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 전 약혼남 윌리엄=웰닉스 (후편)(1)
    2023년 12월 04일 00시 50분 0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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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쯤 되자, 아무리 유능한 윌리엄도 자신이 처한 상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샤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윌리엄은 거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세세하게 전해지는 내용만으로도 알 수 있다. 윌리엄의 힘으로는 사샤가 한 일을 실현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자작령에서 지금의 윌리엄이 당주를 대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요컨대, 윌리엄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사샤는 도대체 그동안 뭘 하고 있었던 걸까. 도대체 무슨 사무를 했길래 그렇게 지쳤던 걸까).



     이때 처음으로 윌리엄은 사샤가 해온 일에 관심을 가졌다.



     아홉 살 때부터 늘 허름한 옷차림이었던 그녀.

     윌리엄은 그 점이 불만스러웠지만, 이제야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세 개밖에 사무를 맡지 않은 신입인 윌리엄도 21시 이전에는 퇴근할 수 없는 것이다. 선배 관료들은 항상 퇴근 시간을 넘겨서 일하고 있고, 집에 가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옷차림에 신경을 쓸 수 있겠는가.

     윌리엄은 귀족이라서 옷은 하인들이 깨끗하게 세탁하고 정돈해 주지만, 피로에 지친 피부와 머리카락 등의 신체 관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시녀와 시종들이 미용 시간을 마련하려고 하지만, 그럴 시간이 있으면 잠을 자게 해 달라 하였고 실제로도 윌리엄은 목욕을 하고 나면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어쨌든 쉬고 싶을 때마다 사샤가 이런 심정이었나 싶어 윌리엄은 입술을 깨물었다.



     윌리엄이 눈밑에 다크서클을 만들며, 녹초가 된 채로 일을 하고 있던 어느 날, 처음에는 윌리엄을 멀리서 쳐다보던 신입 관료들이 윌리엄에게 말을 걸었다. 함께 점심을 먹자고 권유한 것이다.



     그것은 업무에 쫓기며 매일 낙담한 눈만 보았던 윌리엄에게는 정말 반가운 일이었다.

     윌리엄과 같은 시기에 입사한 것은 아니었고, 실제로는 윌리엄보다 몇 달 선배였지만 그렇기에 사회인으로서의 첫 몇 달동안의 고단함을 이해하고 위로해 주었다. 윌리엄은 그들의 친절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 자작령, 대단하다고는 들었지만 정말 대단해."

    "너, 어휘력이 없어졌어. 과장님한테 빨간 딱지 붙을 거다?"

    "이제 그만하라고! ...... 나, 아직 1년도 안 지났지만 더 이상 여기 있을 수 없을지도 몰라."

    "사샤 자작이 사라졌으니 이 자작령은 정말 끝났어."

    "퇴직하고 다른 영지로 갈까. 이사하는 건 싫지만, 이런 건 견딜 수 없어."

    "...... 사샤, 그 녀석은, 이 자작령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건데?"



     드디어 그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 윌리엄에게, 신입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윌리엄, 너 약혼자인데도 모랐던 거냐!"

    "사샤 님은 아홉 살 때부터 이 자작령의 당주로서 사무를 맡아 왔다고."

    "부끄러워서 다른 곳에서는 말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그분의 자료 읽는 속도, 인간의 것이 아니라고 들었지."

    "아홉 살 때는 우리처럼 신참으로 일했던 것 같지만, 1년 만에 선배들을 제치고 순식간에 사실상의 당주가 되었다는 이야기더라."

    "천재는 어디에나 있는 법이구나."



     식사하던 손을 멈추고 시선을 낮추는 윌리엄을 본 신입 관료들이 당황한다.



    "아니, 윌리엄. 넌 보통이야."

    "보통 ......"

    "그래그래. 우리가 너무 기대가 컸을 뿐이야, 사회 초년생은 원래 이런 거라고."

    "뭐, 좀 더 요령이 있어도 괜찮을 것 같지만."

    "어이어이, 평소에는 누구에게도 대들지 않던 신참이 직장 내 괴롭힘을 하고 있잖아"

    "권력은 윌리엄이 더 강한데?"

    "그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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