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속옷을 집어 들었다.
아니, 변명 좀 하자.
이것은 결코 흑심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다.
젖은 옷을 그대로 두면 옷감이 상하고 냄새가 나며, 밑에 깔린 마른 잠옷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속옷을 빨래망에 넣어 세탁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뜻 보면 연하 미소녀의 속옷을 양손으로 잡고 있는 수상한 사람일지 모르지만, 정말로 흑심은 없다......!
......흐음, 핑크색이구나.
"미짱, 아직이야?"
"히익! 조, 조금 남았어!"
코요이의 재촉하는 목소리에 떠밀려 옷을 벗는다.
피부에 달라붙은 옷은 좀처럼 벗겨지지가 않는다.
그래, 하는 김에 내 옷도 빨자.
코요이의 속옷과 내 속옷을 함께 세탁기에 넣고서 돌린다.
이럴 때 속옷과 옷을 같이 돌리지 못하는 것은 귀찮지만, 어쩔 수 없지.
옷을 먼저 돌릴 수도 있었지만, 역시 돌아갈 때를 생각하면 속옷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뭐, 내일이면 다 돌려서 말릴 수 있을 테니,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겠지만.
알몸이 되어 욕실 문에 손을 대고서 이제 간다고 다짐하다가, 다시금 나는 역시나 엄청난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냉정해졌다.
지금까지 코요이의 알몸을 몇 번 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연이었거나 목욕 후 바로 머리를 말린다거나 하는 별일 아닌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 너머에는 목욕을 하고 있는 코요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알몸이다.
서로가 알몸인 상황은 처음이 아닐까 ......, 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아, 으, 역시 그만둘까?
아니, 하지만 여자끼리 목욕하는 건 흔한 일이잖아!
하지만 내가 여자끼리 목욕을 한 경험은 시죠 씨 정도밖에 없지만!
그래 나는 학창 시절에도 표면적인 관계밖에 맺어보지 못한 여자였다 왜!
으으, 갑자기 비참해졌어.
이제 왠지 모든 것이 다 귀찮아져서 포기하고서 문을 연다.
김이 뿜어져 나와서 온몸을 감싼다.
"미짱, 늦었, 어......"
"미안, 세탁기를 돌리느라."
"........."
"코요이?"
목욕물에 몸을 담그고 있던 코요이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뭐, 뭐지?
자신에 비해 작은 가슴에 놀란 걸까?
그, 그야 코요이에 비하면 작지만, 여성 전체로 봤을 때는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니, 이 아이의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작다고 생각하겠지 .......
"아, 음,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
"그래? 그럼 샤워실 빌릴게?
"그, 그래."
욕조에 푹 잠긴 코요이를 이상해하며, 샤워기로 몸을 씻는다.
하아, 비에 젖은 끈적끈적함 씻겨서 기분 좋아~
샴푸와 트리트먼트, 바디워시도 빌려서 열심히 씻는다.
"........."
그 와중에도 코요이는 가만히 이쪽을 관찰하고 있다.
으, 으음. 계속 쳐다보는 건 좀 부끄러운데.
이야깃거리 하나라도 던져주면 좋겠는데, 코요이한테 거기까지 요구하는 건 너무 심한 걸까?
이제 됐어, 이쪽에서 물어보자.
"아까부터 뭘 보고 있어?"
"가슴."
"어?"
"아, 아니, 달라, 아으으......"
나도 모르게 가슴을 안아서 숨기려고 했다.
그, 그랬구나.
일주일 만이었고 코요이는 얌전해서 잊고 있었는데, 이 아이는 원래 이런 아이였지.
분명 함께 들어가자는 말은 아무런 속셈이 없는 친절함이었을 테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야한 생각을 하는 것이 쿠로네 코요이라는 여자애였다.
서로 알몸을 드러내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았나 싶어서, 등줄기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샤워를 멈춘다. 이제 어떻게 할까.
보아 하니 욕조의 가장자리를 잡고서 얼굴을 붉게 물들인 코요이가 앞을 향해 몸을 기울이며 고개를 연신 끄덕이고 있었다.
아니, 왜 고개를 끄덕이냐고.
"저기, 들어가도 돼?"
"응, 응. 옆자리, 옆자리에."
"그럼 실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