그랬다 해도 나는 도움을 주지 않았을 것 같아. 그런 걸로 해두자."
"사샤."
"왜냐면 나는 그 사람들보다 가이아스를 더 소중히 여기고 싶으니까. 나를 도와준 소중한 사람들을 우선시한다. 그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
망설임 없이 그렇게 말한 나에게 가이아스가 안겨온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나는 깜짝 놀라 양산에서 손을 놓아버렸다. 귀족 부인을 위한 귀여운 양산은 바람을 타고 바다 위를 미끄러져 나간다.
"잠깐, 양산이 날아가 버렸어!"
"괜찮아"
"가이아스까지 젖어 버렸잖아."
"사랑해."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남편은!
"뭐, 뭐야! 젖은 쥐처럼 된 내가 좋아?"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다시 사랑에 빠졌어?"
"그래. 소중히 여길게. 꼭 지켜줄게."
"아, 그거 말인데."
"응?"
"그. 아마 괜찮다고 생각해."
조금은 팔의 힘을 푼 가이아스에게,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계속 누군가가 나를 지켜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왜 나만 이럴까, 누가 좀 도와달라고 생각했어."
지칠 대로 지친 자작령에서의 나날들.
그 힘들고 괴로웠던 9년 동안, 나는 계속 저주처럼 그렇게 생각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원망한 적도 있다. 늘 지탱해 주던 부하들의 실패에 눈물을 흘린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막상 가이아스가 지켜줄 거라고 생각하니. 왠지 내가 보호받는 것보다 내가 가이아스를 보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샤."
"지탱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강해질 수 있는 거구나. 그러니 분명 나는 괜찮을 거야. 나, 가이아스의 아내가 되어서 정말 다행이야."
"또, 또 그런 말을 ......"
"어? 앗, 잠깐.......와앗!"
아니나 다를까, 가이아스는 나를 껴안은 채로 다리에 힘을 빼고 바다에 쓰러져 버린 것이다.
'풍덩'하고 큰 소리를 내며 쓰러진 우리는, 둘 다 머리부터 바닷물을 뒤집어쓰고 흠뻑 젖어버렸다.
"뭐 하는 거야!"
"방금 건 사샤가 잘못했다고 생각해."
"얼굴이 빨개졌네. 부끄러워? 차기 변경백이 겨우 그걸로 부끄러워하는 거야?"
"그런 건 자기에게 돌아온다고 학습하지 않는 부분이 귀여워."
"아, 죄송합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가이아스 님은 매력적인 분이세요."
"이미 늦었어."
그대로 가볍게 입술을 빼앗긴 나는, 얼굴을 붉히며 항의한다.
"밖에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모래사장에서의 키스는 허용되지 않았나?"
"여긴 바다 속이야."
"음... 지지를 않네."
"그런 부분도 좋아하지?"
"진심으로 반했어."
"......그럼, 용서할게."
"정말로, 너는 귀여운 아내야."
"멋진 남편 덕분인걸."
그렇게 우리는, 다시 한번 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남쪽 바다에서 행복한 키스를 나누었다.
그 후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고 겨울을 맞이했다.
가이아스는 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는 차기 변경백 부인으로서 바쁘게 지내고 있다.
그러던 와중, 나는 가끔씩 문득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던 그날을 떠올린다.
피로에 지쳐서 그날 실종되었던, 자작의 '사샤 살베니아'.
(하지만 그런 사샤는 이제 없어)
왜냐하면 지금 있는 것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지내는 '사샤 가드너'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내가 된 행복한 여성.
그리고 그런 지금의 '사샤'를 계속 소중히 여기겠다고, 나는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