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2화 3명이 나란히 걸으면 어느 사이엔가 1명만 뒤에서 걷는다는 녀석(2)
    2023년 11월 06일 00시 21분 5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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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린 씨가 분위기를 띄운 자리를 넘겨받은 매니저가, 대화를 이어받아 인사를 건넨다.

     토카쿠 씨의 얼굴을 보는 것은 계약할 때와 지난여름 코미케 이후 세 번째이지만, 목소리는 며칠 전부터 들어왔기 때문에 익숙한 목소리였다.

     이 무진장 더운 한여름날에도 정장을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토카쿠 씨는 뭐랄까, 유능한 커리어우먼 같은 느낌이다.



     그녀는 그 듣기 좋은 목소리로 이번 기획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가끔씩 이쪽을 쳐다보는 것은, 아마도 내가 디스코드의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일 것이다.

     요약하자면, 첫 대형 이벤트를 마치고 2기생들끼리 서로 소감을 나누고, 마지막으로 간단한 레크리에이션 게임을 하는 한 시간 정도의 영상을 찍는다고 한다.

     참고로 키린 선배를 비롯한 1기생들도 며칠 전에 영상을 찍었다고 한다.



     여기서 시험받는 건가, 내 입담이......!



     촬영은 1층 아래층에 있는 전용 룸에서 한다고 한다.

     그래서 바로 이동을 하기로 했다.

     어느새 착착 이야기가 진행되어서 긴장할 겨를도 없다.



    "쿠로네코 씨."

    "뭐, 뭔가요......?"



     어슬렁어슬렁 일행의 뒤를 따라가고 있자, 키가 크고 예쁜 여성이 말을 걸었다.

     누, 누구야 .......



    "처음 뵙겠습니다, 리스 엘 리스릿을 하고 있는 카미시로 시죠입니다."

    "어, 음, 안녕하세요 ......"



     갑작스러운 자기소개에 당황하고 있자, 옆에 있던 미나토가 끼어들었다,



    "시죠 씨, 이 아이는 낯가림이 심해서."

    "알아요. 미나토 씨는 여전히 걱정이 많으시네요."

    "...... 예전부터 무모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지."

    "누구인지 모르겠는데요~"



     이 두 사람, 아는 사이일까?

     나를 제쳐두고 즐거워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소외감을 느낀다.

     그리고 나에게 향하지 않는 미나토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나에게는 절대 말하지 않을 것 같은 가벼운 말을 하는 미나토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하고, 동시에 화가 난다.



     이 감정은 ...... 그거다, 반 친구들이 그쪽에서 말을 걸어온 주제에 나를 무시하고 얘기할 때의 짜증이다.

     코바야시 군이 자주 놀자고 하고서, 그의 주변 여자애들과 재미나게 얘기할 때도 짜증이 났었으니 그것이 틀림없다.



    "청춘, 이네요."

    "뭐?"



     답답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자, 이번에는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내가 맨 뒤인 줄 알았는데 더욱 뒤가 있었구나 .......



    "안녕하세요, 코쿠도 시오리입니다. 오와리 에이카를 하고 있습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쿠로네코 씨, 맞죠?"

    "음, 쿠로네코 씨입니다. 쿠로네 코요이예요, 네."

    "후후......"



     뭐, 뭐야.

     머리카락이 이상하게 길고, 그리고 어두운 사람이다. 앞머리가 눈을 가리고 있어서 표정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사람에게서 어딘지 모르게 나와 같은 음지의 냄새가 느껴진다.



    "질투, 맞죠?"

    "네?"

    "내가 좋아하는 그녀에게 내가 모르는 면이 있어서 질투를 하고 있는 거죠?"

    "누, 누가 좋아하는데요!"

    "자기는 그녀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모르는 지인이 나타나서 친근하게 과거의 냄새를 풍기고 있어. 후후, 질투심이네요......"



     이, 이 녀석, 같은 음지 사람인 줄 알았더니, 음습한 쪽의 음지였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린 코쿠도 시오리는, 잠시 만족했는지 다시 소리 없이 줄의 맨 뒤쪽으로 돌아갔다.

     나 이 사람 싫어 .......



     그건 그렇고 질투라고?

     누가 누구에게??

     쿠로네 코요이가 아카츠키 미나토에게???

     

     질투는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감정 아니야?

     그야 잘 대해주는 미나토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



    "그건 사랑, 입니다."

    "우아앗!?"

    "후후......"

    "소리도 없이 뒤에서 몰래 다가오지 마!"



     코쿠도 시오리가 뒤에 있으니 마음이 편치 않아!

     무리하게 그녀의 등을 밀어서 대열을 강제로 바꾼다. 이제 내가 맨 뒷자리다.

     그런데 그 녀석이 말한 단어 ...... 사랑?



     사랑이라니, 내가? 미나토를? 사랑해?



    "......... 읏."



     그렇게 생각한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 어, 어, 다시 말해, 그런??

     어, 어라아~!?



    "코요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데 괜찮아? 열사병?"

    "아, 아뇨, 아뇨아뇨아뇨, 괜찮아요, 괜찮아요 네!"



     방금 전까지 카미시로 시죠와 시시덕 거리던 미나토가, 내 변화를 눈치채고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어, 얼굴이 가까워! 미인이냐고!!



    "잠깐, 기다려, 안 돼. 죽어, 죽을 거야."

    "정말로 괜찮아!? 정 안 되면 매니저를 부를게!"

    "히, 히이~!?"



     몸을 꼭 껴안으며 걱정하는 미나토.

     그 거리는 0센티미터. 피부와 피부가 밀착되는 거리.

     옷 너머로 상대방의 체온까지 느껴진다.



    "앗앗앗."



     위험해, 이건 위험해.

     심장이 터질 것 같다!



    "......"

    "어, 저기, 코요이? 코요이!?"



     눈앞이, 깜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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