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0 나의 꿈은(1)
    2023년 11월 22일 22시 28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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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렸지~!"

    "저, 저저저저전혀 안 기다렸어!"



     어느덧 아마이 나아랑 약속한 일요일이 다가왔다.

     타인과 만나서 놀아본 경험이 적은 나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허둥지둥했지만, 아마이 나아는 키득거리며 웃더니,



    "혹시 긴장하고 있어?"

    "아, 아니, 딱히?"



     시선을 맞추기 위해 들여다보는 눈동자에서 무심코 눈을 돌린다.

     보라색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마음속까지 꿰뚫어 보는 것 같아서 섬뜩했다.



    "음후후, 귀엽네~"



     만난 지 얼마 안 됐지만, 아마이 나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다.

     아마 자신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타입인 것 같은데.......



    "그래,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아~ ......"



     오타쿠들끼리 모임을 하면 다들 닉네임으로 부르기 때문에 아무도 본명을 모른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버튜버의 경우는 활동 중인 이름으로 부르면 신분이 노출될 위험이 있다.

     이게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름이라면 몰라도, 나나 아마이 나아처럼 특징적인 이름이라면 단번에 들통날 위험성이 높아진다. 특히 이곳, 오타쿠들이 활보하는 아키하바라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해서 같은 그룹에 소속되어 있다면 모를까, 최근에 알게 된 개인 유튜버에게 본명을 알려준다는 것은 역시 개인 정보에 민감한 현대인으로서 망설여진다고 해야 하나 .......



    "별명으로 할까? 그럼 쿠짱 어때?"



     내가 곤란해하는 것을 알아차린 아마이 나아가 도와주었다.

     그건 그렇고 쿠짱이라.

     쿠로네코에서 따온 쿠짱이겠지만, 쿠로네로 해도 쿠짱이라서 그런지 본명의 연장선상에 있는 느낌이다.



    "그럼 나는 나짱으로......"

    "음후후, 좋아."



     아무래도 '나~짱'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그래서, 쿠짱은 배고프지 않아?"

    "아, 일단은."



     현재 시간은 11시가 넘었다.

     이제 곧 점심시간이라서 그런지, 아마 오프 모임 중이었을 오타쿠들이 여기저기서 대이동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럼 점심 먹으러 갈까?"



     그렇게 말한 나짱이 슬쩍 손을 내밀었다.



    "?"



     무슨 일인가 싶어 그 손을 바라보고 있자,



    "어라, 손 안 잡아?"

    "뭣!?"



     아니, 아니, 두 번째로 만난 여성과 손을 잡고서 아키하바라 거리를 걷는 건 너무 난도가 높잖아!?



    "이건 너무 부끄럽잖아!?"

    "뭐~ 너무해........"



     양손을 휘저으면서 최선을 다해 거절하자, 나짱은 눈에 띄게 침울해져 버렸다.

     마치 놀이를 거부당한 강아지처럼 .......



    "모처럼의 데이트인데~"

    "데이트가 아닌데!?"



     친목을 다지기 위해 편히 논다는 거 아니었어!?

     으으, 왜 내 주변은 왜 이렇게 첫 만남부터 들이대는 사람이 많은 걸까.......



    "뭐 좋아.  그럼 출발~"

    "오~"



     그런데 오늘 뭐 할 거야?







    "어서 오세요! 아가씨!"

    "우와!"



      나짱에게 이끌려 좁은 건물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도착한 곳은 메이드 카페였다.



    "설마 점심을 여기서 ......?"

    "그래."



     실화냐.

     아니, 확실히 아키하바라 하면 메이드 카페 같은 인상은 있다.

     역 앞 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메이드는 물론, 조금만 들어가면 여기저기서 메이드 및 일본식 의상 등의 다양한 코스프레를 한 여성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아키하바라라는 도시다.



     하지만, 그러나.

     설마 두 번째로 만난 여자와 놀러 가는 첫 번째 장소가 메이드 카페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게다가 점심 식사ㅡㅡ배를 채우기 위해 메이드 카페에 들어가게 될 줄이야 .......



    "왜~? 메이드 카페 재밌는데~?"

    "지금은 즐거움보다 두려움이 더 큰데요. ......"



     미니스커트에 고양이 귀 머리띠를 두른 메이드에게 이끌려 테이블로 안내를 받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홀의 가장자리, 다른 손님들에게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와아, 메이드 카페는 처음 와봤는데, 정말 멋진 핑크색 공간이라서 눈이 멀겠다.



    "아가씨, 주문이 정해지면 다시 불러주세요♡"



     이상하게 높은 목소리로 메이드가 그렇게 말하더니, 다른 테이블에 모에모에큥을 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음, 그러고 보니 우리 고등학교에서 문화제 때 메이드 카페를 했었는데, 옆에서 보면 저런 느낌으로 비춰졌을까 .......



    "자, 자, 쿠짱은 뭘 먹을 거니~?"

    "음... ......,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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