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8 에필로그(2)
    2023년 12월 04일 21시 53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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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피아. 난 당신들에게서 가족으로 대접받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

    "내가 평소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아? 내가 좋아하는 색깔, 좋아하는 음식, 어떤 곳에 가서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하나라도 알고 있어? 내 생일에 선물을 준 적 있어? 건국기념일 가족 파티에 초대해 준 적은 있고?"



     내 질문에 소피아가 눈을 꿈뻑거린다.



    "그, 그래도 한 지붕 아래에서 살았잖아!"

    "내가 번 돈으로 말이지. 삼촌의 수입만으로는 저렇게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없었을 거야."

    "그, 그래. 당신이 우리를 먹여 살렸어. 그건 가족이기 때문이잖아?"

    "아니. 미성년자인 내가 돈을 다룰 권리가 없는 상황에서 삼촌이 내 자산을 마음대로 쓰고 있었어. 그게 다야."



     새파래진 얼굴의 소피아에게, 나는 아무 감정이 없는 눈빛을 보낸다.



    "하지만, 소피아. 이 9년 동안 당신은 딱 한 번, 나에게 말을 걸어준 적이 있었어."



     소피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기억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내가 복도에서 넘어졌을 때, '괜찮아? '라고 물어봐 줬어. 치료해 주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냥 걱정하는 말을 건네줬어."

    "...... 사샤, 언니......"

    "그래서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오늘은 면회를 받기로 한 거야."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는 소피아에게, 나는 눈을 내리깔았다.



    "당신은 평민이니 나를 만날 수 없는 처지야. 마지막으로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 바로 나의 보답이야."

    "그, 그런! 겨우 그게 다!?"

    "겨우 그것만을, 손에 넣을 수 있는 힘은 너에게는 없어. 지금처럼 사치를 부릴 수 있는 힘도 당신들은 가지고 있지 않아. 분수에 맞지 않게 살아온 과거는, 앞으로의 분수에 맞지 않는 삶을 보장하지 않아."



     분노에 찬 표정을 짓는 소피아에게, 나는 이날 처음으로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면 돼. 당신도 할 수 있을 거야. 너, 너를 철없는 여자라고 생각하지만, 무능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

    "......?"

    "다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 해온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어."



     어깨를 움찔거리는 소피아에게, 사샤는 그저 미소를 지었다.



    "내 사촌동생, 소피아. 당신은 결코 무능하지 않아. 알고도 모른 척했던 삼촌의 공범자. 난 나를 학대한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 만큼 어리석지 않아."

    "......!"

    "그리고 내 힘들었던 과거는 더 이상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내 감정에 공감하고 나를 도와주고 싶었던 소중한 사람들의 것이기도 해. 내가 너에게 지나친 정으로 용서하고 심지어 도움을 준다는 것은, 나를 돕기 위해 도움을 준 사람들을 내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



     진실로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어렵다.



     반면, 불합리하게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쉽고, 마음 편한 일이기도 하다.

     그동안 자신을 학대했던 사람들이 용서를 구하러 온다. 무시당하던 자신이 조금만 친절하게 대하면 그들이 아첨하며 다가온다. 복수심과 허영심을 채우면서도 '용서하지 않는다', '벌을 준다'는 에너지가 필요한 행위가 불필요해지는, 미지근한 물에 잠기는 듯한 세상이 그곳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도리에 어긋나는 행위다.

     사람을 학대한 자들을 불합리하게 용서하고 특혜를 주는 것은, 성실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다.



    "그런 짓을 하면 내게 남는 것은 '용서했다'는 우월감과 잘못된 정의감, 그리고 나를 발로 차버린 당신들뿐이야. 그래서 나는 그렇게 안 해."

    "사샤 언니, 하지만!"

    "자, 손님이 돌아가신대. 데리고 가."



     소피아가 무언가를 외쳤지만, 나는 듣지 않고 문을 닫게 했다.

     그렇게 소피아와의 만남은 끝이 났다.

     아마 이제 평생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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