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 전 약혼남 윌리엄=웰닉스 (전편)(3)
    2023년 12월 03일 22시 04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자작 사샤와는 반년에 한 번씩 방학 때 만나고, 일 년에 몇 번씩 편지를 주고받는 정도였다.

     윌리엄이 보기에 귀족학교의 여학생들처럼 외모에 신경쓰지 않는 사샤와의 시간은 왠지 부끄러운 일처럼 느껴졌고, 학생의 생활이 충실했던 탓에 사샤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귀찮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겨울방학, 윌리엄은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윌리엄. 너, 졸업하면 언제쯤 살베니아 자작령에 갈 거냐?"

    "뭐?"

    "뭐야,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구나. 다른 친구들은 진로를 이미 결정한 시기라고? 너야 진로는 정해져 있지만 시기의 조절 정도는 하도록 해라."

    "아, 알았어 ......"

    "왠지 걱정되는데. 너, 이번 겨울방학 때 내 밑에서 일해 보겠느냐? 살베니아 자작령에 들어가려면 다른 영지의 방식도 알아두는 게 견문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거다."

    "그래. 응, 그렇게 할까."



     이렇게 해서 윌리엄은, 겨울방학 동안 아버지의 부하들 밑에서 연수생으로서 업무에 참여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부하들은 윌리엄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료의 표지를 붙이고, 책의 표지를 다듬는 작업을 시키며 "덕분에 근무 환경이 좋아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평소에는 두 번만 확인하던 것을 윌리엄에게 세 번째로 확인하게 하고서는 "이제 안심입니다!" 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간단한 그래프를 만들게 하고서, 나중에 관료들이 수정했지만 그 사실을 숨기고 "윌리엄 님이 만든 그래프로 회의가 잘 진행됐어요."라며 칭찬했다. 관계자와의 면담에 동석시켜서 마치 자신이 그런 사무를 한 것처럼 느끼게 하거나, 기밀사항이 없는 관계자 회의에 참여시켜 회의 중간중간 윌리엄에게 소감을 말하게 해 아이스브레이크 역할을 맡기고는 그 결과를 칭찬해 주었다.

     윌리엄에게 간단한 일을 시키고 좋은 기억을 남기게 한다. 그것은 관료들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당주의 아들인 윌리엄에게 힘들고 고된 업무를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직장체험을 온 학생들에게 힘든 작업이나 책임감 있는 사무는 시키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탓에, 윌리엄은 자만했다.



    (뭐야. 통치하는 일도 간단하잖아)



     학생 때와 마찬가지로 문서 정리, 거기에 회의가 추가된 정도.

     사물의 표면만 파악하는 윌리엄에게, 그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이후로 사샤를 만났을 때, 그녀의 태도에 짜증이 났던 것이다.



     ㅡㅡ그건. 도와주는 거라서 그런 거 아니야?



     지는 학생이 된 적도 없으면서, 윌리엄을 학생이면서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는 사샤에게 무심코 화가 났다.

     무엇보다 사샤는 언제나 윌리엄이 말하는 것을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을 터였다.

     그런데 일 얘기가 나오자 갑자기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분위기를 내뿜는 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

     요컨대, 윌리엄은 사샤를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반성시키는 의미도 담아, 윌리엄은 그날 원래도 짧게 끝낼 예정이었던 만남의 시간을 5분도 채 안 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 조금 과한 표현이었을까? 3개월 뒤면 나는 자작령에서 살게 되는데...)



     데릴사위가 될 날이 가까운데, 정작 중요한 미래의 아내와 싸웠다.



     윌리엄은 사샤와의 부부관계에는 기대하지 않고, 적당히 좋은 남편인 척하면서 사샤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밖에서 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집에 돌아가기 싫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관계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뭐, 나중에 편지라도 한 통 보내면 기분도 풀리겠지. 아차. 세 달 후 언제부터 자작령에 살게 되는지, 사이러스 아저씨와 상담하는 걸 깜빡했다.)



     해야 할 일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만 윌리엄은 혀를 찼다.

     사이러스와의 면담이 사샤와의 면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었는데 .......



    (사일러스 아저씨에게도 편지를 보낼까? 이제 학교에 돌아가야 하니, 왕복할 시간이 없어)



     그렇게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사건이 일어났다.





     사샤 살베니아 자작의 실종이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