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92화 지금을 살아가는 여고생으로서 유행은 따라야(2)
    2023년 11월 20일 23시 29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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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타피오카 붐이 일고 있는 업계에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 각 가게마다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뭐, 이런 여고생이나 갸루를 중심으로 한 유행은 거품 같아서 몇 년 지나지 않아 다들 타피오카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다음 유행으로 넘어가겠지. 그야말로 파리 목숨이다.

     그렇게 우리는 이제 곧 봄방학이라거나, 진급하면 역시 수험공부를 해야 하다던가, 스즈 씨의 남자친구는 대학생이라던가, 마이짱은 소꿉친구를 좋아한다던가 등 지극히 여고생다운 대화를 나누면서ㅡㅡ나는 할 얘기가 없어서 듣기만 했지만ㅡㅡ타피오카 가게의 앞까지 왔다.



    "우와, 엄청난 줄."

    "줄 서 있네 ......"

    "역시 하라주쿠 ......"

    "히이이 ......"



     그곳은 가게 안에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없고, 카운터와 조리 공간만 있는 아담한 가게였다.

     뭐, 주변을 둘러봐도 대지 면적의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나란히 서 있어도 서너 명 정도밖에 앉을 수 없는 아담한 가게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 줄이다.

     다른 가게가 많아도 기껏해야 열 명, 열다섯 명 정도의 대기줄이라면 이 가게는 그 두 배인 서른 명, 많게는 마흔, 쉰 명은 족히 된다. 옆집 타피오카 가게는 이곳의 줄이 너무 길어서인지, 카운터를 방해해서인지 사람들이 가게에 들어가지 않는다.

     옆이 비어있으니 무리해서 줄을 서지 않고 살 수 있는 곳에서 사면 될 텐데 ....... 뭐, 확실히 이곳은 정통적이고 재미없는 타피오카 가게라서 여기까지 왔으면 굳이 가기 그렇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알겠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전부 유명한 타피오카를 찾아 모여든 사고력이 저하된 슬픈 타피오카 괴물이라는 건가 ....... 무서운 타피오카 붐.



    "그래서, 어쩔까?"



     마이짱이 말했다.



    "이건 확실히..."



     스즈 씨도 말했다.



    "무리......"



     나도 말했다.

     세 사람 모두 부정적이었지만, 그래도 유행을 좇아서 찾아온 토모짱은 포기할 수 없는지 점원에게 대기 시간을 물어본다고 말하며 타피오카 가게로 돌진했다.

     아니, 보기만 해도 엄청 오래 걸릴 것 같은데 ....... 저것 봐, 가게 앞에 사진 촬영용 테이블 같은 게 있고, 저 대기줄도 있는 탓에 엄청나게 느려. 아니, 저 여고생 그룹은 몇 번이나 다시 찍고 있잖아.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역시나 의기소침해진 토모짱이 돌아왔다.



    "........."

    "어, 음, 괘, 괜찮아."

    "토모짱, 힘내!"

    "그런 일도 있는 법이야."



     결과는 들을 필요도 없다.

     일부러 무거운 입을 열게 하는 것도 그러니 미리 격려해 둔다. 다른 두 사람도 역시 오랜 친구 사이인 만큼 이런저런 방법으로 격려한다.

     그리고 조금 기운을 되찾은 토모짱은, 역시 포기할 수 없는지 눈동자 속에 꺼지지 않는 불꽃을 지피면서,



    "여기서 물러나면 여고생의 이름이 아까워! 이렇게 되면 나 혼자만 줄을 설 테니 다들 쇼핑해."

    "아니, 그건 아니지."

    "코, 코요이짱?"



     바보 같은 발언에 무심코 따지고 말았다. 안 돼, 안 돼. 학교에서는 좀 더 말을 조심해야.



    "쿠로네 씨 말대로야. 토모짱을 혼자 남겨두고 놀 수는 없어!"

    "그래, 한 명이라도 빠지면 여기까지 찾아온 의미가 없잖아"

    "찾아온 의미 ......"

    "쿠로네 씨와 놀기 위해서잖아?"



     어, 그랬어? 타피오카는!?



    "요즘 피곤해 보이는 코요이 씨가 조금이라도 즐겁게 하는 것이 목적이야. 여기서 토모가 타피오카를 사려고 줄을 서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맞아. 타피오카에 너무 정신이 팔려서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어 ......!"



     토모짱이 충격적인 표정을 짓고 있다.

     오, 오오......, 아무래도 오늘의 주인공은 타피오카가 아니라 나였던 것 같다.

     방송과 공부로 조금 피곤했던 모습을 토모짱들이 눈치챈 모양이다.



    "어~ 음, ......"



     왠지 부끄러워서 뺨을 긁적거리고 있는데요!

     이럴 때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 교과서에도 적혀있지 않았고, 시청자들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코요이짱!"

    "아, 네."

    "타피오카는 포기하고 같이 놀자!"

    "아, 네. 놀겠습니다."



     사명감에 불타는 토모짱의 눈에는 또 다른 불꽃이 떠올랐다. 앗 뜨거 .......



    "아~으~, 뭐랄까, 그, 고마워 ......"

    "에헤헤, 괜찮아! 친구인걸!"



     친구, 친구인가 .......

     그렇구나 .......



    "그럼 그럼, 아까 궁금했던 옷가게에 가자! 코요이짱한테 어울릴 것 같은 옷이 있었어!"

    "아~ 잠깐 기다려 토모. 이왕이니, 저걸로..."



     달려가려는 토모짱을 멈춰 세우고, 스즈짱이 손가락으로 어느 한 방향을 가리킨다.

     저곳은,



    "아, 옆의 타피오카 가게"

    "그래! 토모짱이 가고 싶었던 곳은 아니지만, 모처럼 하라주쿠까지 왔으니 타피오카 먹자!"

    "후후, 유행은 아니지만."



     스즈 씨의 비꼬는 말에, 토모짱은 웃으면서,



    "유행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깐! 실례합니다, 지나갈게요~ 죄송합니다~. 아, 점원 씨! 타피오카 밀크티 넷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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