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속에서 친아버지는 모모하라 집안의 여성들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자신은 그것을 막으려 하지만, 친어머니가 붙잡고 막는다.
그리고 귀에 대고 속삭인다.
환생해도 소용없다. 피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넌 분명 저 남자와 똑같아진다.
그리고 어느새, 그녀들을 때리고 있는 것은 어느새 세이이치 자신이 되어 있다.
항상 그 부분에서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다.
알고 있다.
이것은 나 자신의 마음의 문제다.
다시 태어나는 순간, 그 가증스러운 부모님의 피의 저주에서 벗어났어야 했다.
...... 하지만 어딘가에서 악마가 속삭인다.
영혼에 새겨진 것은 영원히 남는다고.
과연 나는 그녀들과 함께 있어도 되는 걸까?
그냥도 어려움이 따를 것 같은 특수한 관계다.
정신적 유대감만으로 언제까지나 다섯 명이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내면에 정체불명의 검은 폭탄을 품고 있는데도?
그런 속마음까지도 세이이치는 게시판을 통해 밝혔다.
그녀들을 믿지 못하는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런 건 아니다.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두려운 것이다. 어딘가에서, 충동적으로, 그녀들에게 상처를 주는 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 가능성이.
<......그럼, 그 고통도 함께 짊어지고 가라>
항상 나에게 조언을 해주는 존재가 그렇게 말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고,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관계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기쁨도 고통도, 모든 것을 공유해야만 진정한 신뢰관계가 형성된다>
<혼자 떠안는 것이 아니다. 모두 함께 짊어진다. 함께 손을 잡고 미래를 살아간다>
<...... 그것이야말로 네가 꿈꿔왔던 것이 아닌가?>
세이이치는 눈물을 흘렸다.
그 말이 맞았다.
사실, 전생에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이 점차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자신은 거기서 눈을 돌리며 이상적인 미래만 바라보고 있었다.
좋은 남편을 계속 연기했다.
해야 할 일은, 그게 아니었다.
고집을 부리지 말고, 서로의 마음을 드러내고서 정면으로 부딪혀야만 했다.
그랬더라면,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진짜 부부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현생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은가?
아니. 절대 아니다.
그녀들은 지금까지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주하고 나서 자신의 속마음을 말해줬다.
그렇다면 이제는 자신의 차례가 아닌가?
세이이치는 심호흡을 했다.
각오는 되었다.
세이이치는 게시판의 주민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전했다.
고맙습니다. 드디어 결심이 섰습니다라고.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다. 눈을 돌리지 않겠다.
털어놓자. 드러내자.
내 마음을.
* * *
"모두에게 말해야 할 것이 있어."
이웃집의 거실.
네 명의 여성들 앞에서, 세이이치는 결심을 피력한다.
그녀들에게 밝히자.
자신이 떠안고 있는 모든 것을.
물론 전생이나 이 세상까지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한 이야기하자.
자신의 육체에 대해. 자신의 트라우마에 대해. 그리고 ...... 그녀들을 향한 나의 마음을.
엘레오노라가 자비로운 얼굴로 쳐다본다.
어떤 대답이든 당신의 의사를 존중할게요. 그렇게 미소가 말해주고 있다.
나츠키가 긴장한 표정으로 손을 맞잡는다.
소녀에게는 일생일대의 큰 승부 같은 것이다.
히나미가 어린애 같지 않은 포용력 있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괜찮아? 천천히 얘기해 봐?라는 부드럽고 따뜻한 배려가 느껴진다.
안리가 발정 난 얼굴로 쇠사슬이 달린 초커를 착용하고서, '언제든 준비돼 있다'는 듯이 콧김을 내뿜는다.
그녀의 뒤에는 모자이크 처리를 할 수밖에 없는 도구들로 가득 차 있다.
보지 않은 척하고 싶었지만, 그녀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마음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애써 눈을 돌리지 않았다.
네 명의 여자들 앞에서, 세이이치는 지금까지의 일을 떠올렸다.
설마 자신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자신이 이 세상으로 전생해 그녀들을 만난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이제야 그런 생각이 든다.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그것이 운명이라며 받아들이자.
지금은 그저 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녀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또 이렇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날이 찾아온 것을.
"나는, 너희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