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 전 약혼남 윌리엄=웰닉스 (후편)(2)
    2023년 12월 04일 00시 51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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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깔 웃고 있는 신입 관료들을 보며, 윌리엄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ㅡㅡ요령이 나쁜 거 아닐까. 이제 그만 돌아갈 테니, 내가 빨리 사라져서 생긴 여가 시간에 효율성에 대해 생각해 봐.



     얼굴에 불이 난다는 말은, 이런 거다.



    (나는 주제도 모르고 그런 말을 ......)



     이런 영지에서, 열심히 일하다 녹초가 되어있을 때, 약혼남에게서 '요령이 없다'는 말을 들은 사샤.

     윌리엄은 드디어 사샤의 실종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살베니아 자작령을 통치하는 것의 어려움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어디까지나 '어렴풋이'이다. 윌리엄은 도무지 '알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그는 일의 기초를 배우고 있을뿐, 일 자체를 이해하지도 못한 상태였으니까.



     살베니아 자작령을 다스릴 미래의 당주로서 윌리엄이 주목받았던 이유.

     그런 윌리엄과 이야기를 나누러 왔다가 낙담하고 돌아간 특별반 학생들.

     모든 것을 지금까지의 윌리엄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윌리엄은 이해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 나쁘다는 건가!? 나는 뭔가 나쁜 짓을 했던 건가!?)



     그런 생각과 동시에, 여학생들과 함께 방탕하게 지냈던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이런 가혹한 영지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샤를 배신하고, 학생으로서, 미래의 살베니아 자작 대리로서의 영광을 누리고 있던 나 .......



     혼란스러운 마음에 아버지 베스터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수차례 편지를 보내고 전화를 시도했지만, 답장도 없고, 전화도 받지 못한다.

     사이러스 자작 대리에게 말을 걸어도 그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어서 믿을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가 관여한 사무는 엉망진창으로 뒤죽박죽이 된 것 같아서, 관료들의 불평불만이 심했다.



     그런 와중에 윌리엄에게 국왕의 소집통지서가 도착했다.



     윌리엄은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거라 생각하면서도 그 소집에 응했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사샤가 있었다.





     그녀는 어전에 어울리게 차려입고 있었고, 그 아름다움에 윌리엄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윌리엄은 이렇게 차려입은 사샤를 본 적이 없었다. 약혼남이기 때문에 드레스를 선물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사소한 배려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그녀 옆에는 햇볕에 그을린 검은 머리의 미남이 있었다.

     윌리엄은 내면에서 격렬한 질투의 불길이 치솟았다.



    (내, 내 약혼녀라고! 그녀는 내 것인데 너무 가까이 있는 거 아냐!?)



     그렇게 계속 그녀의 옆에 있는 남자를 노려보던 중, 아버지 베스터가 윌리엄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샤와 결혼시키겠다고 말했을 때, 그는 깜짝 놀랐다.

     그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결국 말하지 못한 자신에게도 충격을 받았다.

     그녀 같은 천재에게, 자신은 .......



    (아니, 이제부터다. 이제부터, 열심히 하면 돼. 이제야 상황을 알았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겨우 얼굴을 들었다.



     하지만 가드너 변경백의 말이 결국 윌리엄의 마음을 꺾어 버렸다.





    "사샤 살베니아는 실종된 그날, 어엿한 성인으로서 자작위를 국가에 반납했고, 이로써 살베니아 자작과 웰닉스 백작가의 영식과의 약혼은 무효가 되었습니다. 그 후, 제 아들과 결혼하여 현재 그녀는 가드너 차기 변경백 부인이 되었습니다." 





    (호, 혼인 ......)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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