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91화 [잡담] 뭔가 있는 모양이네요 [쿠로네코 씨/알테마](1)
    2023년 11월 20일 21시 14분 5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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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엑 ......"



     우편으로 온 봉투의 발신인을 확인하고,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가능하다면 이 봉투가 왔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지금 당장 즐찾한 방송인이 다시 보기나 클립을 보는 작업에 몰두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왜냐면 이 봉투에는 다음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료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불평하면서도 성실하게 안건을 해치우는 나지만, 이번에는 내용이 내용인 만큼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내가 잘 못하는 장르라는 것이다.

     뭐, 내가 아무리 책상 앞에서 끙끙거린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운영 측에서 준비한 일이니 순순히 수락할 수밖에 없지만 .......



     한숨을 몇 번이나 내뱉고 나서야 비로소 각오를 다진 나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그것을 집어 들고 내용물을 확인했다.

     당장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동봉된 A4 용지를 살펴본다.

     거기에는,



    [팀으로 이겨라! VTuber 학력왕 결정전!]



     라는 톡톡 튀는 로고가 춤을 추고 있었다.



     ◆



    "그래서 다음 주말에 그런 기획이 있다고 하네요 ......"



     이 어쩔 수 없는 마음을 어떻게든 달래기 위해 방송을 하기로 했다.

     일단 우리 시청자들은 긍정적이니, 지친 멘탈을 회복하기에는 딱 좋다.



    : 허허.

    : 너 바보니까!

    : 바보왕 결정전에서 잘못 부른 거 아니야? 괜찮아?

    : 같은 팀 불쌍해

    : 멍청하면 공부하기 싫은 거지... 이해해



    "너희들 너무 심하지 않아? 여기선 괜찮다고 위로해 줘!!!"



     조금 기대했던 내가 바보였어!



    : 지난번 공부방송에서 너무 엉망이었으니까...

    : 자기가 공부를 못한다는 걸 자각한 것만으로도 한 걸음 진전된 거잖아!

    : 배움을 얻었다

    : 괜찮아 머리 나쁘니까

    : 일단은 어떻게 할래? 커닝? 도시락에 설사약을 넣을래? 주술이라도 배울래?

    : 주술을 배울 거면 공부하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해

    : 일단 모두 때려잡으면 이긴다!



    "우리 시청자들이 너무 살벌하다는 건에 대하여. 아니, 바보라고 하지만 너희들이 더 바보 같잖아."



     물리 최강! 이라고 말하는 채팅에 겁을 먹는다.

     아니, 하지만 참가자를 모두 제압하면 필연적으로 우승할 수 있는 건 진리지 .......



    : 일단 왜 그렇게 낙담하고 있어?

    : 지금부터 공부해라.

    : 이제 포기하자. 특이한 답변으로 흔적을 남기자.



    "아니, 왜냐면 주변이 다 맞았는데 내가 틀리면 창피하잖아......"



    : 틀린다는 전제 WWW

    : 자기 평가가 낮아

    :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역시 지난번보다 성장한 것 같지만...

    : 아, 일단 공부해 보자!



     아무리 나라 해도, 지난번 중학생 수준의 문제에 난감해하던 것으로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는 잘 알고 있다.

     선생님이 조금은 안타까운 애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시험지를 돌려주시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나도 숙제는 제대로 끝냈고, 예전에는 시간이 나면 예습과 복습도 제대로 했었다. 물론 요즘은 배달이나 그런 것들로 바빠서 예습과 복습까지 손을 대지 못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점수를 받아서 시험에 합격하고 있다.

     그러니까 뭐가 문제냐면, 배운 것부터 잊어버리는 이 멍청한 머리가 좋지 않다는 거야. 나는 나쁘지 않아!



    "그보다~ 알테마 내에서 하는 기획이라면 별로 신경 안 쓰겠지만, 이번엔 기업이나 개인 상관없이 유명한 VTuber들이 참여한다고 하니까 싫은 거야 ......"



    : 아~ 다양하게 나온다고 하더라.

    : 아직 참가자가 전부 발표되지 않았으니까 기대 돼.

    : 여자밖에 없으니까 괜찮잖아.



     아니, 여자밖에 없다는 게 걱정되는 부분이야.

     참여하는 버튜버가 여자 한정이니 화기애애하고 즐겁게 진행될 거라고 시청자들은 상상하지만, 여자들의 사회는 음습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래서 가뜩이나 음습한 여성 사회와 경쟁이 치열한 VTuber계가 만나면, 당일은 성격 나쁜 여성 VTuber들이 대거 몰려와서 내가 문제를 틀릴 때마다 옆 참가자가 낄낄거리거나, 관심을 끌면 혀를 차거나 할 게 분명하다구!

     아아, 좀 더 제대로 된 기획에 불려 나가고 싶었는데.......



    : 일단은 공부해야지?

    : 본방송까지 2주밖에 안 남았으니까 열심히 하면 괜찮을 거야!

    : 잊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쿠로네코 씨는 고등학생이야...

    : 공부 안 하고 머리 좋아지는 방법 같은 걸 검색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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