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1화 도심의 환승은 한번 잘못 갈아타면 큰일(1)
    2023년 11월 15일 23시 45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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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으, 지쳤다 ......"



     우리 학교는 12월 26일부터 방학이다.

     그래서 오늘이 사실상 마지막 수업날[각주:1]인데, 고2의 겨울방학은 내년의 입시를 위해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해서 계속 어려운 설명을 듣는 바람에 머리가 피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금 당장 집에 가서 목욕하고 잠자리에 들고 싶지만, 오늘은 이후에 스튜디오에서 크리스마스 방송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

     학업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전철을 타고 본사 사옥으로 향한다.



     요즘은 스튜디오에서 녹음이나 레슨이 자주 있다 보니, 어느 역에서 어떤 전철을 타야 편하게 갈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처음엔 혼자서 전철을 타면 역방향으로 가거나 길을 잃는 등으로 지각이 잦았는데, 지금은 그 시절이 그립다.......

     단축수업 덕분에 5교시 수업이 끝났다는 점도 있어서, 귀갓길의 만원 전철에 시달릴 일도 없다.

     몸이 작아서 만원 전철을 타면 사람에 짓눌려버리니,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지금 시간대가 정말 고맙다.



     그렇게 몇십 분 동안 계속 전철을 타서.

     차 안에서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꽂고서 유튜브를 보고 있자니, 도중에 피곤해서 깜빡 잠들었다. 자칫 몇 분만 더 늦게 일어났더라면 내릴 역을 놓칠 뻔했다.......

     몇 번의 환승을 거쳐 드디어 목적지 역에 도착했다. 환승 후에는 한숨 잘 만큼의 승차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놓치는 일은 없었다.



    '사람이 많네......'



     여전히 이 도시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며, 인파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전진한다.

     몸이 작으면 일상생활을 하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라는 것을, 최근 외출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지금까지는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거의 없었으니까....... 홈쇼핑만 있으면 기본적으로 불편할 것이 없고.



     역에서 조금 걸어서 목적지 건물에 도착했다.

     접수처에서 관계자 카드를 보여주고 안으로 들어가니, 드디어 살 것 같다.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직 미팅 집합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솔직히 곧장 오지 말고 조금만 다른 데 들렀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 와서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다.

     일부러 안으로 들어왔는데 다시 나가기는 귀찮다고 쿠로네 코요이의 게으른 부분이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사무실이나 스튜디오를 바깥에서 구경하며 시간이나 때우자.



     그런 마음으로 어슬렁어슬렁 복도를 걷고 있자,



    "오, 혹시 코요이 씨?"

    "삐이!?"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와서, 뛰어오를 정도로 깜짝 놀랐다.

     완전히 정신을 놓고 있었기 때문에, 이름이 불리자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아, 저기, 루카, 씨 ......?"

    "예스! 루카 잉그리드예요! 현실에서 만나는 건 오랜만이네요!"



     천연 금발머리에 조금 높은 키라서, 내가 조금 올려다보는 형태가 된다.

     그곳에 있던 사람은 샤넬카 라비리트ㅡㅡ루카 잉그리드였다.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여름 코미케 때였고, 그것이 첫 대면이었으니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그 후 몇 달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오랜만에 만나는 루카 씨를 보자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인터넷에서 자주 통화하는 상대라도,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하면 엄청나게 긴장해서 평상시처럼 말하지 못하는 건 왜일까....... 이게 바로 외유내강인가.



    "미팅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코요이 씨 일찍 오셨네요!"

    "아, 학교가 일찍 끝나서 ....... 루카 씨도 빠르네요."

    "루카는 집이 가까워서 아무도 없을까 봐 일찍 왔어요."

    "아, 그런가요......"



     어, 어색하다.

     예전에 비하면 소통력은 많이 늘었다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여전히 취약한 부분이다. 상대방이 대화를 이끌어주면 적당히 맞장구를 치면서 따라가는데, 루카 씨는 왠지 모르게 평소의 기계적인 말투를 자제하고 수수께끼 같은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으으, 얼굴 좀 쳐다보지 말고 말을 해.......



    "........."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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