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2 월야의 댄스
    2021년 01월 23일 14시 17분 0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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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2651eh/32/





     "캐롤, 이 오빠에게 감사해라. 내 덕분에 널 에로 할배에게 판다는 이야기는 없어졌다고. 너같이 덜떨어진 아인을 바깥에 내보내어 우리 아르세이데스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하게 둘 수는 없으니 말야. 으하하하핫."

     ".......예?"


     드물게도 학교에서 빨리 돌아온 딜크가 갑자기 기묘한 말을 하였습니다.

     고개를 갸웃하는 저에게, 성장기답게 상당히 커져버린 딜크는 평범한 다섯 살보다 자그마한 저를 가볍게 들어올리고는 시원한 미소로,

     "오늘은 이 오라버니가 같이 욕실에 들어가서 씻어주겠다."

     "싫어."

     변태같은 말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바로 거절하자, 거부할 거라 생각하지 못한 딜크는 놀라서 눈을 부릅떴습니다.


     "딜크. 역시나 그래서는 토끼도 영문을 모를 거라 생각하는데?"

     "카시미르....."

     아, 있었네요. 프레아의 오빠인 공작가의 도련님이 반짝거리는 미소로 친구인 딜크의 손에서 저를 빼앗아서 끌어안았습니다.

     "여전히 귀엽네, 토끼야. 용가죽 목걸이는 준비했으니 언제든지 내 것이 되어도 괜찮아."

     "이 녀석은 안 준다고 했었지. 빨리 돌려줘."

     "가끔은 괜찮잖아. 그렇지, 토끼야?"

     "........."

     섬뜩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미소년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혐오감이 장난아닙니다.

     귀족영애는 커녕, 완전히 저를 '사람' 으로서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정말 진짜 애완동물인 토끼 취급입니다.

     "그럼 토끼에게 가르쳐 줄게."


     카시미르의 말로는, 제 취급을 어떻게 해야 할지 딜크가 그에게 상담했다고 했는데, 카시미르도(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아버지와 상담하여, 프라다 공작가가 움직였다고 합니다.

     스스로 말하는 것도 뭣하지만, 저 따위를 위해 프라다 가문이 친절하게 움직여줬다니 왠지 믿을 수 없습니다.

     뭔가 뒷사정이 있는 듯.....하다고 해야 할까, 안 좋은 예감만 듭니다.


     "네 매각이야기, 가 아니라 몸이 성장하면 양자로 준다는 이야기는 없어졌어. 그 위약금은 어느 분이 지불해줬는데, 그를 위해 토끼가 왕성까지 와줬으면 해. 내일 밤, 성에서 파티가 있는데, 만나고 싶다는 귀족들도 모였으니 마침 잘됐구나, 싶어서."

     "물론, 캐롤은 파티 따위에 내보내지 않을 거라고. 너 같은 아인이 성의 파티에 나오는 건 허락되지 않으니까. 물론 난 나간다고."

     "나도 출석해야 하니 옆에는 있을 수 없지만, 나중에 당근을 갖고 와줄 테니 참아줘야 해."

     "............."


     이 자리에서 바로 어른이 되어 죽이려는 걸 참을 수 있었던 저는 칭찬받아도 좋습니다.

     내일 왕성에 가서 돈을 내준 사람과 만나게 되었는데, 정말 안 좋은 예감만 듭니다. 딜크도 정말 프라다 가문이 친절 만으로 움직여줬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렇게 하여 다음날, 어차피 성의 파티에는 나갈 수 없으니 평소의 옷으로 대기하고 있자, 빨리도 귀가한 딜크와 카시미르가 또 찾아왔습니다.


     "딜크는 그다지 토끼를 다른 귀족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양이지만, 나로선 귀여운 토끼를 보고 싶으니, 이런 걸 준비했어."

     "......응?"

     카시미르의 뒷편에 있는 약간 안색이 나쁜 젊은 집사가 상자를 들고 옵니다. ......아, 이 사람이 바로 프레아가 찔렀던 사람인가요?

