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1화 도심의 환승은 한번 잘못 갈아타면 큰일(3)
    2023년 11월 15일 23시 47분 1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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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면 좀 당황스럽다.

     휴게실에는 보드게임처럼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들이 여럿 있지만, 모두 어느 정도 인원이 있어야 재미있는 게임이고 애초에 규칙을 모르는 것들뿐이라서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자칫 지루한 게임을 해서 어색해질 바에야, 차라리 혼자서 외출하는 게 좀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ZZZー"

    "아, 맞다! 코요이짱 생일 축하해!"

    "예?"

    "맞아! 산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잊고 있었어요! 어제는 코요이 씨의 생일, 축하합니다!"

    "어, 어어, ....... 고마워요."

    "그건 그렇고 어제는 어디에서도 트윗을 하지 않아서 놀랐어~ 그래도 날짜가 바뀌기 전에 제대로 트윗을 했으니 다행이야 다행."

    "읏,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



     어제 트윗을 한 뒤에도 리플을 통해 여러 사람이 걱정해 주었다.

     그 후에 나츠나미 유이가 [지금 쿠로네코랑 케이크 먹고 있어요]라고 트윗을 했더니, 더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 줘서 여러모로 힘들었다.

     다음에 개인방송을 하면 시청자들이 크리스마스이브에 대한 질문을 하겠지 .......



    "그래서~ 자, 이거 생일 선물입니다~"

    "어, 괜찮아요 ......?"

    "물론, 귀여운 후배의 생일이니까! 선배, 불발해 버렸답니다!"



     건네받은 것은 작은 꾸러미였다.

     그다지 무겁지 않으니 작은 것일까 ......?



    "열어봐도 될까요?"

    "응응~."



     조심스럽게 포장을 뜯어낸다.

     이게 택배로 온 것이라면 대충 뜯어보겠지만, 선배가 주는 생일 선물이라서 이상하게도 조심스럽게 뜯고 싶어지는 게 내 심정이다.

     도중에 실패할 것 같으면서도 어떻게든 포장을 풀고 상자를 뜯어낸다.

     안에서 나온 것은 빨간 머리핀이었다.



    "예전에 앞머리가 걸려서 트래킹이 안 된다고 하길래, 헤어핀이면 가지고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거든."



     아마 한 달 전쯤에 통화했을 때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Live2D 방송은 웹캠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표정을 아바타에 반영하기 때문에, 앞머리가 너무 길면 눈가의 트래킹이 안 될 때가 있다.

     그래서 그런 불만을 토로했었는데, 설마 그걸 기억하고 이렇게 선물을 해줄 줄이야 .......

     화려한 액세서리나 취향이 갈리는 물건이 아니라 버튜버 활동에도 활용할 수 있는 심플한 헤어핀을 선물하는 부분에서, 나나세 나나미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고 있다.



    "기쁘니?"



     하지만 그런 인간적인 그녀도 절대적인 자신감이 없는 건지, 그 눈빛이 불안함으로 조금 흔들리는 것 같았다.

     믿음직한 선배의 흔치 않은 모습에 놀라움을 느끼면서도, 지금의 솔직한 마음을 전한다.



    "고마워요. 그, 남한테 선물 받은 경험은 별로 없었는데 ...... 정말 기뻐요. 소중히 쓸게요."

    "다행이다~"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나나미 씨.

     왠지 모르게 좋은 분위기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자!"

     "삐!!!?!"



     옆에서 루카 씨가 갑자기 뛰어들길래,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외쳤다.



    "루카는 선물을 준비하는 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루카를 선물로 드리는 거예요! 자 코요이 씨, 루카를 드세요!"

    "아니, 잠깐, 저기."



     얼굴을 부비부비해서 아파.

     체격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달려들면 꽤 아프고, 부비는 기세가 대단해서 이것 역시 아프다.

     아까까지만 해도 좋은 분위기였는데 망쳐버렸잖아!?



    "으으...... 시끄러워......"

    "아, 린네짱이 일어났다."

    "루카, 셔럽 ......"

    "린네 씨! 함께 코요이 씨의 생일을 축하하지 않을래요!"

    "코요이 ...... 생일 ...... 함께 자자 ......"

    "와앗!?"



     루카 씨가 옆에서 뛰어든 탓에, 내 몸은 지금 옆에 있던 린네 씨의 소파에 쓰러져 있다.

     거기서 일어난 린네 씨가 양손으로 나를 단단히 붙잡고는 다시 잠에 들기 시작했다.

     한쪽은 린네 씨에게 안긴 상태로, 한쪽은 루카 씨에게 강아지처럼ㅡㅡ체격으로 따지자면 오히려 이쪽이 강아지지만ㅡㅡ매달려 있어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도움을 청하듯 간신히 움직이는 머리로 나나미 씨에게 시선을 던졌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포기한 표정으로 양손을 들어 올릴 뿐이었다.



    "으으, 사, 살려줘요~......"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어라, 쿠로네코가 죽부인이 되었네......?"

    "도와주세요~"

    "나도 끼어도 괜찮을까나~?"



     휴게실은 카구야히메 사쿠야가 와서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10분 후 매니저가 올 때까지 이런 상태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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