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샤 양이 우리 집에 온 것은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덕분에 그 자작령의 승격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졌지."
"그래요?"
"그래. 살베니아 자작령은 주로 동부, 부차적으로는 북부 교통의 요지잖아? 그 땅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동부 변경백과 북부 변경백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 거야."
"원래는 살베니아 자작령의 격상 이야기가 있었다고 하더군. 질투심에 사로잡힌 인근의 하급 귀족들과 나머지 서부, 남부 귀족들이 반대했다고 해서 무산되었지만."
"거기서 남부 변경백인 우리 가드너 가문이 찬성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 가문이 결정권자라는 것도 가슴 설레는 이야기지."
회심의 미소를 짓는 두 사람을 보며 내가 굳어있자, 두 사람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막대기...... 나, 쓰러뜨린 막대기가 남쪽으로 쓰러져서 여기까지 왔는데...... 내 행운의 결정적인 은인은, 막대기?
"좋아, 대략적인 방향은 정해졌군. 나는 지금부터 각지에 연락을 취해보마. 넌 윌리엄 쪽의 조사다. 진행 중인가?"
"물론이지. 내일이면 자료가 도착할 거야. 서두르다 보니 꽤 써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예산 범위 내겠지? 그렇다면 필요한 경비다. 그럼 그 자료의 확인과 다나폴에 대한 중개, 그리고 각 변경백에게 잘 전달되는 대로, 재상 각하께 연락해서 국왕 폐하의 일정을 잡도록 하지."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만 있다.
그런 나를 보고, 가이아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미소를 지었다.
"왜 그래, 이해는 하고 있잖아."
"응...... 그래도 기동력이 대단해. 우리 관료들 같으면 이렇게는 안 될 텐데."
"그야 그렇겠지. 변경백의 영주와 적자가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거라고."
빙그레 웃는 가이아스의 모습에, 나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려서 무심결에 그의 팔을 끌어안았다.
그런 나에게 가이아스는 빙긋이 웃어주었다.
"또 반했어?"
"응. 좋아해."
"사샤는 정말, 죄 많은 여자야 ......"
한숨을 쉬는 그의 모습에, 이번엔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말이야, 너 왠지 여유만만한데, 알고는 있어?"
"응?"
"준비다 된다는 말은, 나랑 결혼한다는 뜻이라고."
"아. 음, 하지만 일단은 형식적인 거잖아? 왕의 명령으로 파혼하지 못하도록."
"왜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을 하는데 형식적으로만 해야 하는데."
미소를 지으며 굳어버린 나에게, 가이아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린 후, 심술궂은 미소를 지었다.
"아, 그렇구나. 사샤 자작 각하께서는 일단은 형식적인 결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러모로 여유가 있었던 거구나."
"...... 가이아스 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나를 그렇게나 자극해 놓고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어서, 대체 뭔가 싶어서 말이야."
"미,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래서, 그........"
"형식적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팔에서 손을 떼고 도망치는 나를, 가이아스는 천천히 따라잡아서 끝내는 벽가까지 몰아붙였다.
"결혼식은 1년 후에 성대하게 하겠지만, 그 외에는 그냥 평범하게 결혼한 상태야. 프러포즈도 제대로 했잖아."
"가이아스 ......"
"그렇게 불안한 표정 짓지 마. 나랑 결혼하는 게 싫은 거야?"
"결혼은 하고 싶지만, 곤란해서."
"이기적인 애네."
"그 이기적인 애를 좋아하잖아"
"그래. 진심으로 반했어."
"......그럼, 힘내볼게"
"또 그런 ...... 왜 우리는 아직 결혼을 안 한 거냐고......"
부끄러워하면서도 진지한 얼굴로 각오를 다지는 나의 말에, 가이아스는 또다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나와 가이아스는 결혼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마무리 짓기 위해 왕성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