     "자, 귀엽지?"

     "........."

     카시미르가 들고 온 것은 오더메이드같은 순백의 드레스였습니다.

     강제적으로 갈아 입혀진 그것은, 어깨가 다 드러났고, 목가와 손목 발목에 새하얀 모피로 된 털뭉치를 차서 어딘가 코스프레같은 모습이었고, 엉덩이 부분에 토끼의 꼬리같은 털뭉치가 붙어있었습니다.

     정말로 애완동물 취급이네요. 어느 밤가게의 접대부인가요?

     그대로 프라다 공작가의 마차에 타서, 딜크와 카시미르와 같이 성으로 출발합니다. 진짜로 배가 아파왔습니다.

     딜크도 이 모습을 마음에 들어했는지, 계속 저를 무릎 위에 올린 챌, 만족스레 기분나쁜 말을 합니다.

     "네가 커지면, 다리가 보이는 짧은 옷자락의 같은 드레스를 만들어 주겠다."

     "..........."

     완전 사양하겠습니다.


     성에 도착했지만 역시나 저같이 자그마한 아이는 없습니다.

     성의 사람들이 보내는 혐오의 시선을 받으며 안으로 나아가서 응접실같은 방에 들어간 후, 딜크 일행은 파티회장으로 향하였습니다.

     차도 나오지 않은 채 몇 분 동안 방치되어 있자, 또 노크도 안한 채 문이 열리고 세 어른들이 들어왔습니다.


     "호오, 이게 그 아르세이데스의 금기의 아이인가."

     "더러워요. 하지만 때마침 잘됐네요. 외모도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니."

     "여어, 네가 아이들이 말했던 토끼구나. 프레아가 마음에 들어하지만, 이번엔 참도록 하지."

     "......"

     처음 말한 사람부터, 풍채가 좋은 아저씨. 찰랑거리며 보석을 두른 여자. 마지막은 아마도 프라다 공작이려나? 그렇네요, 화장품을 납품하고 있는 제게 손을 대면 프레아의 기분이 나빠질지도 모릅니다. ......다음까지 무사했으면 좋겠네요.

     아저씨 두 명은 저를 품평하는 듯 뚫어지게 보았고, 떡화장의 여자는 얼굴을 가리면서 저를 보고, 결국 제멋대로의 말을 한 후,

     "이거라면 문제 없겠네요, 재상, 뒤는 맡기겠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들도 돌아가 볼까요."

     그리고 아무 설명도 없이 돌아갔습니다.


     과자와 책을 '가방' 에서 꺼내어 시간을 보낼까 생각했지만, 1시간이 지나도 멀리서 들려오는 파티의 음악이 계속 들려왔기 때문에, 슬슬 질렸습니다.

     이런 파티는 몇 시간 계속되는 걸까요? 차가 식어도 메이드가 바꾸러 오지도 않았기 때문에, 저도 조금 움직여 볼까요.


     "Setup [Witch Dress]"


     마녀모드로 변신하고서, 창을 몰래 열고 방 밖으로 나갑니다.

     "........음."

     일단, 내부의 정원같은 장소에 멋진 동상이 있었기 때문에, 얼굴에 검은 잉크로 낙서를 해둡니다.

     여기까지 오니 파티의 음악이 꽤 커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금 신경쓰이네요. 이 나라의 귀족에는 흥미가 없지만, 저도 일단은 여자이기 때문에 화려한 것에 동경심은 있습니다.


     회장에서 떨어진 테라스까지 이동하고서, 거기에서 파티회장을 몰래 봅니다.

     이세계니까 뭔가 특이한 형식이라도 있나 생각했지만, 그렇게 눈에 띄는 것은 없네요.

     강하게 말하자면 악기의 음색과 댄스가 약간 변칙적인 느낌이랄까요.

     그러고 보면 전생의 저는 그다지 운동을 못했지만, 지금의 몸은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줍니다.

