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7 전말(1)
    2023년 12월 04일 21시 05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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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로잡은 자와 사로잡힌 자.

     살베니아 자작 저택의 자작 집무실 안, 바닥에 눌려 있는 사이러스와 그것을 내려다보듯 서 있는 가이아스가 마주하고 있다.



    "분풀이. 분풀이라. 듣고 보면 묘한 일이다."

    "사이러스."

    "나는 말이지, 가이아스 경. 딱히 사샤만 그런 게 아니라, 이 땅도, 전부 다 싫었다."



     지성이 느껴지는 그 표정에 가이아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샤를 이 자리에 데려오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가이아스는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달려온 아내에게 더 이상 불필요한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 아이와 함께, 이런 자작령은 차라리 망했으면 좋았을 것을......."

    "...... 자작령에 관해서는, 그 마음도 이해하지 못하진 않지만..."

    "그 애가 망하면 적당히 작위를 반납할 생각이었어. 어쨌든, 아홉 살짜리 소녀잖아? 통치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

    "그런데 그 애는 상상 이상으로 열심히 해냈지. 자작령은 무너지기는커녕 오히려 약간 회복하고 있었다. 그건 천부적인 재능이야. 나 역시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어."



     말하지 말아야 할 것 같은데, 입에서 말이 연이어 쏟아져 나온다.

     사이러스는 자신도 모르게 많이 참으며 살아온 것 같다며 실소를 터뜨렸다.



    "그래서 그 아이가 오랫동안 고통받는 것은, 내 본심이 아니었다. ...... 물론 천재인 그 아이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도 있었지만 말이야. 아버지와 형이 원해서 선택한 이 땅이 그들의 소중한 적자인 사샤를 괴롭히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바보 같은 녀석들이라며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

    "흐음."

    "내가 바보인 척하는 것도 모른 채, 스스로 일찍 죽어버린 멍청한 녀석들이다."

    "ㅡㅡ그건 아니야."



     움직임을 멈춘 사이러스에게, 가이아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현 재상 각하께 들었어. 그는 당신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역대 살베니아 자작 두 분에게 물어보았대....... 왜 당신이 능력을 숨기고 있느냐면서."

    "아닛, 무, 무슨 ......"

    "재상 각하만 그런 게 아니야. 네 아버지도, 네 형도 네가 능력을 낮게 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어."

    "그런 말도 안 되는! 아버지도 형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런 말은 한마디도......"

    "네 아버지와 형은 너를 이해하며 미안해하고 있었다고 했어. 하지만 이 자작령을 버릴 수 없다고도 했지. ...... 이거, 두 사람이 당신을 위해 모아둔 돈이지? 당신이 만든 계좌를 찾을 때 함께 나왔어."



     가이아스는 또 다른 가공의 계좌 증서를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꽤 많은 돈이 기록되어 있었다.



     계좌의 명의자는, 사이=러스.



    "당신네 가족은 정말, 여러 계좌를 만드는 걸 좋아하네."

    "뭐야, 이건 ......"

    "당신 말이야, 왜 좀 더 일찍 이 땅을 떠나지 않았는데?"



     조용해진 사이러스에게, 가이아스는 계속 말했다.



    "이 돈은 아마 당신이 독립하고 싶다고 했을 때를 대비해서 당신 아버지와 형이 모아둔 돈일 거야. 재상 각하한테도 '이 땅에 얽매여 어린 시절을 보내게 해서 미안하다'라고 말씀하셨다고 들었거든. ...... 그런데도 당신은 이 땅을 떠나지 않았지. 아버지와 형의 곁에서 자멸하는 쪽을 택한 거다."

    "나, 나는 ......"

    "당신은 사실, 아버지와 형을 많이 좋아했던 거지?"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나는, 아버지와 형을, 미워해서 ......)



     미워서, 그 생활방식을 용서할 수 없어서 본보기를 보여줬던 것이다.

     예시를 보여주는 것처럼 타락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생각을 다시 하라고 암시적으로 호소하고 있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의 사이러스을 보며 가이아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 됐어. 국왕 폐하의 칙령을 받아왔으니까."



     놀라서 고개를 드는 남자에게, 가이아스는 칙서를 들어 보인다.



    "사일러스 살베니아. 너는 북단의 수도원에서 9년 동안 구금이다. 그 대신 국가에 대한 배상액은 반값으로 감액한다."



     사이러스는 절규했다.

     그것은 사이러스가 가장 싫어하는 형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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