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4화 [전생자 세이이치] 전생의 상처를 이겨낸 끝에(1)
    2023년 11월 03일 20시 06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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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나카다 세이이치는 제2의 삶을 살고 있었다.

     신이라고 할 만한 초자연적인 존재를 만난 적은 없다.

     전생자 전용 게시판을 보면 신과 대화를 나눈 경험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처럼 '어느 날 문득 전생해 있었다'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신의 변덕일까, 아니면 그냥 초자연현상의 하나 일까?

     어느 쪽이든, 만약 이 전생을 기획한 누군가가 있다면 세이이치는 꼭 물어보고 싶다.



     왜 굳이 관능소설의 세계로 환생시켰냐고.



     전생자 전용 게시판은 일반적인 네트워크와는 다른, 뇌에 연결된 특수한 이공간이다.

     생각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손으로 글자를 입력할 필요가 없다. 실시간 중계도 쉽게 할 수 있다.

     즉, 게시판의 주민들이 원하고 있는 야스의 상황을 자세히 전달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뜻이다.



     세이이치는 주민들과 약속을 했다.

     상담에 응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연인이 생기면 그 행위를 중계해 주겠다고.



     ...... 얼마나 못된 짓인가.

     그런 약속, 지킬 생각도 없는데 말이다.

     이웃의 네 명을 구할 수 있었으니 더 이상 전생자 전용 게시판을 사용할 일도 없을 거라 생각했기에, 나도 모르게 들뜬 마음으로 맡겨달라고 말해버렸다. 얼마 지나면 잊힐 거라 생각했다.



     세이이치는 결심했었다.

     이 세상에서는 절대 연인을 만들지 않겠다고.

     최대한 빨리 자립해서 혼자 살겠다고.



     딱히 현생의 부모에게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에게는 너무 아까울 정도로 상냥한 부모님이시다.



     ......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은 그들에게 손주의 얼굴을 보여줄 수 없다.



     전생에도 그랬었다.

     나를 거둬준 마음씨 좋은 삼촌 부부.

     결국 제대로 보답하지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너는 우리 아들과 다름없다"며 친부모처럼 자신을 사랑해 주었는데도 말이다.



     ...... 그렇다. 전생의 세이이치는 친부모 밑에서 자란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초등학생 때까지는.



     추악.

     세이이치가 태어난 가정은, 그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아버지는 매일같이 어머니를 때렸다.

     어머니는 그 울분을 풀기 위해 아들인 세이이치에게 화풀이했다.

     그 집에는 애정 따위는 한 조각도 없었다.



     너만 태어나지 않았다면.

     너도 어차피 어른이 되면 그 남자와 똑같아질 거다.

     네 몸에는 그 남자의 피가 섞여 있으니까.



     어머니는 마치 저주처럼 세이이치에게 계속 그렇게 말했다.

     이미 오래전에 어머니의 마음은 망가져 있었을 것이다.

     아들 속에 흐르는 아버지의 피가 가증스러웠을 것이다.

     '이 유전자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어머니는 몇 번이나 세이이치를 거세시키려 했다.

     자고 있을 때 가위를 든 어머니가 습격한 적도 있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흥분한 아버지가 강제로 침실로 데려가서 그때는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세이이치에게 쉴 틈은 없었다.

     매일 밤 부모님의 침실에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괴상한 웃음소리와 어머니의 비명소리가 무서웠다.



     아버지의 칼끝이 계속 어머니에게만 향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 어머니에게 거세당할지도 모른다.

     도망쳐야 한다. 이 지옥에서 도망쳐야 한다.



     세이이치는 용기를 내어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증거는 항상 준비해 두었다.

     그 결과 아버지는 체포되었고, 어머니는 정신병동에서 나올 수 없게 되었다.



     친척이 없는 세이이치를 삼촌 부부가 데려갔다.

     그들은 세이이치의 성장 과정을 진심으로 동정하고, 자비롭게 보살피고, 보호해 주었다.

     하지만 어린 세이이치에게 새겨진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그 마음의 상처는 육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상적으로 보아왔던 가정폭력.

     어머니의 정신적인 추궁.

     수차례나 거세당할 뻔한 충격적인 경험.

     그것들이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가정을 만든다. 아이를 만든다.

     그에 관련된 잠재적 공포가 뿌리내린 세이이치는, 어떤 기능을 상실했다.



     세이이치는 심인성 발기부전이 일어났다.

     그것은 전생한 현재까지도 완치되지 않았다.

     마음이 관여하는 이상, 아무리 건강한 새 육체를 얻어도 과거의 기억을 가진 영혼이 계속 악영향을 미친다.



     고자인 채로 관능소설의 세계로 전생한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성적인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이 세상에서, 이보다 더 나쁜 상태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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