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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4화 [전생자 세이이치] 전생의 상처를 이겨낸 끝에(2)
    2023년 11월 03일 20시 07분 3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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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해서 연인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극단적이지 않은가?

     아무리 관능소설의 세계라고 해도 플라토닉 한 사랑도 성립할 수 있다.

     그런 의견도 있을 것이다.



     세이이치도 전생에는 그렇게 믿었다.



     세이이치는 어떻게든 발기부전의 치료를 시도했다.

     발기부전이라고 해서 딱히 성적인 것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작동하지 않을 뿐, 남들 못지않게 관심은 있었다.

     의사는 심인성인 만큼 갑자기 낫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수많은 관능 소설을 읽던 것도 그 무렵이었다.

     결국 어떤 치료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세이이치는 어떻게든 고치고 싶었다.

     미래를 약속한 연인이 있었기 때문에.



     세이이치는 한때 진지하게 화가가 되고 싶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만큼은 힘든 과거의 일도 잊을 수 있었다.

     자신의 그림으로 누군가가 행복해지면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와는 예비학교에서 만났다.

     인물화 모델이 되었을 때, 마음이 맞아서 바로 교제를 시작했다.



     세이이치는 그녀의 그림 재능에 압도당했다.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차이가 있었다.

     세계를 무대로 활약한다면, 그것은 그녀의 그림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결국 그의 꿈은 그녀의 꿈을 응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원래 막대한 학비가 드는 미대에 진학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다.

     삼촌 부부는 세이이치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했지만, 성공할지도 모르는 수라의 길로 나아가서 부담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미대 진학을 포기한 세이이치는 성실하게 학업에 매진했고, 나름대로 괜찮은 기업에 취직했다.

     자신이 경제적으로 그녀를 부양하며 화가로서의 성공을 응원할 생각이었다.



     프러포즈할 때, 세이이치는 자신의 몸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설령 결혼을 해도 자식을 가질 수 없다. 그래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긍정했다.



    "내가 앞으로 그리는 그림이 우리 자식 같은 거야."



     그렇게 프러포즈를 받아주었다.



     행복한 나날이었다.

     그녀는 집안일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점차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윽고 세이이치가 버는 돈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그녀의 활약에 의해 모여들었다.

     집은 점점 부유해져 갔다.

     그녀는 세이이치에게 "당신이 도와준 덕분이야"라며 감사했다.



     분명 앞으로 자신들에게도 멋진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확신했다.



     세이이치는 증명하고 싶었다.

     자신도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을.

     혈연 따위는 상관없다. 자신은 결코 아버지처럼 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아내를 아끼고, 사랑하고, 지탱해 줄 것을 맹세한다.



     그녀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만들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강한 정신적 유대감이 행복을 약속한다고 믿었다.

     꼭 아이를 원한다면 입양을 생각하면 된다.

     아무 문제없다.

     나는 훌륭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



     그녀는 다른 곳에서 남자를 만들었다.

     뱃속에는 그 남자의 아이가 있었다.



     세이이치는 깨달았다.

     정신적 유대감만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세이이치는 재판을 제기하지 않았다. 위자료도 요구하지 않았다.

     어쨌든 완전히 관계를 끊고 모든 것을 없었던 일로 하여 잊고 싶었다.



     세이이치는 무미건조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필요 이상으로 업무에 몰두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할 틈이 생기지 않도록 스스로를 바쁘게 몰아붙였다.

     그것밖에 탈출구가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아픔. 그것의 도피는 아니다.

     자신의 숨겨진 본성에서 세이이치는 도망치고 싶었다.



     불륜을 들킨 날 밤, 세이이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동에 휩싸였다.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쥐자, 쌓아둔 에너지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어째서? 나는 내 꿈을 버리고까지 너의 꿈을 .......

     하고 싶은 말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뇌리에 떠오른 것은,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의 환영.

     그 순간, 세이이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지금 자신은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했나?

     아니. 아니야. 절대로.

     자신은 아버지와 다르다.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



     거짓말하지 마.

     어머니의 환영이 망령처럼 성일에게 속삭였다.



     봤지? 너도 그 남자와 똑같아.

     역시 피는 못 속여.

     이제 깨달아라. 너도 그 남자와 같은 최후를 맞이하게 될 거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자신은 아버지처럼 되지 않기 위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려고 노력해 왔을 뿐인데.

     그런데,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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