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9화 5분 전에 행동하지 않으면 이렇게 된다는 견본(1)
    2023년 11월 17일 22시 06분 5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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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말의 기온은 아직은 충분히 춥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추웠다.

     이제 봄이 오니 목도리 정도는 없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쌩쌩 불어오는 바람은 몇 분 전의 내 어리석음을 비웃는 듯했다.

     으으, 이럴 거면 힘내서 조금 짧은 스커트 따위를 입지 말고, 그냥 순순히 다리를 가릴 수 있는 롱 스커트를 입었어야 했다.

     패션이란 기합, 더위도 추위도 참아야 한다는 말을 우리 반 여자애들이 자주 하는데, 겨울에 다리를 드러내는 옷차림은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그렇게 열심히 꾸미고 나면 도대체 뭐가 남는 것일까. 역시 코스프레 대회는 집에서 따스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마음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이제 와서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는다는 선택지는 내 안에 없었다.

     왜냐면, 겨우 무거운 허리를 들어 외출을 했는데, 여기서 집에 돌아가면 분명 옷을 갈아입지 않고 이불이나 침대 속으로 숨어버릴 것이 뻔하니까.

     그런 짓을 하면 매니저가 분명 화를 낼 것이고, 중요한 행사를 빼먹은 방송인이 해고당해도 불평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추워도 참아야 한다.



     그러는 사이 역에 도착했다.

     혹시나 해서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보니, 여기서 길을 헤매지 않으면 간신히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 시간이었다.

     이럴 때 창작물에서는 이미 플래그가 걸려서 어떤 문제에 휘말리는 바람에 지각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안타깝게도 매우 현실적인 이 세상은 편리한 플래그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통은 아무 일 없이, 몇 번이나 미리 확인한 경로를 따라 목적지로......,



    [지금 인명사고의 영향으로 ──선의 열차는 운행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급하신 고객님들께 불편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운행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



    "뭐?"



     역내에 흘러나온 안내방송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췄다.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개찰구를 통과한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멈춰선 전철은 바로 내가 타려고 했던 노선의 전철이었다.



    "어, 이거 어떻게 해?"



     창작물처럼 이상한 트러블에 휘말리는 일은 없었지만, 보통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운행 지연에 휘말려버렸다.

     내심 너무 당황해서 이상한 말을 해봤지만, 꽤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해 버렸다.

     평소에는 아침부터 전철을 타지 않기 때문에 잊어버리기 쉽지만, 도시의 전철이라는 것은 매일 아침마다 어딘가에서 운행 지연이 발생한다고 할 정도로 문제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설마 내가 절대 지각할 수 없는 날에 그 장면을 마주하게 될 줄이야 ......!



     일단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역무원의 근처로 몰래 다가간다.

     하지만 말을 걸 용기가 나지 않아서, 잔소리하는 아저씨가 역무원에게 따지는 것에 조용히 귀를 기울일 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개는 아직 안 됐고, 지연증명서를 발급해 줄 테니 참고 기다리라는 식의 이야기였다.



     으음, 이건 큰일이다.

     얼마나 심각한가 하면, 방금 전까지 겨울 특유의 추위에 시달렸음에도 이번에는 식은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어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이, 일단 트위터에 트윗을 날려볼까 .......



    【Twitter】

    【쿠로네코 씨/@subneko_san】

     끝났다....전부……



    【갈매기/@xxxxxx】

     @subneko_san

     왜 그래?



    【한가한 신/@xxxxxx】

     @subneko_san

     배라도 아파?



    【해적왕 검은수염/@xxxxxx】

     @subneko_san

     쿠로네코 씨는!!! 끝나지 않아!!!



    【해바라기/@xxxxxx】

     @subneko_san

     



    【코로스케/@xxxxxx】

     @subneko_san 

     혹시:늦잠?



    【쿠로네코 씨/@subneko_san】

     아슬아슬하게 집을 나섰는데, 전차 멈췄어 ㅠㅠㅠ



    【BlackLautus/@xxxxxx】

     @subneko_san

     lol



    【마야사키/@xxxxxx】

     @subneko_san 

     뭐엇……



    【하보크/@xxxxxx】

     @subneko_san 

     저기, 오늘은 합방 이벤트가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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