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어!? 쿠로네코 씨!? 쿠로네코 씨라면 그 쿠로네코!?"
"놀랐습니다 ....... 쿠로네코 씨라고 하면 뭐랄까, 그 ......"
"가슴이 작았을 텐데~ 당신은 크네요~"
"웃."
이, 이 반응.
알테마의 다른 방송인들을 만났을 때 몇 번이나 경험했던 반응이다.
"현실보다 가상 쪽이 더 예쁜 애들이나 빈유인데 거유 캐릭터로 활동하는 애들은 많지만, 설마 현실이 V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니, 가상보다 더 예쁜 애가 있을 줄이야."
"조금 질투 나네요~"
으으, 솔직히 말해서 너무 부끄러워요.
그래서 스튜디오에서 하는 기획은 싫어 ......!
"음, 이거라면 VTuber를 하는 것보다 아이돌이나 캠방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윽."
"잠깐 잠깐! 너무 무례해! 레웨니아는 누구에게나 맞는 말 하는 거 나쁜 버릇이라구!"
"쿨럭."
"방금 말도 만만치 않은데요~? 봐봐요, 쿠로네코 씨 상처받았잖아요, 괜찮아요~?"
그, 그야 나도 미소녀로 태어났으니까 이 외모를 살려서 칭찬받고 싶었어.
하지만 사람들 앞에 나가면 부끄럽고, 캠방에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어쩔 수 없는걸!
하아, 예전에는 주목받는 것도 괜찮았었는데 .......
"그래도 쿠로네코 씨랑 함께 공연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뻐! 어떻게 보면 이 업계의 선구자 같은 존재니까!"
뭐, 초창기에도 기업이 후원하는 VTuber는 몇 명 있었지만, 기업 소속으로서 대대적으로 데뷔한 것은 우리 선배들이 업계에서 처음이었으니까.
알테마 1기생들이 데뷔하면서 기업이나 개인 세력이라는 분류가 생겼고, 그 뒤를 이어 다른 기업에서도 그룹이 생겨났으니 알테마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저기! 좀 더 얘기하자!"
"아직 본 공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요."
"쿠로네코 씨는 야한 것을 좋아한다는 거, 정말인가요~?"
"예에!?"
그런 식으로, 나를 중심으로 다른 곳의 VTuber들과 한동안 수다를 떨게 되었다.
◆
쿠쿠노에 씨가 사용하는 화장품을 물어보거나, 레웨니아 씨가 사용하는 장비를 물어보거나, 나아짱이 뇌를 녹여주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 나아짱이 귀에 대고 속삭여주면 시간과 기억이 한꺼번에 사라지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계를 보니 30분만 더 지나면 방송 스튜디오로 향할 시간이다.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간 여유가 있는 것은, 매니저가 너무 우수해서 지각하지 않도록 관리해 줬기 때문이다.
아까까지 이야기하던 세 사람은 어떠냐면, 쿠쿠노 씨는 늦게 도착한 다른 출연자에게 돌진하였으며(모르는 사람과도 대화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 레웨니아 씨는 대본 점검을 하고(예습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나아짱은 SNS의 업데이트(셀카를 찍고 있었으니 현실 계정일지도)를 하며 제각기 보내고 있다.
나도 30분만 더, 마지막 발버둥으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자,
"쿠로네코짱!"
이름을 불리자 어깨가 들썩인다.
이 자리에서 이름으로 부르는 건 나아짱뿐인데, 그녀는 지금 자신의 취미에 몰두하고 있다.
즉,
"아스카짱!"
오늘 출연자 중 내가 아는 유일한 지인이자 절친한 친구인 타치바나 아스카만 남았다.
"아하하, 오랜만이네요!"
"응, 최근에 못 만났으니까."
서로 요즘 바빠서 만날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던 덕에, 아스카의 얼굴을 보니 반가움보다 그리움의 감정이 먼저 들었다. 뭐, 가끔 통화는 하고 있긴 하지만.
"꽤 아슬아슬했네?"
"아하하하......, 여유 있게 출발한 줄 알았는데, 인명사고로 인해 지각할 뻔했어요....... 이런 일도 생기네요."
"아~ 인명사고는 어쩔 수 없지."
나도 페스티벌 때 지각한 적이 있으니.
"아, 맞다. 지난번에는 새 복장의 러프화 고마웠어. 덕분에 마미도 기뻐했어."
"나도 쿠로네코짱을 도와줄 수 있어서 기뻤으니 괜찮아! 하지만 타인인 내가 러프화를 만들다니 주제넘지 않았을까 걱정돼."
"애초에 내 전달방식이 너무 서툴러서 그런 거니 다음에도 부탁한다고 들었어 ......"
"아, 아하하......"
뭐, 아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모르는 사람이 디자인한 의상을 바탕으로 일러스트를 그린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 불쾌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우리 마미는 여러모로 관대한 편이라서 다행이다. ...... 쿠로네코 씨의 자기 외모에 대해는 무슨 말을 해도 다 허락해 주니 정말 고맙다.
"그런데 넌 공부 좀 ㅎㅆ어?"
"윽, 그, 그다지 ......"
첫 일주일은 그럭저럭 열심히 했지만, 둘째 주에는 집중력이 떨어져서 자꾸만 게임으로 도망쳤다.
"그럴 거라 생각했어."
아스카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방송 중에 내가 몰래 도와줄게! 쿠로네코짱은 안심해도 돼!"
"오오!"
이번 기획은 학력왕 결정전이라고는 하지만, 진짜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규칙에 협동 플레이도 가능하다고 적혀있었으니, 특별히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아스카는 영리하니 든든한 아군이 생긴 것과 같다.
"실례합니다, 출연자분들은 스튜디오로 와주세요! 회의와 리허설 시작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고 있자, 문 너머에서 스태프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 시간이 된 것 같네. 그럼 가자!"
"으, 응! 열심히 하자!"
"오~!"
아스카와 나란히 스튜디오로 향한다.
아침에 느꼈던 불안감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