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80화 지각했을 때 처음에는 초조하지만 점점 진정되다가 마지막에 다시 초조해지는
    2023년 11월 17일 22시 35분 3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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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기를 내어 역무원에게 말을 걸어 개찰구에서 나왔다.

     주변에는 나처럼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그쪽도 반복 작업으로 IC카드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한 두 마디씩 주고받은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자발적으로 어른에게 다가가는 일을 잘 못하기 때문에, 역시 자동매표기나 셀프 계산대 같은 자기 완결형 기계는 인류가 만들어낸 지혜라고 생각한다. ...... 역무원도 로봇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차서 숨 막혔던 역에서 나와서야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운행 지연은 진짜 뻐큐.

     대로변에서 택시를 찾으려 하자, 역시 나처럼 택시를 타고 목적지까지 단번에 가려는 어른들로 넘쳐났다. 보아 하니 근처의 버스정류장도 올 때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택시 대기줄에 줄을 서서 언제오나 하며 계속 기다리니, 5분 정도 지나서야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손님, 어디까지 가십니까?"

    "아, ──까지 부탁합니다 ......"

    "어느 길로 가실 건가요?"

    "예?"

    "가까운 쪽이 좋은가요? 혼잡하지 않은 길이 좋은가요? 아, 난방도 필요하세요?"

    "아, 그, 알아서 해주세요 ......"



     모, 모르겠어~.

     왜 택시 타는데 여러 가지를 주문해야 하는 거야! 물어볼 거면 메뉴판이나 줘! 여기는 매표기로 사는 타입이지만 익기나 맛을 직접 말해야 하는 라멘집이냐! 게다가 부메뉴의 선택도 없는 곳!

     그러자 운전기사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내비게이션을 만지작거리고서 출발했다.



    "손님은 학생인가요?"

    "아, 네 ......"

    "우리 딸도 손님 정도의 나이인데...."

    "아, 그런가요 ......"

    "키만 크고 머리가 안 좋아서, 내년이 첫 수험인데도 불구하고..."



     그거 중학생이잖아! 나 고등학생!

     그 이후에도 운전기사 아저씨는 계속 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기본적으로 맞장구만 치고 대답을 요구하는 대화가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역시 택시는 일방적으로 관심 없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기 때문에 싫다.



     다행히도 택시는 딱히 교통체증에 걸리지 않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덜 혼잡한 길을 선택해 준 덕분인지, 그만큼 먼 길을 돌아서 장황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지만 ...... 뭐, 필요한 희생이었다고 생각하자.

     하지만 택시를 타고서 장거리 이동을 하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는구나 .......

     들은 대로 잊지 않고 영수증을 받은 다음 택시에서 내리려고 한다.



    "그래, 딸의 사진을 보여 줄게."

    "으에에......"



     운전 중엔 안전이 최우선이라 나도 뒷좌석에 있었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보여줄 여유가 없었던 것 같은데, 하차하는 이 타이밍에 사진 자랑을 하다니 .......

     뭐 마지막이니까 적당히 맞장구치고 철수하자. 나는 맞장구만은 프로니까.



    "자, 귀엽지 않아요?"



     그곳에는 란도셀을 짊어진 미소가 눈부신 여자아이가 있었다.



    "초등학생이잖아 !!!!!"



     오늘 중 제일 큰 소리가 나왔다.



     ◆



     드디어 행사장에 도착했다.

     시간을 확인하면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이미 시작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트위터에서는 '#빨리 와 쿠로네코', '#쿠로네코 없어'가 트렌드 상위권에 올라와 있었고, 걱정하는 트윗과 놀리는 트윗이 반반씩 섞여 있었다. 이런 불명예스러운 일로 트렌드에 오르고 싶지 않다.

     반박이라도 하나 할 생각이었지만, 늦게 도착한 상태에서 함부로 트윗을 올리면 이번에야말로 매니저에게 혼날 수 있으니 자중하고 서둘러 관계자 전용 입구로 향했다.

     목에서 직원증을 내려놓는 것도 요즘은 익숙해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의아한 표정을 짓는 일반 직원들에게 수고하신다고 마음속으로 덕담을 던지며 쏜살같이 나아간다.

     본사 사무실에 혼자서 갔을 때에도, 처음엔 직원들이 몇 번이나 쳐다보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한참을 걷자 대기실 구역 같은 곳에 도착했다.

     대단해, 연예인 대기실 하면 흔히 듣는 '2기생' 같은 모두의 장소가 아니라, 제대로 '쿠로네코 씨'라는 개인방이다! VIP잖아!

     내 방이라서 노크할 필요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간다.

     거기에는,



    "아"

    "........."



     매니저인 쿠죠 토카쿠 씨가 있었다. 팔짱을 끼고 우뚝 서 있었다.



    "수, 수고하십니......"



     마지막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숨소리만 새어 나왔다.

     택시에서 기사 아저씨가 딸 자랑을 잔뜩 늘어놓는 바람에 완전히 정신이 팔려있었지만, 행사장에 지각하는 건 정말 큰일이다. 그래, 이 아저씨가 잘못했어.



    "저기, 정말 죄송합니다. 지각을......"

    "......지나간 일로 따져도 어쩔 수 없으니까요. 다음부터는 여러분들이 전날부터 묵을 수 있는 호텔을 예약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겠습니다."

    "아으."



     전원의 숙박비는 엄청나게 비쌀 텐데 .......



    "그럼, 빨리 준비에 착수하죠. 괜찮으십니까?"

    "아, 네."

    "쿠로네코 씨의 오늘 일정은 오전에 대면 토크 이벤트, 그 후 휴식을 거쳐 오후에는 3기생 여러분과 함께 쿠로네코 씨에게 배우는 비난 회피 강좌, 나츠나미 유우와 공개 라디오 녹음, 그리고 라이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예정입니다."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노래가 끝나면 세라 마츠리와 키노미야 키린의 3D 모델 선행 공개가 있기 때문에, 거기서 다른 분들과 함께 소감을 부탁합니다. 이쪽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쿠로네코 씨는 사실상 라이브 무대가 마지막 출연이라 생각해도 괜찮습니다."

    "두 사람의 3D 라이브가 있잖아요."



     움직이는 마츠키리 기대 돼.



    "마지막까지 참가하고 싶으시다면 멈추지는 않겠습니다만."

    "괘, 괜찮아요."



     자, 잠깐 매력적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예, 그럼 녹음 부스로 이동하죠. 팬 분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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