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흘리는 나를, 가이아스가 부드럽게 안아준다.
"사샤는 혼자서 열심히 살아왔구나"
"...... 응."
"하지만 이제부터는 네 곁에 내가 있어."
내가 눈을 떴을 때, 가이아스는 팔을 풀고는 다시 한번 나를 향해 미소 지었다.
"우리 영민들은 온화한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지. 사샤가 다스리던 살베니아 자작령처럼 불합리하게 고함을 지르는 영민은 거의 없어. 설령 있더라도 일정 선을 넘으면 체포되고, 주변에서도 상대해 주지 않기 때문에 계속 그런 태도면 영지에서 버틸 수 없는 게 사실이야."
"그렇구나."
"그래도 영주의 부인이니까. 그런 욕을 듣거나 전면에 나설 일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
불안한 마음으로 가이아스를 올려다보자, 그는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런 건 다 내가 할게. 그보다, 부인을 홀로 전면에 나서게 하다니 안될 일이지."
"전부라니.......하지만."
그런 일이 가능할까.
그리고 그것이 용서받을 수 있을까.
"네가 하는 일은, 내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버는 일이야. 내가 외출할 때는 당연히 너를 데리고 갈 거고, 어쩔 수 없이 혼자 남게 되더라도 아버지와 동생들을 방패막이로 삼으면 돼. 그럴듯한 핑계를 만들어서 방에 틀어박혀 있어도 되고. 그런 변명 늘어놓기는 잘하지?"
"그런, 괜찮겠어?"
"물론이지. 그보다 현 변경백인 아버지도 나를 방패막이로 삼고 있고, 나는 동생들이나 관료들을 방패막이로 삼고 있어. 전부 아버지나 내가 하게 되면 몸이 못 버티는 건 당연해. 말단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조절이 필요하고, 중요한 자리에는 대표로 나서지만, 애초에 우리 영주층이 처음부터 전면적으로 관여하면 그것에 실패했을 때 더 이상 책임질 상사가 없어져 버려."
그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시야가 탁 트이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이었다.
그동안 살베니아 자작령에서 '영주를 내보내라'는 말을 계속 들어도 최대한 전면에 나서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앞장서서 대응하고 있었다.
나 말고는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인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관료들도 격무와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이직이 잦아서 인재를 키울 수 없었다. 친척들도 사이러스 자작 대리는 그런 상태고, 사촌들은 학생이다. 집사는 사무만으로도 버거워서 의지할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내가 모든 것을 맡아 처리하고 책임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가드너 변경백령은 다르다. 영주를 비롯한 통치기구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있다.
"내가 너를 지켜줄게, 사샤. 그러니 안심하고 시집와줬으면 해."
눈앞에 있는 그는, 분명 말 그대로 나를 지켜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는 가이아스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그는 나에게 몇 번이나 확인한 후 "앗싸!" 라고 외치며 나를 끌어안고서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잠깐, 가이아스!"
"거절당하는 줄 알았잖아!"
"그,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잠깐 위험해.......와앗!"
결국 가이아스는 무게 중심을 잃고 우리 둘 다 모래사장에 쓰러져 버렸다.
둘 다 차려입었는데, 마지막 순간에 모래를 뒤집어쓰게 되자 우리는 밤의 해변에서 크게 웃었다.
"아~ 볼품없어졌네~"
"그렇지 않아. 가이아스는 누구보다 멋있어."
"너, 갑자기 솔직해지지 말라고. 심장에 안 좋아."
"보나 마나 좋아하면서."
"그래, 그래서 곤란해."
가이아스가 부드럽게 내 입술을 빼앗자, 나는 무심결에 웃음을 터뜨렸다.
"모래 맛이 나."
"나도 그래. ...... 돌아갈까?
"응."
"사샤, 사랑해."
마지막에 귀에 속삭인 그의 말에, 나는 이 남자에게 완전히 빠져들었다.
엉엉 울면서 그에게 안겼고, 옆으로 껴안긴 채 마차까지 가자 모래투성이의 모습을 본 호위병들을 놀라게 하면서도 나는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이토록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으니,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에게 매료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