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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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1월 12일 01시 14분 5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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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어느덧 시간이 흘러 12월의 끝자락.

     우리는 내 고향에 와 있었다.



     왜 우리가 이곳에 있느냐 하면, 귀향 때문이었다.

     여름에 부모님과 약속한 대로, 설날을 내 집에서 보내기 위해 돌아왔다.



    "여기도 오랜만이지?"

    "...... 그래."



     유우와 이야기를 나누며, 내 집으로 가는 길을 걷는다.

     이 근처는 인적이 드문 곳이라 걷는 사람은 나와 유우만 있다.



     한적한 주택가에 캐리어가 굴러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마코토의 부모님은 잘 계시려나?"

    "...... 음, 전화했을 때 보니까 괜찮아 보였어."



     오히려 너무 건강해 보일 정도였다.

     12월 들어서는 일정이 잡히기 전까지 언제 올 거냐며 2~3일에 한 번씩 전화가 걸려왔었다.



    "그랬구나. 앗, 마코토!?"

    "우와!"



     다리가 엉켜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넘어질 뻔했다.

     넘어지기 전에 어떻게든 다시 일어섰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살짝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낸다.

     

    "............저기, 마코토."

    "...... 왜?"



     유우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유우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신기하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혹시 ...... 긴장하고 있는 거야?"

    "..................윽."

    "역시. 아까부터 이상했으니까, 알겠어."



     나 자신도 이상하다는 자각이 있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유우의 말대로, 나는 아까부터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왜? 긴장할 만한 일이 있었어?"

    "아니, 그 ...... 유우를 연인으로 소개하게 되니까."



     긴장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오늘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께 연인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그건 나에게는 매우 어려운 행동이다.

     지난번에 '절친'으로서 데려갔을 때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니, 물론 축하를 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반드시 축하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과 긴장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 그, 연인을 소개한다는 것은 왠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의미가 있는 것 같고.

     보통 그런 일을 하는 것은, 결혼을 의식하고 있을 때가 많다고 생각한다.

     뭐, 어디까지나 내 인상이지만.



    "...... 그렇구나."



     하지만 아쉽게도 유우는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어렴풋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음, 맞다. 그럼 차라도 마실래?"

    "차?"



     그러자, 유우는 미소 지으며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보여주었다.

     그 물병이 낯이 익었다.



    "...... 그거, 백화점 때의?"

    "응, 맞아. 어때?"



     여름의 그때를 떠올리니, 조금 감회가 새롭다.

     지금 꺼낸다는 것은, 그때처럼 내 긴장을 풀어주려는 것이겠지.



     유우의 그 배려가 기쁘다.

     

    "모처럼이니 받아볼까?"



     어디 앉을 곳이 있을까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근처에 공원이 있었다.

     내가 예전에 갔었던 공원이다.



     유우에게 제안하니 고개를 끄덕여줘서, 우리는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공원에 들어서자, 바람이 불어오는 탓인지 조금 추웠다.



     구석에 설치된 벤치에 가서 앉았다.

     곧이어 유우가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기다리는 동안 공원을 가볍게 둘러보았다.



    "...... 그립네."

     

     작게 중얼거린다.

     어렸을 때 여러 번 봤던 곳이라서, 어디를 보아도 그리웠다.

     

    "...... 그러고 보니."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벤치에도 앉았던 기억이 있다.

     예전의 나는 친구도 못 사귀어서, 혼자 여기 앉아서는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곤 했다.



     당시 나는 엄마에게 친구가 없는 것을 들키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집에 가지 못하고 저녁이 될 때까지 여기서 시간을 때우곤 했다.



    '......'



     문득 옆을 보니, 유우가 차를 컵에 따르고 있었다.

     예전에 혼자 앉아 있던 자리에 지금 유우와 함께 앉아 있는 것이 감격스럽다.



    "마코토, 여기 차."

    "...... 고마워."



     건네받은 차는 따뜻했다.

     한 모금 마시자, 언제나 집에서 끓여주는 맛이라서 안심이 된다.



    "맛있어."

    "다행이야."



     ...... 하지만, 맛있기는 해도 그 여름에 마셨을 때와는 맛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뭐, 이건 따뜻한 차고 그때는 차가운 차였으니까 당연하겠지만.

     그냥 계절이 바뀌었구나, 싶었다.



     결국 그만큼의 시간이 지났고, 그만큼의 시간 동안 함께 했던 것이다.

     

    "......"



     유우를 보니, 이쪽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고 있었다.

     ...... 이 소중한 연인과, 앞으로의 시간을 계속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제 갈까?"

    "응."



     남은 차를 다 마시고 유우에게 컵을 돌려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몸이 펴지자 기분이 좋다.



    "......후우."



     어느새 긴장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이거라면, 이제 아무데서나 넘어질 일은 없을 것 같다.

     

    "...... 유우."

    "왜?"



     물병을 치우고 일어선 유우에게 손을 내민다.

     조금 부끄럽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저기, 여기서부터 집까지 손을 잡고 가지 않을래?"

    "...... 응!"



     유우는 기쁜 듯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내 손과 유우의 손이 겹친다.

     그리고 우리는, 집을 향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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