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4화 기세만으로 행동하니까 후회한다는 거야(3)
    2023년 11월 06일 21시 20분 1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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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조는 두 사람이 나란히 들어가도 다소 여유가 있는 크기다.

     원래도 일반 가정집 치고는 넓은 욕조인데, 코요이가 작아서 더 여유가 있다.

     우리는 왠지 쑥스러워서, 나란히 무릎을 껴안고 앉아서는 멍하니 흐릿한 유리를 바라보았다.



    "저기."

    "저기."

    "아으 ......"



     어색함에 못 이겨 말을 걸었더니, 멋지게 말이 겹쳤다.

     코요이 다시 부글거리며 욕조에 얼굴을 반쯤 담갔다.



    "미안. 먼저 말해도 돼."



     어차피 나는 이후 어떻게 할 거냐 같은 별 것 아닌 이야기였고.



    "그, 그럼. 음, 미짱, 여름 코미케 이후로 뭔가 화난 거 있어 ......?"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가슴 한구석이 찌릿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어눌한 말투로도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 1주일은, 결국 나의 추악한 질투심이 만들어낸 기간이었다.

     예전처럼 평온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데,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겠냐고 속삭이는 또 다른 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도발도 하고, 일 얘기가 있음에도 연락을 끊어버리기도 했다.

     솔직히 후회는 없지만, 코요이를 불안하게 만든 것만은 불쌍하게 생각하고 있다.

     

     

    "화 안 났어"

    "거짓말, 분명 화났어."

    "거짓말이 아니야. 그냥 질투한 거야."

    "질투?"



     고개를 갸웃거리는 코요이는 귀여웠다.

     그런 순수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자ㅡㅡ아아, 어느새 나와 이 아이의 시선이 몇 초가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코요이의 귀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서,



    "전부 다 알아."



     속삭임에 약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쓰는 그 반응이 재미있어서 나도 모르게 심술을 부리고 싶어진다.



    "타치바나 아스카, 귀여우니까."

    "싫어 ......"

    "선배들한테도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고."

    "미, 미나토 ......"



     숨을 쉴 떄마다 움찔 튀어 오르는 어깨와 숨소리가 귀엽고, 점점 초점을 잃어가는 눈동자가 점점 내게서 이성을 앗아간다.

     아아, 역시 이 아이는 마성의 여자야 .......



    "저기, 코요이."

    "응......."

    "나만을 봐"



     어느새 자세는 나란히 앉은 자세에서 마주 보는 형태로, 그리고 덮치는 형태로 밀어버린 내가 코요이를 내려다보고 있다.

     아무리 넓은 욕조라도 마주 보고 있으면 나름대로 비좁아서, 서로의 다리와 팔이 엉키게 된다.

     그것이 내 안에서 이성이라는 이성을 모두 증발시켜 버린다.

     도자기처럼 매끈한 목덜미를 보고 있자니, 내 안의 독점욕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이대로 나라는 존재를 새기고 싶다.

     이미 이성이 아닌 본능으로, 그 목덜미에 얼굴을 들이대어ㅡㅡ



    "너희들,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니?"

    "어?"

    "으음....... ...... 엄마!?"



     심장이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



     그 여자는 쿠로네 치카게라고 이름을 밝혔다.

     즉, 코요이의 어머니다.

     치카게 씨에게 음란한 모습을 보인 우리는, 얌전히 목욕을 마치고 거실에서 정좌하고 있었다.

     눈앞에는 식탁 의자에 앉아 있는 치카게 씨가 보인다.

     으으, 침묵의 공기가 매우 무겁다.



    "그래서, 이건 어떤 상황인데?"



     치카게 씨가 입을 열 때마다, 옆에서 움츠러든 코요이가 벌벌 떨고 있다.

     딸에게 굉장히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엄마라고 들었지만, 동시에 화를 내면 굉장히 무섭다고도 들었다.

     가녀린 눈매와 긴 머리의 코요이와는 달리 치카게 씨는 날카로운 눈매에 긴 머리를 묶어 올린 탓에 드센 인상을 준다.

     그래도 코요이가 1만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초미소녀라면, 어머니인 치카게 씨는 1만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미인이라 해도 손색없는 미모를 지녔다.



    "엄마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어......"

    "심한 뇌우로 인해 귀가 명령이 나왔거든."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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