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9화 익숙지 않은 녀석과 너무 익숙해진 녀석
    2023년 11월 12일 23시 33분 2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평소처럼 미나토가 운전하는 차에 탄다.

     몇 번이나 탔는지 모르겠지만, 매번 앉던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내가 아닌 카미시로 시죠였다.



     ㅡㅡ아아, 뒷좌석에 타는 건 처음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멍하니 두 사람의 담소를 듣는다.



    "미나토 씨의 운전, 오랜만이네요."

    "...... 요즘은 통 바빴으니까."

    "예전처럼 드라이브하지 않을래요? 느긋하게, 미나토 씨가 운전하면서..."

    "가는 곳마다 시죠 씨가 말썽을 일으키는 것은 사절이야."



     두 사람은 상당히 친한 사이인 것 같다.

     뒤에 내가 있는 것도 잊고 둘만의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난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그럼 쿠로네 씨는 어때요? 저랑 둘이서 외출 같은 거 해보지 않을래요?"

    "네......?"

    "잠깐."

    "괜찮잖아요. 동기로서 친목을 다지고 싶은 것뿐이에요."

    "모, 모르는 사람은 따라가면 안 되니까......"

    "합방도 한 사이인데 말이죠~"



     카미시로 시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가능성이라면 자기랑 친했던 미나토가 최근 나랑 같이 있는 것에 화가 나서 혼내려는 것일까 .......



    "아까도 말했지만, 이 아이는 낯가림이 심하니까 이상한 짓은 하지 말아 줘."

    "알아요. 정말, 당신은 쿠로네 씨한테 과보호가 심하네요."

    "읏......"



     순간 액셀러레이터가 밟혀서 차가 조금 가속이 붙었다.

     하지만 미나토의 조용한 운전에 익숙하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아주 미묘한 가속이었다.

     이 기회에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자.



    "저기, 처음 만났을 때부터 왜 저한테 말을 걸었던 거죠 ......?"

    "왜 말을 거냐니, 또 이상한 질문을."

    "왜냐면 이유도 없는데 말을 걸어올 리가 없잖아요......"

    "으, 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요..."



     검지손가락을 턱에 대고서, 카미시로 시죠는 허공을 바라보았다.



    "귀엽기 때문에. 그럼 안 되나요?"

    ".........?"

    "저는 귀여운 아이나 재미있는 사람을 좋아해요. 그래서 쿠로네 씨도 한 번 봤을 때부터 신경이 쓰였거든요."

    "위험한 녀석이다. 앗........"



     무심코 튀어나온 말에 당황해 손으로 가렸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잘못 들을 리가 없는 밀실 공간에서의 실언에 당황하면서, 카미시로 시죠를 힐끔 쳐다본다.

     방긋 웃고 계신다. 무섭다.



    "그런 부분도 귀여우니까요~"

    "그렇긴 해."



     이 차내에는 위험한 녀석밖에 없는 거 아니야?

     하지만, 신경 쓰인다고 접촉을 하러 오다니.

     ...... 첫눈에 반했다거나, 좋아한다고 말하는 자요이의 얼굴이 어른거린다.

     이 여자는 괜찮겠지......? 미나토가 데려온 사람이니까 믿어도 괜찮겠지??



    "이제 도착한다."

    "아, 응"

    "일반 개장까지 시간 때울 테니까, 열심히 해."

    "나중에 가게 쪽으로 갈게요~"



     두 사람의 응원을 등에 업고서 차에서 내려 학교로 향한다.

     교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내려주긴 했지만, 자동차 통학이 눈에 띄는지 주변 학생들이 힐끗 쳐다보며 이야기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와, 저거 외제차네."

    "메르세데스야"

    "그보다 저거 누구야?"

    "우리 학교에 있었나..."

    "전학생인가?"



     으으, 좀 더 먼 곳에 내려달라 할걸 그랬어 .......

     모이는 시선에 등을 돌리고서, 도망치듯 발걸음을 재촉하며 교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래도 오늘은 들뜬 사람들이 많다.

     평소에는 수수했던 녀석들도, 오늘만큼은 화장을 하고는 헤어스타일도 완벽하게 세팅하고 있다.

     하~ 이래서 인싸들이란. 학교를 파티장으로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부정의 아우라를 흩뿌리면서, 메이드 카페풍으로 꾸며진 교실의 문을 통과한다.

     뭐, 장식이라고는 해도 그래봐야 학생의 작품. 분홍색 레이스가 붙어 있거나 종이 접기로 만든 꽃이 붙어 있거나 하는 정도다.



    "안녕~"



     최근에 배운 처세술, 교실에 들어갈 때는 인사를 하면서를 실천한다.



    "안녕, 쿠로네 씨!"

    "코요이짱 오늘따라 열정이 넘치네!"

    "잠깐 누구인지 몰라봤어~"

    "어?"



     요즘 자주 말을 거는 녀석들이, 나를 둘러싸고서 시끄럽게 말한다.



    "그야 화장도 하고 머리도 예쁘게 하고 왔으니깐, 문화제를 기대하고 있었구나!"

    ".........뭐?"



     그 말을 듣고서, 최근 미나토에게 지적받고 가지고 다니는 접이식 거울을 꺼내어 확인했다.

     거기에는 평소의 미소녀가 비치고 있었다.

     

     ㅡㅡ요시! 여전히 귀엽네!



     가 아니라.

     평소에는 민낯에 간단히 머리만 정리했던 머리카락이, 오늘은 제대로 멋을 부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에도 미나토가 여러 가지를 해준 것 같다 .......

     평소에는 일상의 한 장면이라서 신경도 안 썼지만, 오늘 하루만 놓고 보면 내가 문화제에 들떠하는 파티 피플로 보이잖아!



    "그럼 시간도 없으니 빨리 옷 갈아입을까?"

    "화장도 해줄까 했는데 안 해도 되겠네~"

    "이거라면 매출 1위도 틀림없을 거야."

    "피잇!? 마음의 준비가 아직."



     양쪽에서 팔을 붙잡혀서 도망갈 길을 봉쇄당한다.



    "그, 그만해~"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쳐보지만, 여학생들의 힘이 강한 건지 아니면 내가 힘이 없는 건지 도무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도움을 청하며 가만히 지켜보는 반 친구들에게로 시선을 던져보지만, 모두들 흐뭇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저 소동물을 보는 눈은! 이쪽은 지금 학대 중이라고!! 선생님~ 왕따예요!!!



    "우와, 코요이짱  가벼워."

    "제대로 먹는 거니 ......?"

    "아니 아니 제대로 먹지 않으면 이렇게 커지지 않잖아~"

    "작은데도 크네."

    "이익ー!"



     탈의실에서 이리저리 만져지는 나는, 분명 슬픈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아마, 분명, 아마도, 메이비~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