     조금 흥미가 동한 저는 음악에 맞춰서 보고 흉내내어 스탭을 밟습니다.

     이 몸이라면 의외로 간단하네요. 조금 즐거워져서 그대로 혼자서 춤추고 있자,


     "ㅡㅡ넌, 뭘 하고 있지?"

     "!?"

     완전히 방심해버렸습니다. 잠깐 리질로 베어서 조용히 시킬까 하여 돌아보니, 그곳에는 지금의 저와 같은 정도ㅡㅡ아마, 열너댓 정도의 검은 머리의 남자아이가 이상하다는 듯 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넌.....하프엘프?"

     ".........."

     "아, 미안, 딱히 깊은 의미는 없어. 단지 이 성에 인족이 아닌 자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으니까."

     경계하는 저에게, 그 귀족같은 소년은 서둘러 사과했습니다.

     "하프엘프라면, 뭐가?"

     "난 최근 외국의 유학에서 돌아와서 말야. 거기선 엘프와 수인도 흔히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놀랐어. 물론, 그들과도 친구고."


     다시 말해 경계할 필요는 없다는 걸까요? 아직 소년인데도 정말 침착한 얼굴을 한 그는, 제가 누구이며 어떻게 이런 장소에 있는지 확인하려 하지 않고, 제가 경계를 풀자 가볍게 숨을 쉬고서 테라스의 난간에 손을 걸치면서 밤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이 나라에서 벗어나서야 이 나라의 귀족이 이상하다고 눈치챘어. 다른 나라에선 아인 귀족도 드물지 않던데? 아, 이건 비밀이야?"

     "응."

     "그래, 조금이지만 나와 춤추지 않을래? 아무래도 난 이 나라의 귀족들이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않아서 상대가 없어."

     조금 전 혼자서 춤추던 걸 보았던 걸까요. 약간 부끄러워져서 내밀어준 손을 무심코 잡고 말았습니다.

     "......조금만이라면."


     달빛 안에서, 멀리서 들리는 음악에 맞추어 저와 그는 조용히 춤을 춥니다.

     저의 댄스는 아직 익숙치 않았지만, 그는 익숙한 모양인지 그런 저를 리드해주듯이 춤을 춰주었습니다.

     1곡 정도 추고 나자,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저희들은 떨어져서 거리를 벌렸습니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당신이, 그대로라면."


     저는 그냥 그것 만을 말한 후 밤의 어둠에 녹아들 듯이 모습을 지웠고, 그는 언제까지나 제가 사라진 주변을 바라보았습니다.


       ***


     "전하, 카미유 전하, 이런 곳에 계셨습니까."

     "......재상."

     누구도 없는 테라스에 있던 흑발의 소년은, 자신을 부르러 온 남자의 간들거리는 얼굴을 보고 무심코 눈썹을 찌푸렸다.

     "오늘은 유학에서 돌아오신 당신의 귀환파티입니다. 주역이 없어지면 어떻게 합니까, 그렇지요, 대군전하?"

     "......"

     그런 자신을 외국으로 쫓아보낸 사람 중 하나면서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카미유는 내심 생각하였다.

     왕인 형과 나이가 동떨어지고, 어머니도 다르다. 선왕의 제 3 왕비가 낳은 그는, 선왕이 붕어하기 1년 전에 외국으로 나가게 되었고, 그 사이에 형이 왕위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기뻐하십시오. 드디어 당신의 처가 될 귀족영애를 발견했습니다."

     "그런가......"

     자신이 형의 자식인 태자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문제가 있는 영애를 떠넘겨 받을 것이 분명하다.

     들을 가치도 없다며 걷기 시작한 카미유는 등에서 말하는 재상의, 마지막으로 놀리는 것 같은 목소리에 무심코 발걸음을 멈췄다.


     "분명, 아르세이데스 변경백의 금기의 아이. 흑발의 하프엘프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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